고경남 칼럼니스트

▲ 고경남 칼럼니스트ⓒ뉴스제주
현재의 한국 정치를 ‘낡은 정치’로 규정하여 국민의 삶과 유리된 정치의 문제와 그를 재생산하고 있는 정치 제도에 대해 분석하고, 대안으로 인물과 지역에 기반한 정치가 아닌 가치와 정책에 기초하도록 “정치 시스템의 개혁”을 제시하는 인물이 없다는데 후진성을 탓하는 것이 국민들의 목소리라는 것을 그들은 알까?

70년 개발정책으로 국민들에게 잘살아보세 라는 노래를 가르치며 ‘한강의 기적’을 통해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에서 1인당 GDP가 3만 불에 이르는 세계 6번째의 30-50 국가로 진입한 우리나라 국민들이 피와 땀을 흘러가면서 일군 업적은 세계사적으로도 가장 위대한 변화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으며 자부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년 간 가까운 OECD 국가 최고수준으로 자살율, 소득 불평등, 노인 빈곤율, 범죄율 등이 모두 급증하였으며, 출산율 저하 및 소득 불평등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었다. 어느 토론회에서 외국 학자가 지적하듯이 “민란이나 혁명이 일어나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을 만큼”의 처참한 사회가 되었고, 양극화와 민생불안이 일상화된 사회가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은 이러한 국민의 불안과 고통과는 무관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집권당에서는 대통령이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를 사퇴시키는 초유의 ‘찍어내기’가 행해졌다. ‘친박’과 ‘비박’ 사이의 조악한 ‘권력암투’ 속에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들이 선거를 통해 뽑은 원내대표가 속절없이 사퇴를 한 것이다.

같은 시간,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또한 심각한 내분으로 분열 직전의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 이후 올해 4월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이르기 까지 연이은 참패 보다 더 심각한 것은 무능함과 무기력 그리고 국민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내부 권력 다툼으로 일관된 행태일 것이다.

‘혁신위’를 구성하고 연이은 혁신안을 제시하였지만, 내부의 계파 간 갈등은 해결될 기미는 없고 국민 다수의 삶이 이렇게 어려워졌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까지도 지난 10년을 집권하였던 야당이나, 그 이후 8년째 집권을 하고 있는 여당 중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된 반성이나 책임을 지겠다는 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 달라질 가망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내년 4월에는 총선을 치르고 그 다음해 12월에는 대통령 선거를 하겠지만 우리나라의 정치가 달라질 희망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왜 우리나라의 정치는 국민들의 삶과 시대적 요구를 철저히 외면하면서 20세기의 전환기 속에 갈 곳을 잃고 난파되었을까? 이는 소선거구제와 양대 정당 중심인 우리나라의 정치 시스템의 한계로 인한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여 지금의 현실 정치는 특정 지역에 기반하는 지역주의 정치와 몇 몇 유력 정치인을 중심으로 하는 파벌주의 붕당 정치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 속에서 기성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를 정치의 가장 핵심적인 목적으로 삼고, 이를 위해 국민들의 현실적 요구와는 상관없는 소모적인 ‘자기들만의 정치놀이’를 하고 있다.

특히 현재의 여야는 모두가 보수주의 정당이기 때문에 그들의 개혁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도출해내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지역주의에 기반한 기득권 양대 정당의 구조는 노인과 청년세대를 포함한 다양한 정치적 요구나 새로운 젊은 세력의 정치권 진입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있다는 점에서 정치계는 반성을 해야 한다.

이러한 현실 시스템으로는 우리나라가 당면한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경제사회 시스템의 개혁을 전제로 하는 지속적인 발전도 담보될 수 없다. 현재의 정치 시스템 속에서 기존의 양대 정당은 선거 때 잠시, 그것도 말로만 국민을 위할 뿐 국민을 위한 정책도, 그것을 실천할 의지도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 정치인들의 합리적인 판단(?)인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정치인 몇 명이 바뀐다고 우리 국민의 삶이 달라지지도 않고, 대통령이 바뀐다고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기지도 않는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도 명확하다. 그렇다면 바뀌어야 하는 정치의 모습은 어떤 것이어야 하며,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기존의 인물 중심의 정당이 아니라, 가치 지향의 정당에 의해 구현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양대 정당을 포함하여 정치인들을 내부의 정당 간 정쟁, 그리고 내부의 정쟁에서 국민들의 삶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 경제적 문제들을 논의하는 정치로 끌고 들어와야 하며, 이러한 ‘사회경제적 의제의 정치화’는 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가치 정당에 의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선거법 개정 없이는 새로운 정당이 원내로 진입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요행히 들어간다고 하여도 기존 거대 양대 정당 구조를 깨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지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국회에 구성된 정치개혁 특별위원회에서는 비례대표를 줄여서 지역구 의원의 숫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개악을 추진 중이라고 하니 선거구 획정을 계기로 하는 선거제도 개혁은 이번에도 요원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국가의 가치와 정책에 기반하여 새로운 정당이 구성되고, 이들이 비례 대표 확대와 합의제 민주주의로의 선거제도의 개혁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낡은 정치판에 균열을 내는 것이며, 더 나아가 기존 정당들이 국민들을 위한 제대로 된 정책 경쟁으로 나아가는 것을 촉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내년 총선과 이어지는 대선을 앞둔 지금, 더 이상 희망이 없는 투표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투표 당일 국민들에게 선거하러 갈 이유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라도 기존 정치의 판을 바꾸는 정치 시스템의 개혁을 위한 논의는 매우 중요하고 시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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