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참여, 도내 중소기업 살리려면 분리발주 보장해줘야
건설은 건축, 토목, 설비, 전기, 소방, 통신 등 다양한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수많은 기업이 참여해 하나의 목표를 완성해 가는 거대한 작업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람정제주개발의 약속대로라면 이번 신화역사공원 1차 공사에도 많게는 수 백여 개 이상의 중·소규모 도내 기업이 참여하게 된다.
이전에도 제주도에서 대기업이나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맺은 협력사가 발주한 건설공사엔 보통 도내 중·소형 기업이 하도급 형식으로 참여해 왔다. 많은 분야에서 참여해야 완성이 이뤄지는 건설 작업의 특성상, 도내기업들이 참여하는 범위가 50%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이를 감안하면 굳이 제주도정이 나서지 않아도 신화역사공원 공사에 도내 기업이 50% 이상 참여했을 것이라는 예상을 쉬이 해볼 수 있다.
그렇기에 공사 발주처(람정제주개발)에서 "50% 이상 공사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말에는 도내 중소기업들이 대기업 하청업체로서 일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닌, 공사에 직접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숨어있다.
그동안 하도급 형식으로 공사에 참여해왔던 도내 중소기업들은 '하청업체'에 불과한 대우를 받았었기에 실제 공사에 나섰어도 정당한 비용 요구를 할 수는 상황이 아니었다.
게다가 중소기업들은 직접 공사 현장에서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 그대로 '하청 일'을 했기 때문에 공사 실적을 제대로 인정받기조차 어려웠다. 제주도정이 도내 중소기업들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춰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하지만 정작 추후 공사 입찰에 도움이 돼야 할 이러한 경력들이 반영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제주도정이 "도내 기업을 50% 이상 참여토록 하겠다"고 한 약속은 도내 중소기업들로 하여금 '하도급이 아닌 분리발주를 통한 원도급으로 참여할 수 있지 않겠나'하는 기대감을 갖게한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이번 역시 대기업과 몇 개의 도내 협력사가 주도하는 공사가 됐다. 일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이 하지만, 수익의 대부분은 대기업이 가져가는 구조가 될 것이 뻔하다는 말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왔던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원(새정치민주연합, 환경도시위원회)은 제주 크루즈항만 공사가 진행될 때, 도내기업이 맡을 수 있는 일부 공정에 대해서 분리발주 공사로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데 일임한 바 있다.
김 의원은 "도내 중소기업의 공사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선 분리발주하는 방법 밖에 없다"며 "이를 통해 당시 도내 중소 업체들이 육지 대형업체와의 경쟁을 피하고 원도급 형식으로 공사비용도 보장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처럼 도내 많은 중·소형 기업들은 신화역사공원 R지구 공사에서 도내기업이 50% 이상 참여한다는 것에 그 혜택이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많은 기대를 걸었다.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선 크루즈항만 공사처럼 직접 공사에 참여할 기업에게 100% 공사비용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분리발주로 진행돼야 한다.
허나 이전 관행대로 대기업 혹은 도내 협력사의 하도급을 통해 건설에 참여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제주도내에서 정부로부터 기술인증을 받아 온 중소기업들의 경우, 이번 신화역사공원 R지구 공사에 참여 가능성을 높이 봤으나 '아니나 다를까' 실망감에 씁쓸함만 커지고 있다.
도내 한 중소기업의 대표는 "정말 제주도가 도내 기업을 위한다면 우리 같은 작은 규모의 회사도 하도급이 아닌 분리발주 형태의 원도급 방식을 통해 공정에 참여 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의 대표는 "그동안 제주도정이 발표해왔던 신화역사공원의 건설 참여가 우리 같은 작은 기업들에게도 한동안 희망을 줬었다"며 "하지만 결론적으로 몇몇의 도내 기업에게만 그 혜택이 돌아간다면 이전과 다를 것이 무언가. 생색내기일 뿐"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제주도가 그동안 도민들에게 홍보해 온 '도내기업 50% 참여 보장'이라는 황금빛 무지개가 결국 대기업과 도내 일부 기업에게만 돌아간다면, 실제 하도급 형태로 현장공사에 참여하게 될 수많은 도내 중소기업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반문해봐야 한다.
이러한 도내 중소기업의 우려를 반영해 도내 중소기업이 맡게 될 공사에 정당한 비용의 공사비가 지급될 것인지에 대한 여부를 제주도정이 확인해 줘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설계예가를 통한 각 공정별 예상비용 및 전체 예산 중 해당 공정이 차지하는 예산비중을 산출해 내야 한다.
또한 공사에 참여하는 도내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노력과 더불어 분리발주가 가능한 공사에 대해선 도내 기업들에게도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도내 기업들은 제주도청 내 T/F팀만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