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 ⓒ뉴스제주
내가 은행 지점장시절 집안 형님되는 분께서 땅 토지대장 등본과 지적도 사본을 들고 와 내밀면서 급한 용처가 있으니, 이것을 담보로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돈을 좀 꾸어달라고 하셨다.

서류를 살펴보니 땅의 소유주는 형님이 아니었다. 그러나 형님은 자신의 이름으로 소유권 이전만 못했다 뿐이지,자신의 것이 확실하므로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다른 이도 아니고 집안 형님이 말씀하시는데 못믿겠다고 거절할 수가 없어 그가 요구하는 30만원을 빌려드렸다.

돈을 드리고 나서 형님과 같이 현장을 가 보았더니 400평 짜리와 300평 짜리 두 필지였지만, 농토롤 활용할 가치가 없어 30만원을 드린 것도 과한 감이 들었다. 하지만 형님에게 용돈을 드린 셈 치자고 위로하며 그냥 서류를 가지고 있기로 했다.

토지 소유자를 조사해 봤더니 이미 고인이 된 분이었고, 자손들도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 수 없었으나, 형님과의 거래가 이루어질 때 입회한 사람이 믿을 만한 사람인지라 그냥 나뒀다.

몇 년이 지나도록 빌려간 돈을 갚아줄 생각을 안 하셨다. 어느 식게날(제삿날)만나지기에 은근히 독촉을 했더니 “그 밭, 그냥 네가 가져 버려라. 내가 돈 나올 데가 어디 있냐? 갚을 능력도 없다.” 하고 발뺌을 하셨다.

또 하나의 숨겨지 사실이 드러났다. 형님이 그 밭을 살 때, 나의 아버지도 그 자리에 함께 계시다가 성의술(흥정이 끝나면 다같이 마시는 술)을 얻어 잡수셨는데, 그 때 그 밭의 가격이 5만원었다고 했다. 그 밭이 나에게로 온 줄은 여태 모르고 계시다가 형님께서 나에에 30만원에 밭을 넘기려 하는 걸 아시고는 아버지는 형님에게 호통을 치셨다.

“55만원 산 것을 30만원이나 받고 제 동생에게 사기치는 놈이 어디 있냐?”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형님도 체면이 구겨지고 나도 기분이 썩 좋지 않아 소유권이전 받을 방법도 없이 밭을 방치해 두었다.

그러던 참에 특별조치법이 시행되었다. 이 참에 내 이름으로 소유권이전은 시켰지만,토지를 별도로 활용하지는 않고 있었다.

또 몇 해가 지났을 때 고향 친구가 내가 근무하는 은행 지점장실로 나를 찾아왔다. 그 토지 중 400평짜리 한 필지만 팔아달라고 했다. 나는 심드렁하게 말했다.(깊은 뜻 없이 말했다.) “한 장만 주면 팔겠네.” 그 친구는 흔쾌히 그러자고 하며 더 이상의 아무런 흥정도 하지 않고 부동산 매매계약서 용지를 꺼내더니 가격을 『1천만원정』이라고 쓰는 게 아닌가. 나는 깜짝 놀라 “1백만원이 아니고, 1천만원이란 말이여?” 하고 눈을 휘둥그레 크게 뜨고 물었다. 그친구는 아무렇지도 않게 “요즘 시세가 그리 됐다네.” 하고 자기 통장에서 바로 1천만원을 인출하여 바로 현장에서 완불하였다.

나는 쓸모없는 땅이라고 생각해 내버렸던 땅인데 30만원 주고 산 땅을 300평 짜리는 남겨둔채, 400평 짜리 하나만 1천만원을 받았으니, 크게 횡재를 한 셈이다.

그 뒤에 도시계획이 확장되면서 300평 짜리는 8천만원을 토지보상받었으니 본의아니게 나도 부동산 투기를 한 셈이 되었다.

여하튼 특별조치법 덕택으로 손쉽게 소유권 이전을 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나뿐 아니라 고향사람 거의가 혜택을 받았다. 특히 문중 밭을 여러 사람 이름으로 연명하여 소유했다가 몇 분이 돌아가셔서 그 자손들에게 쫓아 다니며 상속하는 도장 받아내느라고 고생하던 것을 한꺼번에 해결하게 되어 큰 고민을 덜어낸 셈이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