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2차 제조업의 현실을 말하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지난 18일 제주테크노파크(원장 김일환)를 방문해 '도정 방향 및 현안 공유 현장워크숍'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원 지사가 마이크를 잡고 맨 처음 꺼낸 말은 故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명언 'Stay hungry, stay foolish(항상 갈망하고 무모하리만큼 도전하라)'였다.

이어 원 지사는 "전국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중 성공모델에 가장 근접해 있는 곳이 제주도 일 것"이라며 "다른 곳은 대기업 의존증이 심하지만 제주는 중소기업과 할 수 있는 일들이 정말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원 지사는 "돌아갈 곳이 있다고 생각하면 절박함도 없다. 그 절박함을 뚫고 나와 도전할 정신이 없다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며 "제주의 연구개발 분야에서 도전정신을 갖고 먼저 치고 나가야 할 곳이 제주테크노파크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라고 당부했다.

▲ 제주도내 2차 산업의 현주소라 할 수 있는 화북공업단지. ⓒ뉴스제주

#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2차 산업 플랜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2014년 10월에 원 지사의 공약이었던 '제주 3·6·5' 약속 이행을 위해 14개 분야·105개 사업에 총 3조 7336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2018년까지의 계획이며, 국비 1조 4508억 원, 도비 1조 4922억 원, 민융자 등 7906억 원으로 투자해 공약사업을 실천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향토 강소기업 육성을 명목으로 2차 제조업에도 상당한 비용 투자가 결정됐다.

道는 ▲일자리창출 및 사회적경제 기반 구축 7개 사업 17개 실행과제에 1084억 원(국비 581억 원, 도비 500억 원, 민융자 등 3억 원) ▲지역균형발전 5개 사업 10개 실행 과제에 1376억 원(국비 622억 원, 도비 750억 원, 민융자 등 4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원 지사는 2차 제조업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제주지역 내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 강화방침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원 지사는 "우수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도 육지부 대형업체에게 구매권을 빼앗겨 왔던 도내 기업들에 대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며 "제주도내 기술개발제품을 우선 구매해 기술력을 인정받은 기업이 우대받도록 하겠다"고 말했었다.

당시 <뉴스제주>와의 인터뷰에서도 원 지사는 "지난 수 년 간 제주도내 공공기관의 기술개발 제품의 사용률은 전국 대비 최하위권 수준이었다"며 "제주도내 기술 개발제품의 사용률을 전국이 깜짝 놀랄 만큼 높여, 기술개발 기업이 우대받고 경쟁 기업에게도 좋은 자극이 돼도록 해서 제주도내 기업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 순환 구조로 이어지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 원 지사의 2차 산업 플랜 발표 이후, 2015년 현재 제주의 모습은

도내 2차 산업 중에서도 제조업 분야는 많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이다.

2015년, 현재 제주도내 제조업 중 기술개발제품 기업으로는 조달우수기업 2개사, 조달우수공동상표 2개사, 성능인증 기업 2개사가 전부이다.

2014년 원 지사의 10월 2차 산업 플랜 발표 이후, 오히려 기업에게 가장 많은 혜택이 주어지는 조달우수제품 1개사가 효력 만료로 사라지고  성능인증 기업이 1개사 추가 되는데 그쳤다.

지난 수 년간 제주도와 제주테크노파크의 지원을 통해 수많은 자금이 지원됐고, 원 지사 또한 공개석상에서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향토 강소기업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지만 별반 나아진것이 없다.

기술개발지원의 성과인 조달우수제품이나 성능인증제품들이 단기간에 도출될 수 없는 상황임을 고려하더라도, 도내 공공기관들이 이들 제품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지 않고선 결과물은 쉽사리 나오지 않게 된다.

도내 한 중소기업의 대표는 "지금 도내 기술개발 기업의 현실을 보면 수 억 원 이상의 자금과 수 많은 연구 인력을 투입해도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기술개발에 몰두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되겠나"고 반문하고 있다.

이는 오랜기간 동안 수억원 이상의 자금과 많은 연구인력을 동원해 제품을 개발에 성공 했다해도, 또 다시 전국 수백에서 수천여개 동종 기업의 첨단제품과 경쟁해서 기술개발제품 인증을 받는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 통과 하기 만큼"이나 어려운 것인데, 설령  만든다해도 도내 공공기관에서조차 적극적으로 구매해 주지 않는 다면 어떻게 기술개발이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기존의 기술개발 기업들이 판로를 찾지 못해 그 기술이 사장되고 있는 현실에서 나온 말들이다.

2차 제조업의 경우, 연구 개발 성과로 얻게 되는 조달우수제품이나 조달우수공동상표, 성능인증제품 등의 기술개발제품은 정부에서 법적으로 수의계약 등 여러 가지 방면으로 혜택을 주기 때문에 이를 공공기관에서 잘 활용하면 기업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작용하게 된다.

하지만 그 혜택이 주어지는 기간은 단 3년뿐인 것이 현실이다. 이 기간 내에 판매량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투자비 회수는커녕 오히려 빚더미를 껴안게 되는 상황이 도래한다. 이 때문에 제주도내 많은 2차 산업 기업들이 기술개발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마냥 2차 산업 기업들에게 "절박함을 뚫어라"는 말은 그냥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일 뿐이다.

▲ 제주도내 2차 산업 분야의 기업들이 나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뉴스제주

# 절박함을 뚫을 도전의식, 하지만 그 현실은?

기술개발제품의 혜택을 잘 이용해 충분한 판로를 확보한다면, 기업의 성장과 더불어 연구, 제조인력의 고용증가를 통한 인력창출 및 도내 세수의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아는 제주도청 기업지원과에서는 도내 기술개발제품 기업의 판로 확보를 위해 도내 공공기관 및 각 실국과 접촉하며 기술개발제품 홍보 및 구입 장려를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또한 기술개발 기업과의 미팅을 통한 애로사항 청취 등을 통해서도 개선점을 찾아 나가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내 2차 제조업의 기술개발제품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아직까지 기술개발제품에 대한 인식 부족현상이 기저에 깔려 있는 상황인데다가, 수의계약이라는 특혜가 부담감으로 작용하는 면도 있다보니 판로의 어려움으로 이어져 도내 기술개발 기업들에게는 또 다른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업지원과 관계자는 "인식부족이 가장 크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물론 여전히 육지의 공공기관과 비교할 때, 기술개발제품 구매 실적이 상당히 저조하지만 조금씩 그 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인식변화를 이루기가 쉽지많은 않다"고 토로했다.

최근 발표된 신화역사공원 공사에서도 도내 기술개발 기업의 참여는 외면 받았다.
도내 기업의 기술력으로 할 수 없는 공사는 제외하고 50% 이상 참여를 보장하기로 했다. 기술력을 중시하겠다고 선언한 공사에서조차 도내 기술개발 기업의 참여는 없었다.

지난 수 년간 제주도정은 기술개발을 통한 경쟁력 확보라는 명분 아래 수 백억 원 이상의 비용을 지원하며 제주 기업의 연구 개발을 독려해왔고, 그 결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 지원의 결실인 기술개발 제품을 도내 공공기관에서조차 외면하는 현실에서 어떤 기업들이 나서서 선뜻 투자를 할 수 있겠느냐 것이다.

원희룡 도사사는 "절박함을 뚫고 나와 도전할 정신이 없다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절박함을 뚫고 도전해 기술개발에 성공한 도내 기업들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 제주도내 2차 제조업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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