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 편찬사업' 탄력
개성 만월대 공동발굴조사 가속화
정명훈 평양 공연 기대감도 고조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25일 남북 고위급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남북의 문화 교류에도 본격적인 물꼬가 트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싹 트고 있다.

남북이 이번 합의에서 다양한 분야의 민간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는데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문화·체육 교류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아직 구체적인 교류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문화융성'을 강조해 온 만큼 문화 영역에서 다양한 남북교류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분단 이후 70년간 간헐적인 교류만 이뤄져 이질감이 큰 문화 영역을 원만하게 통합하기 위해서도 하루 빨리 교류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 편찬사업'

남북의 편찬위원들은 2005년부터 '표준국어대사전'과 '조선말대사전'을 모체로 양측의 어휘를 종합·정리하는 사업인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 편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은 맡고 있는 고은 시인은 지난 3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웹진 '행복한 통일'과의 질의응답에서 "남북한간 언어를 통합해놓는 작업은 통일을 앞당기는 행위이기도 하고 통일 이후에는 통일을 시작하는 하나의 원리가 되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종선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편찬위원장이 지난달 6일 겨레말큰사전 편찬 작업을 70% 정도 진척시켰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남북 대립이 격화되면서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 편찬사업'이 난항을 겪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이번 타결로 편찬 사업은 탄력을 받게 됐다.

남북은 2019년 완성을 목표로 편찬 사업을 진행 중이다.

홍정선 위원장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발간 '민족화해' 7·8월호와의 질의응답에서 "우리의 통일 의지를 키우고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 원활한 언어 소통은 꼭 필요하다"며 "또 통일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정서적·문화적 거리감도 통일을 전후해 활발한 언어 소통을 통해 누그러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성 만월대 공동발굴조사 가속화

남북은 고려의 정궁(正宮)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개성역사유적지구'에 속하는 개성 만월대에 대한 6개월간의 공동발굴조사에 합의하고 지난 6월 첫 삽을 떴다.

남한의 문화재청·남북역사학자협의회·국립문화재연구소 발굴단, 북측의 민족화해협의회·조선중앙역사박물관 발굴단 등이 함께 하고 있다.

개성 만월대는 지난 2007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이미 총 6차에 걸쳐 남북이 공동으로 발굴조사를 진행했다. 그동안 매회 2개월 이하의 제한된 조사기간 때문에 발굴 중단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공동발굴 재개를 계기로 올해는 발굴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6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 6개월간의 조사에 합의했다. 최근 남북 대립으로 발굴조사의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일부에서 나왔지만 납북 협상의 타결로 악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박성진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지난 4월22일 예술가의 집 다목적홀에서 열린 '통일문화정책포럼'에서 이 공동 발굴조사의 의미에 대해 "통일국가 고려의 재조명을 통한 민족 동질성 회복 및 자긍심 고취가 가능하다"고 평했다.

현재 일부에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류 구전 및 무형 유산 걸작) 목록에 '아리랑, 한국의 서정민요'(2012)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아리랑 민요'(2014)로 갈라져 있는 아리랑을 공동등재하는 것을 비롯해 남북 장사씨름대회 등도 같은 계획을 세울 것을 제안하고 있다.


실제 문화재제자리찾기, 한겨레아리랑연합 등은 지난 2일 서울 명동 유네스코회관에서 남북한 공동 유네스코 재등재를 위한 '아리랑 통일운동'의 돛을 세우기도 했다.

이번 타결로 이 같은 계획에 탄력이 붙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음악 교류 이뤄질까

음악 분야는 민간차원에서 교류를 위한 시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미 연주를 위해 북한 평양에 2번 다녀온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은 독일 최고 오케스트라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11월께 북한 평양 공연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남북 협상 타결로 이 계획에 힘이 실리는 것 아니냐는 긍정적인 기대도 나온다.

이와 함께 이번에 북한이 강력 반발한 대북 확성기방송에 포함됐던 K팝에 대한 관심도 새삼 뜨겁다.

이번에 확성기 방송에 포함됐던 K팝으로는 가수 아이유의 '마음', 그룹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그룹 '빅뱅'의 '뱅뱅뱅' 등 한국은 물론 세계를 누비는 한류가수들의 곡이 뽑혔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발랄함을 상징하는 이 곡들로 인해 북한의 젊은 병사들이 상당히 흔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요계 관계자는 "이번 사례에서 보듯 K팝이 문화적으로 완전 단절된 남북한의 청년들을 이어주는 구심점이 될 수도 있다"며 "남북 문화 교류가 더 활성화되면 클래식 음악가가 아닌 K팝 가수가 북한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지 않겠냐"고 기대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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