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전기차 보급정책 사례들 통해 본 원희룡 지사의 도정운영

제주도 1차 산업의 근간인 감귤산업. 이걸 손대면 어떤 식으로든 논란이 이는 건 자명하다.

그래서 손을 댈 것이라면 논란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확실한 로드맵과 구체적인 개혁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를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거기서 도출된 데이터를 통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통상적인 과정이다.

▲ 제주산 노지감귤. ⓒ뉴스제주

하지만 원희룡 지사의 민선 6기 도정은 그 반대의 과정으로 일을 추진한다. 먼저 대략적인 밑그림만 제시해 논란을 키운다. 뒷일은 공직자들이 그 '논란의 꽃' 속에서 세부 실행과제들을 찾아내 구체화해야 한다.

원 지사는 '논란'이 일어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일단 문제를 툭 던져놓는다. 논란이 커질수록 그에 따라 많은 과제들이 파생된다. 그 과제들은 고스란히 공직자들이 해결해야 할 임무들이다.

감귤규격체계를 10단계에서 5단계로 바꾸고, 가공용 감귤 수매가 보전을 폐지하는 등 그에 따른 파급영향 분석은 제쳐두고 일단 '지르고 보자' 식이다.

5단계 제도개선안은 지난해 9월께 느닷없이 등장해 많은 감귤농가들에 혼란만 일으켰다. 당장 10월 중순 말부터 수확해야 하건만 5단계에 맞춘 드럼 선과기 교체도 없이 무작정 "바꾸겠다"였던 것이다. 결국 이는 세부과제를 도출해내는 과정에서 올해로 연기됐다.

가공용 감귤 수매가 보전 폐지도 같은 식이다. 농가 의견수렴은 뒤로하고 먼저 정책을 발표한 뒤, 사태를 수습하면서 정책을 다듬어 가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3일 발표한 '감귤 5개년 혁신과제' 정책 역시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으로, 양치석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은 계통출하 70% 확대 목표에 따른 계획을 별도로 추후에 세우겠다고 밝혔다.

# 전기차 보급정책도 같은 맥락

감귤 정책뿐만 아니다. 전기차 보급정책 역시도 '일단 지르고 보자' 식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30년까지 도내 모든 차량을 100% 전기차로 바꿔 '탄소없는 섬(카본프리 아일랜드, Cabon-free Island)'을 실현하겠다며 전기차 보급에 열심이다.

올해 제주도는 1483대의 전기차를 보급키로 결정했다. 이 가운데 약 650대가 정해진 절차에 따라 보급됐다. 지난해까지 852대가 보급됐으니 총 1500여 대의 전기차가 민간 및 기업에 뿌려져 제주도내 곳곳을 달리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전기차를 보급하면서 정작 뚜렷한 감차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제주도내엔 약 35만 대의 자동차가 굴러 다니고 있다. 제주도 인구가 이제 갓 60만 명을 넘어섰다. 초고령 인구와 만 19세 미만의 도민을 제외하면 제주도는 인구대비 어마어마한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에 따라 주차문제는 더욱 극심해지는 건 당연지사다.

'일단 보급'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다보니 생겨난 문제다. 이런 과제들 역시 감귤 혁신정책처럼 미리 준비하지 못하고 환부가 드러나야 만들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전기차에 대한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보통의 차량은 4년 마다 정기검사를 받도록 돼 있다. 첫 전기차가 지난 2012년에 보급됐으니, 이제 2016년 내년이면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헌데 아직 제주도는 이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전기차 안전검사에 대한 기준이나 시스템 개발은 제주도에서 자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해 나갈 수 있다곤 하지만, 정작 국토부에서 전기차 안전검사센터를 제주도에 설치할 수 있도록 허가해야 가능하다. 당장 내년인데 현재 논의 단계에 있지도 않고 논의할 예정에 있을 뿐이니, 답답한 현실이다.

▲ 전기차를 타고 에코랠리대회에 참가했던 원희룡 제주도지사. ⓒ뉴스제주

# 전기차는 1500대, 충전기는 1000대... 나머지 500대는 어디서 충전을?

1500여 대의 전기차가 보급됐지만 현재까지 설치되거나 지원된 충전기는 1016기(2014년 말 기준) 뿐이다.

지난해까진 전기차를 보급할 시 반드시 충전기를 확보해야 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충전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만 된다면 전기차를 보급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이 변경되면서 올해 650여 대의 전기차가 충전기 지급도 없이 보급됐다.

그러면서 충전기 보급에 대한 계획이 몇 개월이나 뒤로 미뤄졌다.
그러다보니 실제 올해 6월 초에 전기차를 인도받은 한 주민은 아직도 신청한 가정용 충전기를 받지 못해 매일 같이 차를 충전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청 관계자는 "충전기를 보급하더라도 원활한 유지보수를 위해선 제주도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업체 선정이 늦어지다보니 그렇게 됐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장의 전기차 보급 실적을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일을 추진한 결과가 아니었느냐는 비난이 제기되는 이유다.

도청 관계자는 "업체 선정은 지난 6월 말께, 충전기 납품 업체가 7월 중순에 선정되면서 이제 충전기가 지급되고 있다"며 "늦어도 올해 10월 정도면 전체 차량에 대한 충전기 보급이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전기차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실행 계획도 없이 일단 전기차를 먼저 보급해보자는 정책으로 인해 애꿎은 도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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