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개성 원광대 교수
[1] 도민과 공유하는 스포츠마케팅의 관점

제주에선 한 해 체육행사가 무려 100여회 개최된다.

1000만 명의 관광객을 돌파한지도 벌써 2년차인 제주특별자치도가 만들어 가야 할 스포츠마케팅은 어떤 모습을 띠어야 할까.

스포츠 행사와 관광을 제대로 엮어내기 위해 스포츠마케팅 현장 전문가로 활동했던 문개성 원광대학교 교수를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도민과 공유해볼 수 있을 만한 스포츠마케팅에 어떤 것일 있을까에 대한 관점을 주제로 삼았다.

문 교수는 제주 출생으로 제주 제일고를 졸업했다. 공학사, 예술학석사, 체육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경희대학교 스포츠산업경영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 스포츠 매니지먼트 분야에서 박사 후 연구과정을 거쳤다.

이후 경희대학교 테크노경영대학원 외래교수와 서울올림픽기념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스포츠마케팅 현장 전문가로 활동했다. 현재까지 SSCI급 논문과 한국연구등재학술지에 20여 편의 주저자 연구실적이 있으며, 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 이사, 한국체육학회 영문저널 편집위원 등의 대외적 활동을 하고 있다.

▲ 문개성 원광대 교수. ⓒ뉴스제주

# 제주출신이다. 어떤 애정으로 스포츠마케팅 칼럼에 이어 인터뷰에 나섰나
제주제일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줄곧 서울에서 지내다가 직장에서 우연찮게 스포츠마케팅을 접하게 됐다.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대회를 준비하고 있을 무렵, 막연하게 10년 후 제주에서 진정한 의미의 스포츠마케팅을 접목시킨다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제주도는 방문할 때마다 고요하면서도 역동적인 기운이 가슴을 요동치게 하는 것 같다.

# 10년 전의 계기라 함은?
지난 2006년 11월에 일본 오키나와에 업무 차 출장을 간 적이 있다. 2007년 투르 드 코리아 국제도로 사이클 대회(Tour de Korea) 준비를 위해서 였는데, 벤치마킹이 필요했다. 오키나와는 제주와 흡사한 섬에서 전통이 있고, 국제적으로 승인된 좋은 스포츠이벤트(투르 드 오키나와)를 경험하고자 했다. 그때의 경험이 계기가 됐다. 많은 관광객과 주민들의 참여가 참 인상적이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인상적이었나?
오키나와 관청 건물을 행사본부로 활용했다. 본부에는 그 대회를 위한 초등학생들의 포스터 전시가 있었다. 매년 11월 중에 2일 동안 펼쳐지는 짧은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1년 내내 이 대회를 위한 사전 프로모션을 전략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경기 종류도 다채로웠다. 프로선수들이 출전하는 도로 사이클 외에도 동호인 경주, 제주의 우도와 같은 섬을 관통하는 코스 경기, 장애인 휠체어 경기 등 바퀴가 달린 모든 장치의 향연 같았다. 선수들이 출발하기 직전에 현장에서 허름한 트럭 위에 자리 잡은 재즈 피아니스트 연주는 묘한 긴장감과 흥분을 주기에 충분했다. 대단히 인상적인 이벤트로 기억이 남는다.

# 일본 이외 다른 지역에서는?
말레이시아 랑카위 섬은 최근 각광받는 관광지다. 제주와 같은 섬이다. 이곳에는 국제적으로 승인을 받고 매년 개최되는 투르 드 랑카위 국제도로 사이클 대회가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대회다보니 아시아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이 대회는 랑카위에서 출발해 수도인 쿠알라룸푸르까지 달리는 대회다. 대회명칭 전면에 랑카위 섬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다.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이벤트를 개최하기에 부족한 조건을 잘 극복한 사례로 보였다. 단일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기반시설(도로)을 이용해 재미를 유도하는 이벤트 등을 가미해서 스포츠관광을 주도하는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받고 있다.

# 두 대회 모두 사이클인데, 제주에서 가능성이 있나
제주는 세계적인 자연친화적 환경을 갖고 있다. 도민과 공유하는 정책적 화두는 전기자동차, 풍력에너지, 지나친 개발로 인한 환경훼손 우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 등 환경과 늘 맞닿아 있다.

자전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친환경이다. 또한 인류의 발명품 중에서 최고로 꼽는 단순함 속의 구조적 미학이 있다. 근래에는 제주도 한 바퀴를 감싸는 자전거길 개통의 보도를 자주 접한다. 앞으로 자전거 관광여행 상품이 즐비할 것으로 기대한다.

도로 사이클 경주는 스피드가 있어 질주 본능을 일으킨다. 또한 장비, 복장, 팀 차량 등 비주얼이 어떤 종목보다 화려하다. 다양한 매스 미디어의 재편성으로 사이클 경기라는 상품성을 재생산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췄다.

마케팅 효과성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제주의 아름다운 비경을 바탕으로 어우러진 동적인 경기장면은 정적인 사진 이미지와 함께 제주에 매우 적합한 스포츠이벤트 종목이 될 수 있다.

# 투르 드 코리아 대회는 어떤 대회인가
제가 초창기에 관여했던 투르 드 코리아 대회는 우여곡절 끝에 2007년에 개최된 후 현재까지 매년 6월에 전국 10여 개 안팎 지역에서 10여 일 남짓한 기간에 개최되고 있다. 첫 해에 현역에서 은퇴했던 사이클 스타 랜스 암스트롱을 초청해 스타 마케팅으로 기업 스폰서십을 유치했다.

비록 이후 선수시절의 도핑문제가 세계적 이슈가 되어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 7연패의 타이틀을 박탈당하기도 했지만, 당시 수많은 사이클 동호인들의 관심을 유도하기에는 충분한 조건이었다. 사이클 불모지인 국내대회가 아시아에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초창기엔 엘리트 프로선수 대회와 준프로급 동호인 대회를 동시에 개최했었다. 이는 세계에서 유일한 방식이었는데 지금은 변경돼 각각 다른 시기에 개최되고 있다. 한 번보다 두 번 개최하는 것이 주최기관의 개최명분을 지속하기 위한 방편으로 인해 분리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타당한 정책적 판단이 작용했겠지만 아쉽다. 예산규모는 커졌을지 몰라도 스포츠마케팅과는 무관한 대회로 축소된 느낌이 있어서다.

올해 9년째 개최됐으니 세련된 경기운영 기술의 노하우는 축적됐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협찬 환경이 마련됐다거나 미디어 중계권의 사업화가 추진되는 등의 스포츠마케팅의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게 된 상황이다. 매년 안정되게 개최되는 스포츠 행사와 같은 느낌이다.

▲ 문개성 원광대 교수. ⓒ뉴스제주

# 제주에서의 사이클 대회는 '투르 드 코리아' 대화와 어떤 차이가 있어야 하나
우선 '제주'라는 브랜드를 앞세운 대회는 공신력이 있는 국제적인 기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전 세계 엘리트 선수단뿐만 아니라 자전거 애호가로부터 호기심에서 시작되어 각광받는 대회로 갈 여지가 많다. 제주 자체가 세계적 관광지이기 때문이다.

또한 제주 여기 저기서 개최되는 문화 페스티벌과 접목하기에도 수월할 것이다. 도내 관광지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10년 넘게 함덕 서우봉 해변에서 성공적으로 끌어오고 있는 스테핑 스톤(stepping stone) 국제뮤직 페스티벌은 향후 이벤트의 확장성 측면에서 콘텐츠의 융·복합이 필요한 시점일 수 있다.

이러한 논의는 진정한 지역특화와 세련된 스포츠마케팅과의 접목을 의미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세계 유일한 이벤트가 창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주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 중국 관광객의 급증, 크루즈 관광산업 추진, 사라져 가는 제주 사투리와 세계 언어 관련 국제학술 대회, 인구 증가, 포화된 공항 현실 등 모든 현안이 곧 콘텐츠와 콘텐츠를 연결하는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차원의 콘텐츠가 기획되고 실행됐을 때 진정한 의미의 융·복합과 지역특화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 인터뷰 초반에 언급한 진정한 의미의 스포츠마케팅이란
체육행사와 스포츠이벤트를 구분하는데서 출발할 수 있다. 체육행사는 교육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초등학교 운동회와 동호인을 육성하기 위해 시민이 참여하는 체육관련 행사를 말한다. 스포츠이벤트는 올림픽, 월드컵, 국제 골프대회 등과 같이 미디어로 중계되고, 기업이 협찬하는 대회를 의미한다. 즉 스포츠마케팅 활동을 하는 대회는 후자다.

그렇지만 주최기관에선 체육행사를 하면서 홍보효과, 관광객 유입효과 등이 없다고 얘기하곤 한다.

# 그렇다면 체육행사보다 스포츠이벤트만 도내에서 개최해야 하나
그렇지 않다. 체육행사도 필요하고 스포츠이벤트도 필요하다. 아마추어 종목의 선수를 발굴하고, 동호인을 육성하는 차원의 체육행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예산을 종목별로 적정히 분배, 책정하여 잘 집행해야 할 역할이 바로 관(官)의 의무다.

스포츠마케팅 활동의 공간인 스포츠이벤트는 출발점부터 체육행사와 다르다. 즉 세련된 국제대회 개최, 외국 선수단 초청과 경쟁, 주관 방송사와 신문사 활용, 기업의 스폰서십 환경 조성, 스포츠 스타 배출, 스포츠 기록 양산, 이벤트 외적인 이슈창출 등을 통해 역사를 쌓아가는 사명감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국내외 관광객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고, 실질적 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파생적 관광 상품이 만들어지고, 산업과 산업 간의 융합과 복합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 도내의 스포츠이벤트는 어떤 성격을 갖춰야 한다고 보나
올림픽과 월드컵과 같은 과다한 예산과 기반시설이 필요로 하는 대형 스포츠이벤트는 아닐 것이다. 도 자체에서 그럴 역량을 갖출 수도 없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개최 이후의 시설운영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시설의 리모델링 운영을 통한 수백억 예산감축이란 효과를 보았고, 역할 모델로서 언론의 관심을 갖게 했다. 또한 2018년 동계 올림픽 준비과정에서 IOC의 분산개최 권고를 무시한 채 무리한 시설 투자에 대한 사회적 갈등을 봤다.

4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대형 스포츠이벤트보다 매년 특정시기에 개최되는 국제 스포츠이벤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새로운 시설투자보다 도로, 운동장 등 기존시설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제주의 스토리가 담겨야 한다. 아픈 과거를 세계적인 평화의 메시지로 승화시켜야 한다. 이는 곧 사람들에게 감성과 영혼까지 불어 넣을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투르 드 프랑스처럼 100년 이상의 역사와 자산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투르 드 코리아 10주년이 2016년이다. 제주가 10주년 파생상품의 헤게모니를 잡고, 여러 각도로 스포츠이벤트의 성격을 머리 맞대고 고민하는 장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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