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제주, 오창수 위원장이 사전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 보도에
道감사위, 언론조정 신청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전 돌입?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위원장 오창수)가 지난 10일 KBS제주방송총국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및 언론조정을 신청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道감사위가 이렇게까지 나온 이유는 KBS제주에서 <NEWS 9 제주> 프로그램을 통해 오창수 위원장이 징계대상자였던 이생기 전 해양수산국장으로부터 로비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문제의 방송이 보도된 건 지난 7월 21일.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에 대한 감사결과가 발표된 바로 다음날이었다. 방송 제목도 '감사위에 사전 로비?'였으니 충분히 시선을 끌만한 뉴스거리였다.

▲ 오창수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 위원장. ⓒ뉴스제주

# 문제의 발단

7월 20일에 발표된 道해양수산연구원에 대한 道감사위원회의 감사결과 발표는 충격적이었다. 당시 현직 국장이었던 이생기 전 해양수산국장이 논란의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감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이 전 국장은 해양수산연구원장직을 맡아 수행하고 있을 때 연구원의 리모델링 공사를 추진하면서 특정업체에 법률을 어기면서까지 특혜를 줬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입찰공고일을 40일로 정해야 하나 道해양수산연구원은 20일만 공고했고, 2차 공고에서도 3일이 적은 7일만 공고했다.

이는 사실상 리모델링 공고가 뜬 지 27일 만에 계획서를 들고 오라는 것이다. 2차례 모두 유찰되자 연구원은 A주식회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면서 A시공사는 리모델링을 하면서 임의대로 설계변경 한 후 공시기간을 더 늘려 2억 4500만 원을 증액해 총 3억 2765만 원을 부적정하게 집행했다.

뿐만 아니라 이 전 국장은 해외연수에 선임연구원급을 대상자로 선정해 보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직접 연구원으로 참여해, 15차례의 해외연수 중 무려 9차례나 다녀 온 사실이 적발됐다.

이러한 사실이 그대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전 국장은 경징계 처분을 받는데 그쳤다.

도내 시민사회단체에선 하나같이 '솜방망이 처벌'이라거나 '제 식구 감싸기 여전' 등등의 비난을 퍼부어댔다.

감사결과가 발표되고 난 뒤 KBS제주는 7월 21일 방송을 통해 "道감사위원장과 해양수산국장이 감사위 의결 전에 사전 교감이 있었던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서도 7월 22일 논평을 내고 "이게 사실이라면 판결 전에 피고인이 재판장을 직접 만나서 처분을 가볍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결국 이생기 전 국장은 7월 27일 대기발령을 받고, 8월 3일 하반기 정기인사를 통해 제주발전연구원으로 파견됐다. 해양수산국장 자리는 현공호 부이사관이 맡게 됐다.

# 한 달 후, 道감사위의 반격... 법적분쟁 가나

방송이 있고 난 뒤, 道감사위는 고민에 빠졌다.
오창수 위원장은 방송 보도가 있고 난 10여일 뒤 8월 초에 KBS제주 본사를 직접 찾아갔다.

道감사위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오 위원장은 KBS제주 간부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으나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한 채 돌아와야 했다.

道감사위 관계자는 "해당 보도가 사실이 아님을 전했지만 인정을 하지 않은 채 아무런 말이 없었다"며 "그래서 절차대로 진행하겠다고 전하고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道감사위는 8월 24일에 이르러 KBS제주에 정정보도 요청을 보냈다.

道감사위는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사실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보도함으로써 위원장과 감사위원회의 명예와 공정성에 대한 도민의 신뢰를 저해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한 점에 대해 정중히 정정 보도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道감사위는 KBS제주 방송국으로부터 9월 7일까지 반응이 없자, 바로 그 다음 날인 8일에 언론중재위원회 제주사무소에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따라 조정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오창수 道감사위원장은 KBS제주와 전화통화로 취재 당시 사전 동의를 얻지 않은 채 무단으로 녹취된 음성을 자의적으로 편집해 사용했다는 이유를 들어 손해배상도 언론중재위원회에 함께 청구했다.

道감사위 관계자는 "언론중재위에 청구한 뒤 아직 KBS제주로부터 연락이 온 건 없다. 언론중재위에서 어떻게 처리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 결과를 보면서 법정다툼으로 가게 될 수도 있는 것으로 위원장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道감사위 관계자는 "하지만 지금 입장에선 속단할 수 없다"며 "언론중재위에서 처리되는 과정에 KBS제주가 받아들이고 정정보도가 된다면 법정다툼까지는 가지 않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논란의 확대를 경계했다.

즉, 손해배상도 함께 청구했지만 KBS제주에서 정정보도에 합의만 한다면 취하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만일 현재처럼 KBS제주에서 보도 내용에 대해 잘못이 없다고 판단해 정정보도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이생기 전 국장이 오창수 위원장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눴느냐의 진실공방으로 번지게 될 전망이다.

사실상 이 부분을 밝히기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그는 청탁을 했을까 안 했을까

KBS제주는 제주도해양수산연구원에 대한 감사결과 발표 전 두 사람 사이에 부적절한 만남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오 위원장이 이를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오 위원장은 징계요구 대상자와 만난 사실에 대해 KBS제주 측에 충분히 설명했고 취재기자는 그러한 사정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만남 자체를 부인하고 사실을 감추려고 거짓말 하는 것처럼 허위보도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KBS제주에서 이렇게까지 강공모드로 나가는 건, 이생기 전 국장의 비위사실이 꽤 큰 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징계에 그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징계 처분이 내려지기 전 때마침 이 둘이 만났으니 시민사회단체들이 제기하는 것처럼 피고인이 재판장을 직접 만나 처분경감을 요청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정황상 당연한 귀결처럼 아귀가 들어맞기는 하나 이건 어디까지나 심증일 뿐, 청탁을 했다는 직접 증거가되지 못하기에 향후 KBS제주에서 어떻게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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