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민식 제주특별자치도 부교육

강원도 동해시에서 태어난 홍민식 제주특별자치도 부교육감은 강릉고와 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IOWA)대학에서 교육행정학 박사를 취득했다.

제3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지난 1991년 공직을 시작한 홍민식 부교육감은 이후 교육부 인재정책실 과학인재육성과장, 과학기술정책실 과학기술인력과장, 대학지원실 대학지원과장 및 대학재정지원과장 등을 거쳤다.

이후 2013년 7월부터 강릉원주대학교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9월1일자로 제주특별자치도 부교육감으로 취임했다.

제주의 첫 인상에 대해 그는 “강원도 태생이어서 그런지 제주에 대한 친근감이 유독 크다. 시간이 흐를수록 제주에 대한 애착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뉴스제주>는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은 홍민식 부교육감을 만나 그간 소회와 더불어 제주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와 이에 대한 개선책을 들어봤다.

▲ 홍민식 제주특별자치도 부교육감 ⓒ뉴스제주

■ 제주특별자치도 부교육감으로 취임한지 1년이 됐다. 도민들에게 인사말을 해달라.

먼저 지난 1년 동안 많은 성원과 사랑을 보내준 도민들에게 감사드린다. 경쟁과 서열의 교육문화에서 배려와 협력의 교육문화로 변화의 물꼬를 만드는 데 일조 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1년을 맞고 보니, 확실히 교육정책 및 교육문화의 변화 속도보다 시간의 속도가 빠른 것을 알 수 있었다. 도민들께서도 지난 1년이 빨리 흐른 반면, 정책이나 문화의 변화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고 느끼실 것이다.

모든 변화는 소통과 공감, 합의의 과정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변화의 바람은 한 두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민들과 교육가족들이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도민들과 소통‧협력하고 합의하면서 학교와 우리 아이들에게서 조금씩 감지되고 있는 변화의 바람과 물꼬가 우리 삶에 더욱 물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난 1년동안 제주 교육을 위해 소통의 통로가 되어준 <뉴스제주>에도 감사드린다.

■ 취임할 당시를 떠올려보면, 10년 만에 제주교육 수장이 바뀐 지 2달 밖에 안 될 때였다. 연착륙을 못했다면 자칫 제주교육이 큰 혼란에 봉착할 수도 있었다. 부교육감께서는 제주에 적응도 안 된 상태에서 매우 바쁜 나날을 보냈을 거라고 본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지금 제주교육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보나.

취임할 당시를 떠올려보면 하루하루 긴장의 연속이었다. 제주교육에 쏠린 도민들의 시선과 기대가 매우 컸다. 기대감이라는 것은 불안감을 동반하기에 자칫 제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도민들의 기대가 불안감으로 바뀔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컸다.

부교육감 위치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제주교육을 빠르게 파악하는 데 무엇보다 주력했다. 그리고 이석문 교육감 정책이 안정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교육청 직원들을 비롯한 의회, 언론 등과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신뢰를 쌓는데 주력했다.

이러한 노력들이 쌓여 지난 1년 큰 탈 없이 제주교육이 안정적으로 자리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하루하루 바쁜 업무를 처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제주 생활에도 적응이 됐다. 바빴던 지난 1년의 시간들이 제 삶에 좋은 자양분이 됐다. 이 기회를 빌려 지난 1년 부족한 저를 잘 믿고 소통‧협력해 준 모든 제주교육 가족들에게 감사드린다.

■ 밖에서 바라봤던 제주교육, 그리고 제주 안에서 바라보는 제주교육, 어떤 차이가 있나.

누군가는 제주를 가리켜 우리나라의 1% 밖에 안 된다고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는 이전부터 제주의 1%는 대한민국 100%를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1%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주의 저력은 교육을 통해 일찌감치 확인했다.

학업성적이 전부는 아니지만 이미 밖에서 제주교육이 수능 1위, 청렴도 1위, 교육부 평가 상위권 등의 성과를 꾸준히 일궈온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영어교육도시와 작은 학교 활성화 등으로 촉발된 제주 이주 열풍도 피부로 느꼈다.

제주교육에 대해 갈수록 커지는 국민들의 관심 속에서 저도 제주에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했는데, 운이 좋아 이번에 제주에 오게 됐다.

제주에 와서 제주교육의 저력과 발전 잠재력이 상상한 것보다 더 크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이나 학교 시설, 교사의 열정과 수준, 아이들의 학력수준 등 하드웨어나 인적자원 면으로는 어느 지역보다 훌륭한 조건을 갖고 있다.

정책적인 노력과 지원이 더욱 세심하게 뒷받침되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 한국교육의 새로운 모델이 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 제주교육이 개선해야 할 부분을 이야기한다면.

이석문 교육감도 누누이 강조하지만 출산율 저하로 학생 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문제에 지금부터 대처를 해야 한다. 이석문 교육감의 철학인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에는 출산율 저하에 대한 위기의식이 반영되어 있다.

이제 아이 한 명, 한 명의 역량을 잘 키우는 교육을 펼쳐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가 본연의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교육 중심 학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교육청은 효과도 생각하지 않고 관행과 타성에 따라 하는 업무는 과감히 덜어내고 학교현장을 지원하는 행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중3 학생들의 절반 수준을 탈락시켰던 고교체제를 개편해야 한다. 아이들이 성적에 밀려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꿈과 끼, 잠재력에 기반해 고등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체제로 전환돼야 한다.

이러한 정책은 단기간에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지만 지금부터 도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 협력하고 신뢰와 합의를 형성하면서 제주교육 앞에 놓인 구조적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 홍민식 부교육감 ⓒ뉴스제주

■ 제주 교육청의 제1 공약인 고교체제 개편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최근에 일부 학교를 중심으로 일반계고 전환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잘 추진될지 걱정도 크다.

현재 제주의 고교체제는 1980년대 고교평준화 이후 특목고, 평준화 일반고, 읍면지역 일반고, 특성화고의 서열화 된 수직적 체계를 유지해 왔다.

이로 인해 초등학교, 중학교 교육은 서열화 된 고교체제에서 상위의 학교로 가기 위한 준비 기간으로 인식되어 왔다. “제주에서는 대학보다 고등학교 들어가기가 더 힘들다”는 말이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급격한 사회변화를 고려할 때 현재의 한 줄 세우기식 학력 경쟁 구조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적합한지 성찰해야 한다.

아이들은 다변화된 산업‧직업군 속에서 저마다의 다양한 역량을 발휘하며, 즐겁고 건강하게 살아가야 한다. 아이들의 꿈과 잠재력을 미래 사회의 역량으로 꽃피울 수 있는 교육적 토대가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한 핵심 정책이 ‘고교체제 개편’이다. 지금처럼 성적과 서열에 밀려 학교를 가는 것이 아닌, 자신의 꿈과 잠재력을 잘 키워줄 수 있는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체제로 개편할 계획이다.

고교체제 개편의 가장 큰 화두는 읍면 고등학교의 활성화와 특성화 고교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학생들의 적성과 소질에 따라 가고 싶어 하는 학교로 만드는 것이다.

읍면 고교 활성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성산고를 국립 해사고로 전환하는 데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읍면 고교도 지역주민‧동문‧학교현장 등과 지혜를 모으면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고교체제 개편을 둘러싸고 도민사회에서 의견이 활발하게 개진되고 있다. 그동안 잠재해 있던 제주교육의 문제가 공론장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긍정적 현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서두르지 않고 도민들과 소통‧합의하면서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고교체제 개편’을 실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 지난해 ‘9시 등교’가 전국적으로 논란이 됐다. 그 흐름에 맞춰 올해부터 제주에서도 ‘아침밥이 있는 등굣길’이 시행됐다. 한 학기가 지난 지금, 정착됐다고 보나.

제주 아이들의 비만율이 전국 최고수준인데, 이를 해결하려면 결국 전국에서 가장 높은 아침결식율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해, ‘아침밥이 있는 등굣길’이 시행되었다.

현재 거의 모든 학교가 참여하고 있고, 아침밥을 먹는 비율도 늘어나는 추세다. 학교나 가정 모두 긍정적 반응이 많다. 10~30분 여유라고 하지만, 가정의 체감도는 큰 것 같다. 이전보다 확실히 여유롭게 등교를 준비한다는 반응이 많다.

대입이 있는 고등학교는 초‧중학교에 비해 변화의 폭이 비교적 적은 것 같다. ‘아침밥이 있는 등굣길’이 아이들의 건강증진과 함께 공부 시간의 ‘질’ 관리의 성격을 담고 있기에, 학력에도 도움이 되는 정책이다. 정책의 긍정성을 잘 홍보하면서, 고등학교에서도 잘 자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

■ 제주는 지난 2006년 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며 교육자치가 본격 시행됐다. 10년이 됐지만 교육자치는 여전히 안정적이지 못하다. 교육자치 실현을 위한 선결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지방교육자치는 지역의 교육문제를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창의를 바탕으로 지역 실정에 맞게 운영하기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제주는 특별법에 의해 여러 특례와 자율성이 부여되어 있는데 이를 활용해 제주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우리 제주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시책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실질적인 자율성 확보도 전제되어야겠지만, 우리 교육가족들도 보다 창의적으로 제주 실정에 맞는 교육행정을 펼치려는 마인드 전환이 필요하다.

아울러 교육자치 실현을 위해서는 교육재정이 지금보다 안정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제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이 1.57%로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변동이 없다.

특별자치가 실시된 지 10년이 됐다. 그동안 제주교육 여건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교육재정 수요산정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학생수가 증가하면서, 전국 학생수에서 제주 학생수가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증가되고 있다.

현재 여건에 맞는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1.57%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 올해 제주형 혁신학교 '다혼디 배움학교'가 시작됐다. 가까이서 지켜본 성과와 향후 확대 적용 가능성은?

시행된 지 한 학기 정도 지난 상황이라 이제야 한 발 정도 나아갔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 그러나 학교와 지역 현장에서는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는 것 같다.

학교별로 편차가 있지만 변화와 성과가 만들어지고 있다. 교직원과 지역주민, 학생이 협력하고 소통하면서 교육과정 등을 함께 결정하고 있다. 교육주체들의 자발적 협력과 민주성으로 만들어진 ‘배움의 교육문화’가 교실로 전해지고 있다.

교사가 수업과 상담 등에 집중하면서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꿈과 끼, 잠재력을 키우고 있다. 아이들에게 지역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펼치고, 미래사회 변화에 대비한 핵심역량도 키우고 있다.

성과를 토대로 ‘다혼디배움학교’를 도심 학교 및 중고등학교에까지 확대하는 것을 점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다혼디배움학교’는 큰 학교나 중‧고등학교에서도 운영 가능한 학교다.

실제 타 지역에서는 작은학교 뿐만 아니라 대규모 학교, 중‧고등학교에서도 성공 운영 사례를 볼 수 있다.

제주에서도 다혼디배움학교 학부모 및 지역주민들이 중‧고교까지 확대 지정을 요청하고 있다. 지역 상황 및 학교 구성원들의 요구 등을 반영하여 규모 및 급별에 구분없이 확대 지정할 계획이다.

■ 개인적 질문을 하겠다. 쉴 땐 뭘 하는지

개인적으로 등신과 숲길 걷기를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한라산이 있고, 오름과 올레길, 숲길로 둘러싸인 제주는 저와 아주 궁합이 잘 맞는 곳이다.

쉴 때마다 한라산과 오름을 오르고 올레길, 숲길 등을 걷고 있다. 하루 종일 제주의 자연과 호흡하다보면 몸과 마음이 맑아지고 생각도 정리되어 자연스레 삶의 재충전이 된다.

자주 올 여건은 안 되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가족들도 제주에 내려와 함께 제주의 자연을 만끽하고 있다. 저를 포함한 가족 모두가 제주의 매력에 매료됐다.

틈틈이 제주 역사와 문화도 배우고 있다. 제주 역사와 관련한 책들을 읽으면서 제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제주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관광지로 발전하기까지 많은 아픔과 고난이 있었음을 절감하고 있다. 제주는 교육자로서 저를 한 단계 성숙시킨 소중한 곳이다.

■ 도민과 교육가족들에게 어떤 부교육감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잠시 머물다간 ‘외부인’이 아닌, 학교현장 및 지역주민과 정(情)과 신뢰로 교감했던 친구 같은 부교육감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권위는 강제로 지시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신뢰와 공감 속에서 피어난다. 제주특별자치도 부교육감이라면 누구보다 학교현장 및 지역주민을 자주 만나고, 두터운 신뢰와 공감대를 쌓는 데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에 대한 도민들의 신뢰가 형성되고, 제주교육 본연의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앞으로도 제게 부여된 책무와 사명을 수행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시간이 날 때마다 교육현장을 찾아 끊임없이 소통하며 정과 신뢰를 쌓아가겠다. 이러한 저의 노력들이 행복한 제주교육을 만드는데 밑거름이 될 수 있다면 큰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도민들과 교육 가족들도 제주교육에 많은 사랑과 성원을 보내주시고, 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 드린다. [뉴스제주 - 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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