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태문 제주시교육지원청 교육장

흔히들 교육지백년대계(敎育之百年大計)라고 한다. 그만큼 교육은 허투루 이뤄질 것의 성격이 못 된다.

인간의 수명이 기껏해야 100년도 안 되는데, 최소 그 만큼은 내다봐야 한다면 한 두 명의 머리를 맞댄다고 계책이 마련될 리가 없다.

교육 정책은 교사나 학자들만 모여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학생과 학부모, 지역사회, 주민들 모두가 해당 지역의 교육과정에 얽혀 있어 모든 이들의 이해관계 속에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그 중에서도 교육 대상자인 ‘학생’이 중심이 돼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늘 그래왔듯 정책입안은 이를 제정하고 집행하는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몫이었기에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오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교육지원청이 있다.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주고 직접 각종 행사나 프로그램 지원을 통해 학생 중심의 서비스를 하는 곳이 지원청이다. 제주도에 있는 두 곳 행정시 가운데 제주시교육지원청을 찾아 황태문 교육장을 만났다.

▲ 황태문 제주시교육지원청 교육장. ⓒ뉴스제주

# 교육지원청을 어떤 기조로 이끌고 있나
지난 2014년 9월 1일 취임하면서 전 교직원들에게 즐겁고 신명나게 일하는, 행복한 제주시교육지원청을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당시 교육가족들에게 5가지를 당부했다.

1. 아이들이 행복한 제주교육문화 조성 2. 모든 정책과 행정은 자율과 책임의 원칙 속에서 추진 3. 학교, 학부모, 지역사회가 교육정책과 행정에 대해 공감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신뢰감 형성 4. 학생과 현장 중심의 교육, 찾아가는 교육 추진 5. 배려하고 사랑함으로써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 등이다.

이런 마음으로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잘 듣고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학생들에겐 꿈을, 교사들에겐 보람을, 교육가족들에게는 최고의 만족을 주는 제주시 교육을 만드느라 부단히 노력하다보니 어느덧 일 년이 지났다.

앞으로도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따뜻한 제주 교육이 될 수 있도록 인성교육과 환경교육, 제주정체성 교육에 중점을 두어 ‘행복교육’을 향해 더욱 힘차게 추진하겠다..

# 올해 교육지원청의 역점과제는
올해 제주시교육지원청은 ‘바른 인성과 꿈을 키우는 행복한 제주시교육’을 목표로 세웠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4대 교육중점사업을 정하고 ▲맞춤형 진로진학교육 ▲제주형 자율학교 지원 ▲평화·인권 교육지원 ▲꿈과 끼를 키우는 동아리 활동 ▲덜어내고 지원하는 학교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맞춤형 진로진학교육은 자유학기제 운영과 연계해 한 학기동안 학생들이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토론, 실습 중심의 참여형 수업과 진로탐색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하여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제주형 혁신학교인 ‘다혼디 배움학교’로 지정된 납읍초, 종달초, 애월초는 통폐합 위기에 놓여있던 작은 학교였으나 창의적이고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제주교육의 중심’으로 거듭나고 있다.

또한 4ㆍ3에 대한 바른 이해를 통해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알고, 나라 사랑 교육을 바탕으로 평화 통일 의지를 함양토록 지원하는 평화ㆍ인권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더불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재능기부, 문화예술 특화프로그램 운영, 다양한 동아리 활동, 학교스포츠 클럽활동을 통해 창의적 표현 능력과 바른 인성을 함양하고 학교폭력 없는 즐거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노력하고 있다.

#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교육부로부터 ‘인성교육 우수 교육지원청’으로 선정됐다
우수 교육지원청으로 2년 연속 선정되면서 교육지원청 주관 인성교육 지역단위 네트워크 사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인성중점학교 6개교와 인성동아리 2개교를 선정해 학교별, 동아리별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 자체사업으로 ‘가족사랑 행복교실’, ‘작은 나눔! 큰 기쁨!’, ‘우리 동네 푸르게! 아름답게!’, ‘지구촌 희망 씨앗 날리기’ 프로젝트도 가동 중이다.

‘가족사랑 행복교실‘은 외도초, 아라중, 조천중 학부모와 학생(60가족 119명)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2시간씩 운영되고 있다. 학부모와 학생이 함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의 가치를 이해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시간이다.

‘작은 나눔! 큰 기쁨!’은 추석을 맞아 독거노인, 한부모 가정, 지역기관 등에 송편을 나누는 체험을 하고 있다. ‘우리 동네 푸르게! 아름답게!’는 학교의 낡은 담장을 학생들이 직접 그리고 채색하면서 협동과 배려의 덕목을 키우게 하고 있다. ‘지구촌 희망 씨앗 날리기’는 아프리카의 신생아들을 위한 털모자 뜨기 및 희망 편지 쓰기 봉사 활동으로 전개하고 있다.

‘1000가지 감사노트 쓰기’는 신청한 초ㆍ중학교에 자체 제작한 감사노트 쓰기를 배부해 교직원, 학생, 학부모가 감사노트 쓰기에 참여하게 하고 있다. ‘퍼져라! 행복엽서 쓰기’는 올해 어린이대축제에 참여한 학부모와 어린이들에게 배부하여 행복엽서 쓰기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차별화되고 다양한 인성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학생, 학부모, 교사가 모두 즐겁고 기쁜 ‘행복교육’을 지향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 학생들의 진로교육, 어떻게 지원하고 있나
올해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과 연계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이 연계하여 진로체험지원센터를 구축하고 있는 추세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 학생들의 진로교육에 앞장서고 있는 반면 제주특별자치도는 진로교육에 관심이 적은 실정이다. 지방자치체단체가 능동적으로 학생들에게 학교급별 진로탐색, 진로체험 기회제공, 진로심리검사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안내 및 상담의 역할을 담당할 진로체험지원센터를 구축해 학생들의 진로교육 활성화에 내실을 기해야 한다.

올해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한 진로체험지원센터 구축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노력 부족으로 합의를 이룰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시 교육지원청에선 자유학기제 예산 3000만 원으로 진로체험지원센터 구축비를 마련하고 제주영상문화연구원과 위탁 계약을 하여 지난 9월 9일에 ‘꿈팡’을 열었다.

‘꿈팡’은 ‘꿈을 찾는 곳’, ‘꿈이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게 해주는 보금자리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 될 것이다. 진로체험 지원 전산망 꿈길 운영을 비롯해 자유학기제 지역 협력 구축, 진로체험처 발굴 및 프로그램 발굴ㆍ관리, 진로체험처 매칭 등 제주시교육지원청과 함께 제주시 지역 진로체험의 허브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내년 2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 중학교 입학을 앞둔 학부모들의 근심이 많다. 중학교 학군 배정에 대한 소문이 무성한데...
제주시 교육지원청에서는 지난 7월 24일 제주특별자치도 중학교 학교군 추첨방법 고시 중 제2조 2항 규정에 근거해 제주시 중학교 학교군 내 배정방법 변경(안)을 추진 중에 있다.

이는 교육장이 통학 편의 등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학교군 내 희망학생에 한해 ‘선배정 또는 배정제외 중학교를 지정 운영할 수 있다’라는 규정에 근거한다.

현재 추진 중인 중학교 학교군 내 배정방법 변경(안)은 학부모 설명회, 학교방문 설명회, 학교장 및 학교운영위원장 의견 수렴, 기존 선배정 대상 학교 및 조정된 공동학구 학교 5, 6학년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 실시, 학교관계자 협의회 개최, 학교배치 업무협의회 개최 등을 통해서 다각적으로 의견 수렴하여 면밀하게 검토 중에 있다.

또한 제주시 중학교 학교군 내 배정방법 변경(안)은 9월 중 20일간 행정 예고 기간에 접수된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10월 중에 확정할 계획이다.

# 교육장의 외길 교육 인생은 어떠했나
제주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초임 발령지인 안덕중학교에서 체육교사로 첫 교편을 잡은 후 11개 학교에서 근무했다.

추자중학교, 서귀포여자중학교, 제주중앙중학교 교감을 거쳐 김녕중학교에서 교장을 역임했다. 교직은 내게 주어진 숙명이요 천직이라 생각하고 지금까지 임해왔으며 학생들과 함께하는 것이 늘 기쁘고 행복했다. 교육장으로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지만 틈이 날 때마다 민오름을 오르면서 제주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매주 수요일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가져 밥상머리 교육의 모범을 보이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직원들과도 너그럽고 인자한 아버지 상으로 거리낌 없이 대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남아 있는 재임 기간 동안 모든 교육가족이 행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새로운 정책을 수립해서 추진하는 것보다 지금까지 추진해 온 정책들을 점검하고 의견을 수렴해서 부족하고 미비한 점을 보완해 내실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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