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정치권, 현안 해결책을 ‘여의도 정치’에서만 찾는 듯
․靑-政, 인사쇄신,내부조직정비와 지도부 솔선수범 우선돼야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의 사의 후 현 정권의 도덕성 문제로 여야가 날선 논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 언론들은 다시 새로운 먹이감을 찾았다. 청와대 인적쇄신론과 내각 개편론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누가 어느 수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친박 계열 의원들이 장관이 될 것이다’라는 등의 여의도발 하마평이 신문과 인터넷, 방송을 가득 채우고 있다.

물론 이런 하마평이 언론의 주요 기사 자리를 차지하게 된 건 한나라당 쇄신위원회 활동에서 나온 다양한 말 때문이다. 특히 지난 6월 2일 쇄신위원장인 원희룡 의원이 “정부와 청와대의 대대적인 인사쇄신이 필요하고, 민심 이반과 집권 여당의 역할을 못한 반성 차원에서 당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했던 주장은 언론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쇄신위는 이외에 “국민통합과 탕평을 이룰 수 있는 인사가 되어야 하며,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인사권자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등 야당과 이들 편에 선 언론은 쇄신위의 의견을 빌어, MB의 인사 스타일과 소위 측근으로 불리는 핵심 참모들에 대한 독설을 쏟아냈다.

이런 가운데서도 청와대는 ‘눈치 없이’ 천성관 前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 후보로 내정했고, 3주 만에 후보와 청와대 모두 상처만 입고 말았다. 그 후폭풍을 막아보려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했지만 국민들은 싸늘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이런 상처를 입은 지 며칠 지나지도 않은 지난 16일 청와대는 세간의 추측을 비웃듯 현병철 한양사이버대 학장을 국가인권위원장으로 내정했다.

#탕평책에 대한 동상이몽#

민주당을 위시한 야당과 이들의 편에 선 매체들은 신이 나서 청와대와 여당을 맹공격하고 있다. 이들은 천성관 후보에 대한 논란과 현병철 학장 내정에 대해 ‘현 정권 인사의 본질을 보여주는, 고질적인 구멍’이라고 비난한다. 현 학장에 대해서는 ‘인권 강의’를 해대고 있다.

한편, 여당은 지금 이 시각에도 이 같은 야당과 주변 매체들의 비난에 별 다른 반응이 없다. 그저 그때그때 간간이 반박하는 대변인들의 성명만 있을 뿐이다. 여당의 속내는 이 문제에 대한 대응보다는 ‘다음 자리에는 누가 갈까’에 더 관심이 있는 눈치다. 어떤 이는 ‘도울 일이 있으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다짐을 공공연히 밝히기도 한다.


다른 이는 여당 내 계파 간의 ‘탕평’을 거론하며 ‘누구누구 의원이 장관이 될 거 같다’고 언론에 이야기를 흘리기도 하고, 다른 이는 ‘청와대 내에 새로운 자리가 생길 것 같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여당 내에서 다양한 생각이 나오는 건 ‘민주적 의견개진’이 아니라, ‘탕평’에 대한 각자의 해석 때문이다. 여당 내부에서는 친박-친이계에 따라 다르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의원 또는 세력들은 이번 인적쇄신을 통해 ‘입신양명’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친이계로 분류되는 의원 또는 세력들은 ‘이번엔 나도 기회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정신이 없다.

여당 밖도 ‘탕평’이라는 말에 혹해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 지역의 지지를 얻기 위해 다른 당 의원을 총리, 장관에 앉힐 것이라는 이야기, 친박 계열 포용을 위한 장관직 할애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현 정권이 이야기하는 ‘탕평 인사’가 예전의 ‘강부자’ 논란을 일으킨 인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대체 왜 ‘여의도 사람’들은 국민들의 정서는 무시한 채 이런 주장을 해댈까. 그건 그들이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권력을 쥐기 전까지는 자신의 주장이 모두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입신양명의 기회를 엿본다. 어떻게 운이 좋아 권력을 쥐게 되면 이후 자신의 모든 행동, 심지어 화장실에 가는 일조차도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것이라고 합리화한다. 그 주변을 기웃거리는 자들은 이런 정치인들의 비위 맞추는 데 급급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이들은 국회의원 한 번 하면 ‘세상 모든 것은 나를 중심으로 돈다’고 착각한다.

이런 정치인들이 보는 ‘탕평’은 뭘까. 간단하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속물들처럼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인사는 모두 ‘탕평책’이라고 부른다. 그 반대의 경우에는 물론 길길이 뛰며 ‘독선과 아집’ ‘독재’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난한다.

여기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그렇다면 여당 쇄신위가 말하는 ‘국민통합과 탕평’은 어떤 수준이란 말일까. 지금도 국회 내에서 ‘땅따먹기’나 하고 있는 상황으로 볼 때 여당 내에서는 여기에 대한 명쾌한 답을 찾기가 한동안은 어려울 듯 하다.

한편, 언론들은 이런 정치인들끼리 자기 이익을 위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패싸움’ 벌이는 장면을 보면서 이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느라 정신없다. 언론 보도는 ‘진짜 민심’이나 국민의 평가 보다는 정당이나 각 계파 소속 정치인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런 보도가 각 정부 기관의 여론 동향 보고에 반영돼 청와대와 주요 정부부처 수뇌부에 보고되다 보니 권력 핵심들이 실제 여론과 유리된다는 점이다.

#인적쇄신, 주요 위치 ‘수뇌부’ 바꾸는 일에만 급급#

게다가 이런 구조를 누군가 문제 삼을 가능성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여의도 정치인’들은 앞으로도 청와대와 정부의 인적쇄신론만 나오면 ‘어느 수석은 누구, 어디 장관은 누구’라는 식의 이야기를 해댈 것이고, 언론은 이를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현 정권은 어떻게 해야 정치인들이 아닌, 국민들로부터 지지받는 인사 정책을 펼 수 있을까. 해답은 지금까지의 인사 정책과 언론 보도 속에 있다. 지금 국민들이 언론을 통해 듣는 하마평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수뇌부’에 대한 이야기다. 청와대는 수석 비서관, 정부부처는 장차관급에 대한 하마평만 있다.

하지만 이들이 바뀐다고 과연 지금까지 무슨 일이든 간에 지지부진하던 이명박 정권의 정책이 순풍 탄 배처럼 잘 진행될까. 일각에서는 ‘수뇌부가 똑똑하면, 아랫사람들도 저절로 따라갈 것’이라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지금까지 만난 주요 부처의 실상은 달랐다.

청와대를 보면 뭔가 열심히는 하는 거 같은데 결과를 봤을 때는 대체 뭘 하는지 궁금할 정도였고, 정부 부처와 산하 기관들은 실무자들과 지휘부의 의견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 무엇보다 공통적인 문제는 ‘수뇌부가 일일이 모든 일을 직접 챙기고 있고, 실무자들은 마지못해 거기에 맞춰 따라가는 형태’였다는 점이다. 이런 모습에서 왜 정부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 하는가 하는 점이 일부는 이해되기도 했다.

현 정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알게 되면 흥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무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게 아니다. 5년마다 선거를 통해 바뀌는 정권이 국민들의 지지를 못 받을 것이라고 판단할 경우에는 현재의 권력에 무조건 충성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생각한다. 자칫 정권이 바뀌면 지난 정권에서의 일들로 인해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수뇌부들 입장은 다르다. 5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공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정권 이후의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다. 정치인 출신은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정치권 등 외부에서 들어온 수뇌부들은 급한 마음에 현실적인 과정이나 논리,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지는 입장을 고려하기 보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부서 직원들만 몰아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실무 담당자들은 자신이 책임지게 되는 게 두려워 관행이나 규정 등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그저 현황과 외부 입장을 상부에 전달하는 입장에서 그치기도 한다. 불리한 정보는 중간에서 빼먹기도 한다. 다른 부처와의 협조가 필요한 경우에도 상하 간의 입장이 달라 일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현상이 점점 퍼지면서 이번 정권은 정부 차원에서 뭔가 일을 추진한다고 발표해도 실제로 결과가 나오는 일이 드물고, 충분히 예방 가능한 문제조차도 책임지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그러다보니 일이 터진 뒤 뒤늦게 수습하는 일만 일어나고 있다.

#인사쇄신과 정권의 성공, 시작은 내부정비부터#

이 같은 상황들을 살펴보면 현 MB 정권과 지난 정권의 난맥상에 유사한 점이 있음을 볼 수 있다. 지난 정권들이 김정일 정권과의 유대관계를 중요시하고, 좌파 진영의 의견을 대폭 수렴하면서 민심이 혼란스러워지자 주요 정부부처 실무자들이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었다. 안보부처의 일부 실무자들은 겉으로는 정권의 요구에 맞추는 듯 하면서도 실제로는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풀기도 했다. 이런 행동은 나중에 정권교체에 상당 부분 도움이 됐다.

이런 여러 가지를 보면 현 정권이 ‘인사쇄신’을 내세우기 이전에 무엇을 중요하게 봐야 하는지가 보인다. 바로 ‘현실감각’과 ‘실제 여론’이다. 현 정권이 ‘강부자 정권’ 등의 비난을 받는 것은 단순한 좌파 진영의 언론 플레이가 아니다. 좌파 진영의 득세는 ‘빈틈’에서부터 시작한다. 대표적인 빈틈이 인재를 등용할 때 우리 국민들이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이해 못하는 듯한 인사 정책이다.

특히 여당과의 관계, 대통령과의 친분 관계를 고려한 듯한 인물들이 눈에 잘 띄는 자리에 배치되는 건 좌파진영에 표적을 만들어 주는 꼴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청와대와 핵심 부처의 실무자들과 ‘수뇌부’라 할 수 있는 수석비서관, 장차관 등에 임명된 사람들이 ‘대화의 기술’이 부족한 경우가 다수인 바람에 임명 후에도 조직 장악은커녕 내부 의사소통조차 제대로 안 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다 주요 부처 실무자들이나 청와대 행정관들의 경우 외부 유명 인사나 고위급 인사들을 자주 만나다보니, 자신들이 국민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각종 제안과 생생한 정보의 중요성을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런 요소들이 합쳐지면서 나타난 결과들이 정권을 갉아먹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여당이 요구하는 ‘인사쇄신’은 물론, 국민들로부터도 성공적인 정권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해답은 조직 정비와 활발한 의사소통에 있다.

지금 상황에선 우선 청와대 수석실에 대한 대대적인 내부조직 정비가 필요하다. 이 때 먼저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조직 정비는 사람을 무조건 자르고 바꾸는 게 아니라, 활동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부처 실무자와 수뇌부들이 사무실을 떠나, 마치 기자들처럼 국민들 사이를 이리저리 누비고 다니는 걸 습관화시키는 것이다. 이 때는 어떤 선입견도 배제한 채 정권을 비난하는 말조차도 충분히 듣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원님 행차’하듯 시끄럽게 다니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일을 만들면, 책임자들이 모든 걸 책임지고 수뇌부에 보고하고 추진해야 한다. 수뇌부 또한 한 번의 실패로 부서 자체를 질책하거나 사람을 갈아 치우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자칭 우파’와 ‘진짜 우파’들을 가려야 한다. DJ정권에서부터 지금까지를 살펴보면, 지난 정권이 한창일 때는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려웠던 ‘우파’ 인사들이 언제부턴가 급격히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대선 전후 학계, 재계 등에서 ‘자칭 우파’라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튀어 나왔다. 당시 대다수 언론으로부터 조롱과 인신공격을 당하고 별 희한한 혐의로 형사처벌까지 받았던, 기존 우파 진영에서는 이런 이들의 출현에 내심 불안해 하면서도 정권 교체를 위해선 필요하다는 마음에 아무런 비판 없이 함께 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뒤 이들 ‘자칭 우파’들의 활동은 정권 주변에 ‘숟가락’을 걸쳐 놓기 위한 작업이었던 게 드러났다. 나름대로 사회적 명성이 있으면서도 활발하게 활동했던 일부 우파 인사를 제외하고는, 지난 정권에 극렬히 반대하면서 활동하던 ‘진짜 우파’들은 지금도 ‘극우세력’이라고 언론으로부터 손가락질 받으며 지내고 있다. 그 뒤에는 그럴싸한 ‘명함’으로 호가호위하는 ‘숟가락 우파’가 있다.

이처럼 원칙도 신념도 없는 ‘숟가락 우파’들은 현 정권에 부담이 되는, 다양한 설화를 만들어 내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이런 ‘숟가락 우파’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현 정권이 아무리 ‘중도강화’를 주장해도 ‘산토끼’는커녕 ‘집토끼’마저 모두 놓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는 관료 사회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조직 결집이다. 지난 정권들이 한 일 중 나름대로 성공한 것이 바로 관료 사회 흔들기다. 낙하산 인사를 책임자로 앉힌 다음 자신들의 의견에 따르는 관료들에게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어떤 관료는 3급으로 타 기관으로 자리를 옮긴 뒤 불과 2년 만에 1급으로 승진한 경우도 있다. 안정적인 조직 문화를 깨는 과정이었다. 법률로 고용이 보장된다 해도 정권 차원에서 벼르면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처음에는 정권에 반발하던 관료들조차도 나중에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그들에게 협조했다.

반면 현 정권은 어떤가. 관료 사회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수십만 공무원 모두가 진심으로 지난 정권을 도운 게 아니다. 그리고 공무원은 규정과 법률에 따라 움직인다. 그 틈은 정치력에 의존한다. 그런데 현 정권은 이 틈을 매울 정치력을 발휘하지도, 지난 정권처럼 관료 조직을 강하게 드라이브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현 정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관료들과 신뢰를 쌓아야 한다. 즉 관료 사회의 문제를 일부 공무원의 문제로 본다는 걸 명확히 알리고, 공무원 사회에도 파격적인 인센티브와 함께 강한 신뢰를 심어줘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

네 번째는 청와대든 정부부처든 소위 ‘전문가’라며 접근하는 자들을 너무 믿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이는 진짜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말하는 게 아니다. ‘폴리페서’를 말하는 것이다. 지난 정권 동안 우리 국민들이 자주 봐왔던 게 이런 ‘전문가’들의 횡포였다. 그들은 특히 첨단 기술 분야, 기업 경영 분야에서 온갖 궤변과 정보 왜곡으로 많은 중소기업들의 피눈물을 짜내는 데 일조했다. 그런 그들이 이번 정권에서도 활개 치는 게 눈에 보인다. ‘숟가락 우파’나 ‘자칭 중도’를 자임하면서 말이다.


정권이 국민들로부터 바로 평가를 받고 싶다면 이런 ‘전문가’가 아니라, 젊은 두뇌들을 과감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교수고 박사라고 ‘전문가’이고 ‘권위자’는 아니다. 특히 본업도 아니면서 오랫동안 정치판 주변에서 기웃거리던 자들은 세계적인 비전을 내놓거나 새로운 흐름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여의도 상황’에만 밝은 경우가 많다.

이들 대신 30~40대의 젊은 두뇌들, 그 중에서도 국가관이 바르고 열정이 가득 찬 사람들로 ‘전문가’ 집단을 구성해야 한다. 박사나 유학파는 아니지만, 누구보다 전문 분야에서 뛰어난 인재들이 곳곳에 있다. 다만 그들을 알아보는 ‘눈’이 현 정권에는 없을 뿐이다. 무엇보다 이런 이들은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것에 큰 자긍심을 갖는 사람들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이런 점들에 앞서 지도부 전반의 ‘솔선수범’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정형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사례를 보자. 지난 7월 초 <주간조선>은 서울 마포에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에서 정형근 이사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에서 정 이사장은 “부임 후 5~6개월 동안은 일부러 인사조치도 하지 않고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들여다보기만 했다. 대신 의료보건정책을 다룬 좌파 성향의 서적부터 전문가들의 각종 보고서 등을 읽으며 하루 종일 공부만 했다”고 밝혔다. ‘조직이 힘이 없을수록 노조 등 내부 계파가 강해진다’는 설명도 따랐다. 조직 정비를 위해서는 자신의 업무를 잘 알고, 지도부가 먼저 조직과 조직원을 위한 일에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건희 前 삼성그룹 회장의 1993년 ‘신경영 선언’도 참고할 만 하다. ‘아내와 자식 빼고는 모조리 바꾸라’며 세계 곳곳을 직접 뛰어다니며 폭발했던 이 前회장은 대체 왜 그랬을까. 자식 같은 상품들을 공장 앞마당으로 끌어내 불태운 건 무슨 생각에서였을까. 본인이 나서 절박함을 호소하지 않으면, 그 아래 회장단, 사장단이 움직이지 않을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조직을 정비한 뒤 15년이 흘렀을 뿐인데 삼성 그룹을 우리 경제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기업군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100조 원을 넘었다.

다시 지금 청와대와 정부를 보자. 어떤가. 누가 국민을 위해 뛰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가. 누가 소리 없이 국민들 속으로 섞여 들어가고 있는가. ‘피아식별’은 제대로 하고 있는가. ‘나라의 주인’인 대다수 국민들의 목소리는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가. 혹시 주변 사람들의 말만 들은 대통령 혼자서 소리치고 있지는 않은가. 혹시 ‘높으신 분’들께서는 ‘10년 만에 정권이 교체되었으니 이제 우리가 해먹을 차례’라는 천박한 생각에 젖어 있지는 않으신가. 기업 경영환경 개선한다며 소비자들의 분노는 외면한 채 국내 재벌들의 예의 천박한 마케팅을 그저 봐주고 있지는 않는가.

요즘 ‘나라 돌아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이런 질문에 이제는 현 정권을 만들어낸 지지층조차 ‘극우’라며 무시하는 ‘높으신 분들’께서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서울포스트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