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제주 창간 9주년 특별 인터뷰]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뉴스제주

■ 제주 교육 수장으로서 취임 1년이 지난 지금, 다른 지역과 비교해 제주교육만의 장점과 경쟁력은 뭐라고 보나

역사적으로 교육열이 매우 높다. 리 단위마다 주민과 출향인사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아 학교를 세우고 발전시켰다. 그 곳에 배출된 인재들이 제주를 발전시킨 주축이 됐다.

교육환경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학교 마다 잔디 운동장이 잘 갖춰져 있다. 학교 시설 수준도 뛰어나다. 학교마다 친환경 급식이 제공된다. 전국에서도 경쟁력 있는 교사들이 열정을 갖고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리고 학교 주변으로 펼쳐진 제주 천혜의 자연환경은 다른 지역에서 누릴 수 없는 제주만의 큰 강점이다. 산과 오름, 바다 올레길, 숲길 등 제주의 자연이 아이들을 위한 최고의 교육현장이다.

제주 이주 열풍과 작은 학교 희망 만들기 정책에 따라 전국에서 유일하게 읍면지역에 초등학생이 증가하는 곳이 제주다. 지난해 약 500여명의 초등학생이 제주에 들어왔다. 올해 제주형 혁신학교 ‘다혼디 배움학교’가 시작되면서 작은 학교에 이주하고자 하는 발길이 더 활발해지고 있다.

■ 개선되어야 할 구조적 문제도 있을 것 같은데

제주교육의 시급한 두 가지 구조적 문제는 ‘고교체제’와 제주시에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제주영어교육도시’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제주교육은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이라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제주는 대입보다 고입이 어렵다’는 말이 있다. 서열화 된 고교체제로 인해 절반에 가까운 아이들이 탈락하고 있다. 아이들의 꿈과 끼, 건강을 소진시키고 있다. 또한 가까운 곳에 국제학교가 있어서 상대적 박탈감과 지역 간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더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조금 뒤쳐지는 아이는 꿈을 잃지 않도록 다양한 교육기회를 부여하는 선순환 구조로 재편하려 한다. 이를 위해 고교체제 개편을 추진하고, 제주 공교육을 국제학교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매일 아이와 만나고 눈을 맞추는 담임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교사들이 교실에서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세심하게 돌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교육 중심 학교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교육감을 비롯한 모든 직원들은 교실을 지원하는 사람이다. 업무를 과감히 덜어내고, 교실을 지원하는 행정을 통해 본연의 교육이 충실히 이뤄지는 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 제주형 혁신학교 ‘다혼디(다함께) 배움학교’ 운영 후 학교와 학생의 달라진 모습은?

올해 신규 지정된 제주형 자율학교 ‘다혼디 배움학교’는 말에서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학교구성원 모두가 ‘다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학교’를 말한다. 현재 도내 5개 초중학교에서 운영 중이다.(애월초, 종달초, 납읍초, 수산초, 무릉초‧중교)

다혼디배움학교는 ‘가르침’ 중심에서 ‘배움’중심으로 수업 전환을 모색한다. 그리고 업무와 행정보다 ‘수업’과 ‘교실’을 지원하는 학교 문화를 지향한다. 학생들과 교직원 그리고 학부모가 함께 지역에 맞는 교육과정을 만들어가는 경쟁과 서열이 아닌 ‘협력’의 인식 전환을 추구하고 있다.

학교 구성원의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노력을 교육청이 예산과 제도로 지원하면 모두가 행복한 학교 모델로 정착되어 갈 것이라 본다. 운영한 지 이제 한 학기 정도 지났다. 한 걸음 나아간 상황이다. 학교 별로 편차가 있지만 서서히 성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월말 ‘다혼디배움학교 1학기 결산 간담회’를 개최했는데, 가장 크게 달라진 점으로 ‘아이들의 표정변화’였다. 교사들이 업무 부담 없이 아이와 본연의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어서 아이들도 배움에 많은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학교 문제를 학교 구성원과 지역 주민들이 소통하며 결정하는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학교문화가 뿌리내리기 시작한 것도 큰 성과다.

가장 중요한 성과는 교사들이 본연의 교육을 이야기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간담회에서 “본연의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돼 수업개선 방안 등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야 교사로서 보람을 느낀다”는 소감도 있었다.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앞으로 내부형 공모제 등 다양한 교장 승진구조를 통해 새로운 리더십이 학교의 수평 문화를 자발적으로 이끌어내도록 할 것이다. 다혼디배움학교가 지역 통합의 중심이 되고, 문화를 바꾸는 학교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소통‧협력하겠다.

■ 아이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잘 지키기 위한 비전은

제주지역 아이들의 몸과 마음 건강 수준이 전국에서도 가장 좋지 않다.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이다. 아이들의 심신 건강을 잘 지키고 돌보는 것은 교육의 본질이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속적‧체계적으로 돌보고 지켜나가기 위해 학생건강 증진센터를 설치했다.

센터에서는 몸과 마음의 건강이 좋지 않은 아이들을 조기에 발견하여 지원하고 있다. 전국 처음으로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2명을 채용해 마음 건강을 세심하게 돌보고 있다. 학생 개별 사례 시스템을 구축해 ‘단 한 명의 아이’도 소중히 돌보는 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학생 건강 증진센터는 지난 1학기 동안 약 2000여에 걸친 상담과 40여회에 가까운 교육을 진행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센터에 대한 학교현장과 교육 가족들이 느끼는 만족도도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궁극적으로 아이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여기며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려 한다. 학생 개별 사례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내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한 정책 중 하나로 정서행동, 학습부진, 학교폭력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 개인에게 맞춤형 상담과 진단, 처방을 내릴 수 있도록 전문의와 상담사, 복지사 등이 팀이 되어 학교현장을 지원하는 통합코칭팀인 ‘혼디거념팀(제주어: 함께 돌보다)’을 본격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초등학생 관심군 학생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건강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보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조만간 몸 건강 장기비전 전략을 담은 ‘2020 건강계획’을 수립, 시행할 계획이다.

■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 모형으로 ‘들엄시민(듣다보면)’을 제시했다. 추진하게 된 배경과 기대효과는?

‘들엄시민’은 제주어로서 ‘듣다보면’이라는 뜻이다. ‘(영어를) 있는 그대로 듣자’라는 정책 지향을 담고 있다. 저는 영어교사 출신이다.

제가 중심이 되어 지난 2008년 ‘들엄시민’을 시작했다. 지금은 매달 정기적으로 학부모들이 모여 들엄시민 모임을 갖고 있다. 그들의 영어학습 노하우를 공유하고, 서로간의 문제를 해결한다.

‘들엄시민’은 실시에 앞서 지켜야 할 다섯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언어는 음이다. 매일 학원으로 오고 가는 2시간 대신 1시간 정도 아이들에게 영어 원음을 들려주자. 둘째, 영어를 억지로 강요하지 말자, 영어에 대한 재미를 놓치지 않게 하자.

셋째, 강제가 아닌 부모와 자녀, 부부가 서로 합의한 후 실시하자. 넷째, 남의 자녀와 비교하거나 평가하지 말자. 다섯째, 영어교육에 대한 확신의 부재로 자식에 대한 불안감이나 미안함, 의구심을 갖지 말고 동아리 학부모들이 서로 기대며 이겨내자 등이다.

이 원칙 속에 ‘들엄시민’은 ‘영어 원음을 꾸준하게 듣는 것’을 가장 중요한 교육방식으로 실천하고 있다. 방식은 이렇다.

먼저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영어로 이뤄진 영상물(영화, 애니메이션 등) 한 편을 고른다. 다음으로 영상물에서 자막을 뺀다(무자막). 이미지와 영어 원음만 노출된 영상물을 아이들에게 보여준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자연스레 원음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들엄시민을 실시한 결과 아이들이 약 1000시간가량 원음을 들으면, 70~80% 정도는 영어에 귀가 트이는 효과가 나타났다. 결국 부모가 100일 정도는 믿고 기다리며 같이 잘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100일이 지나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들엄시민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들엄시민의 효과는 크다. 아이들이 영어를 즐겁게 받아들이다 보니, 영어 실력이 자연스레 늘어났다. 또한 들엄시민 과정에서 부모들은 아이 삶에 ‘개입’하는 것이 아닌, 아이 시선에서‘믿고 기다리게’된다.

이를 통해 부모의 본질을 깨닫고 실천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들엄시민으로 가정 복원효과가 나타난다. 특히 아이들이 영어를 함께 듣고 읽으면서, 자연스레 배려와 협력의 문화를 함양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세계 문화를 접하면서 문화의 다양성, 세계인과 평화롭게 관계하는 방식 등을 체화하고 있다. 들엄시민으로 아이들은 민주시민, 세계시민으로 성장한다.

우리 교육청은 읍면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들엄시민을 본격 적용하여 아이들이 즐겁고 꾸준하게 외국어를 익힐 수 있도록 교육현장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또한 들엄시민 학부모를 중심으로 ‘들엄시민 멘토단’을 꾸려 각 가정에 들엄시민을 확산하고 있다.

■ 제주 4,3 평화, 인권 교육에 비해 통일교육에는 무관심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안보법안을 통과시켰다. 또한 이전에는 북한의 도발사태 등으로 한반도를 비롯해 동아시아의 긴장도가 부쩍 높아졌다. 돌아보면 우리 세대는 60년 이상 전쟁을 겪지 않는 시대를 살았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아시아에서 전쟁이 없던 시기가 역사적으로 처음일 것이다. 이는 과거 동아시아에서 벌어진, 한중일이 공유하고 있는 참혹한 역사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안보법안 반대 시위에 일본 시민 1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한다. 전쟁을 아이들에게 물려줘선 안 된다는 일본 시민들의 하나 된 의지가 결합된 결과다. 이런 행동에는 참혹한 전쟁의 기억이 핵심 토대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어른 세대에게는 제주를 비롯한 동아시아 아이들에게 전쟁의 참혹함을 물려줘선 안 된다는 공통된 사명이 있다. 그 사명을 실천하고자 제주교육에서는 올해부터 4.3평화인권교육을 실시했다.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교실에서부터 평화와 인권에 대한 균형적인 사고를 형성하고, 세계 아이들과 화합하는 지혜를 함양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통일교육 역시 학교현장에서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과 한국전쟁 등 주요 사안마다 계기교육이 충실하게 이뤄지고 있다. 또한 지난 7월 홍용표 통일부 장관께서 제주 교육청을 방문했을 당시 통일교육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력‧진행하겠다는 뜻을 교감한 바 있다. 이러한 실정을 기반으로 앞으로도 학교현장을 충실히 지원하면서, 통일교육을 잘 시행하겠다.

■ 최근 제주 내부형 교장 공모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시행령」에는 ‘교장 또는 교감자격증이 없는 사람을 교장 또는 교감으로 임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우리 교육청은 도내 자율학교의 교장을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통해 선정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교장 자격증 소지자만 내부형 공모 교장으로 발탁됐다. ‘배제의 논리’가 작용돼 능력 있는 교원이 교장으로 진출하지 못한 것은 제주교육 발전을 위해서도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는 학교를 변화시킬 수 있는 참신한 리더십과 비전을 가진 교원들이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한 ‘보이지 않는 장벽’ 이었다.

제가 취임한 후 배제의 논리를 개선하고, 평교사를 포함한 모든 교원들에게 공모 교장의 문호를 개방했다. 이후 학교를 변화시키겠다는 열정과 구체적인 비전, 참신한 리더십을 가진 평교사들이 공모 교장으로 진출하게 됐고, 학교에서 희망이 만들어지고 있다.

본연의 교육이 충실히 이뤄지는 교실이 실현되려면 업무를 ‘덧붙이고 지시하는’ 리더십은 한계가 있다. 교사들이 교육에 충실할 수 있도록 업무를 과감히 덜어내고, 교실을 적극 지원하는 참신한 리더십이 발휘돼야 한다.

그리고 지역의 학교는 지역을 통합하는 중심축이다. 학교 교육과정의 운영뿐만 아니라 지역주민, 학교 구성원 간 유기적인 소통, 민주적인 학교문화 정착 등을 위해서도 교장의 참신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실질적인 제주교육 변화를 위한 동력으로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적극 활용할 것이다. 앞으로도 학교를 변화시키기 위한 명확한 청사진과 참신한 리더십,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충만한 분을 지속적으로 교장으로 등용시킬 것이다. 우리 교육청도 교장 선생님들의 리더십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덜어내고, 지원하는 행정을 펼칠 것이다.

▲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뉴스제주

■ 고교 체제개편에 대해 도민사회에서 논란이 많다. 어떻게 정리할 계획인가

고교체제 개편을 둘러싸고 도민사회에서 활발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고교체제 개편 문제는 오래전부터 잠재해 온 제주교육의 구조적 문제다. 제가 취임하면서 고교체제 개편 문제를 본격 도민사회 공론장에 올려놓았다.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이해관계와 요구, 비전 등이 얽혔던 사안이기에 고교체제 개편의 순항을 위해서는 그만큼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 지속적인 소통 및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보다, 장기간에 걸쳐 의견을 대폭 수렴, 반영하면서 합의되는 부분부터 점차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도민들과 끊임없이 만나고 소통‧합의하면서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고교체제 개편’을 실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고교체제 개편은 도내 30개 고등학교를 아이들이 선택해서 들어가는 ‘좋은 학교’로 만드는 것이 지향점이다. 현 고교체제가 아이들 절반 정도를 탈락시키는 구조이다 보니, 중학교 때부터 이미 꿈과 끼, 건강 등을 소진하게 된다.

탈락한 아이들은 자존감을 상실해 고등학교를 들어가게 된다. 고교체제 개편을 통해 성적과 서열에 밀려 학교를 가는 것이 아닌, 꿈과 잠재력에 맞춰 자존감 있게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체제로 개편할 계획이다.

또한 고교체제 개편은 학생 수 감소에 따른 ‘고등학교 통폐합’이라는 어두운 미래에 적극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추진되어야 한다. 그래서 고교체제 개편의 가장 큰 화두는 읍면 고등학교 활성화와 특성화 고교 개편이다.

읍면 고교 활성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성산고를 국립 해사고로 전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읍면 고교도 지역주민‧동문‧학교현장 등과 지혜를 모으면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

■ 정부의 소규모학교 통폐합 추진에 대해 제주교육청은 작은 학교를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작은학교를 살려야 하는 근본 이유가 뭔가?

우리 교육청은 ‘작은학교 희망만들기’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생 수 감소가 중요한 배경이다. 2014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이 인구 1천명당 1.19명이다. 인구를 유지하는 출산율이 2.1임을 고려할 때 출산율이 매우 심각하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 미래가 굉장히 암울해진다. 저를 포함한 모든 단체장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한다. 제주지역 학생 수 추이 통계를 보면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소위 ‘황금돼지띠’인 현 초등학교 2학년 학생 수가 6,715명이다.

그 이후 6000명 수준을 이어가다가 2010년대 이후 50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3년생 아이들이 5,838명이고, 지난해 태어난 아이들이 5,707명이다. 이런 추이가 계속되면 초등학교 통폐합이 아니라 얼마 가지 않아 고등학교 통폐합이 나온다. 학교 통폐합은 무엇을 의미하나. 지역의 생명력까지 고갈됨을 의미한다.

역사적으로 제주 작은학교는 그 지역마다 정체성과 역사를 반영한다. 학교에는 지역을 키우고 지역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주민들과 출향 인사들의 신념과 노력, 헌신, 지원이 녹아있다. 그래서 각 지역마다 학교를 살리기 위해 주민들이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례로 납읍초등학교는 학교 살리기 운동을 20년 이상 펼쳤다. 1991년 학교가 분교장 전환 대상 학교로 지정됐다는 통보를 받은 지역주민들이 학생 늘리기에 나섰다. 자발적인 모금운동을 벌여 마을 빈집을 수리해 무상임대하고, 군유지를 빌려 무상임대 공동주택을 건립했다. 벌써 그 수가 55채이고, 학생 수는 150여명이다.

지금처럼 경쟁과 서열 중심의 교육문화로 인한 도심 학교로 학생들이 쏠리는 현상이 이어지면 작은학교와 지역의 생명력은 침체될 것이 당연하다. 작은학교가 통폐합 돼 학교가 사라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지역까지 사라진다. 학교 통폐합이 아닌, 학교에 희망을 불어넣어야 한다. 학교를 축으로 지역 균형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

■ 작은학교를 살리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은?

작은학교는 지역 인재를 지속적으로 키워낼 뿐만 아니라 지역 소통공간, 지역 통합의 중심축으로 남아있어야 한다. 현재 제주에 이주열풍이 불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읍면지역 초등학생 수가 늘어나는 곳이 제주다.

앞으로 신공항 문제가 해결되고, 크루즈 등 항만이 확장되면 이주의 흐름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흐름이 전 지역에 고르게 전해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앞으로 각 학교와 지역 특성에 맞는 고유한 교육과정 및 전통, 향이 있는 작은학교를 만들어갈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신의 꿈과 끼, 잠재력에 맞춰 학교를 선택해서 갈 수 있는 흐름을 조성할 계획이다.

작은학교는 전국에서 최고 수준의 교육환경을 갖고 있다. 천연잔디 운동장이 깔려있고, 친환경 무상 급식을 제공하며 학교 주변으로 천혜의 자연환경과 인문 자원들이 펼쳐져 있다. 여기에 선진국 수준의 학급 당 학생 수를 갖고 있어서 교사들이 아이 한 명, 한 명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다.

작은학교는 도심학교에 비해 교실의 변화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국제학교 수준에 걸맞는 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 읍면지역 작은학교에서 성공 모델을 만들어 점차 원도심 학교, 대도심학교에 까지 확산할 것이다. 제주 작은학교를 대한민국 교육의 희망으로 만들겠다.

■ 섬 지역의 학교를 잇따라 방문했는데 섬 지역 학교 활성화 방안은? 특히 내년에 마라분교에 학생이 없어진다는 우려가 크다.

섬 지역 학교별로 상황이 다르다. 우도처럼 많은 관광객이 드나들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본섬으로 이동이 비교적 쉬운 지역은 학생 수가 잘 유지된다.

반면 갈수록 지역경제가 침체되고 유출 인구가 늘어나는 추자도는 걱정스런 상황이다.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분교는 내년 김영주 학생이 졸업하면 학생 수가 아무도 없게 된다. 마라도인 경우 주민등록상 2017년 이후에는 마라분교에 입학하는 학생이 있게 되어 적극적으로 학생을 유입할 정책이 필요하다.

2017학년도에는 여학생 1명이 입학 예정되어 있다. 이어 2018학년도 2명(남 1, 여 1), 2019년도 남학생 1명, 2020년도 2명(남 1, 여 1) 등이 연이어 입학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국 부모들이 마라도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거주여건을 개선,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마라도에 과거 학교 관사로 쓰던 건물이 남아있다. 이를 리모델링해 마라도 주민들의 안정적 거주공간을 제공하여 학생을 유입할 계획이다. 또한 자녀가 있는 교사들을 배정하면서 학교를 유지할 방침이다.

앞으로 섬 지역 학교를 주민과 주민, 관광객과 주민을 잇는 소통의 공간으로 새롭게 구성할 것이다. 독서와 재교육, 예술‧체육 활동 등 다양한 문화‧체육적 혜택을 제공하는 다목적 복합시설로서 기능을 강화하는 데 정책적 고민을 하겠다.

■ 국가적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논란이 크다. 이에 대한 입장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 입장이다. 「교육기본법」은 민주시민 양성을 통한 민주국가 발전, 인류공영 이상 실현을 근본이념으로 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가치관이 공론장에서 소통, 논의되면서 합의를 이루는 원리를 갖고 있다.

특정 사관을 아이들에게 주입하는 것은 다양성과 자율성을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에 배치되며, 민주시민을 양성한다는 교육의 기본 이념에도 맞지 않는다. 아이들은 다양한 역사관을 배우고, 소통‧합의하는 과정에서 균형적이고 합리적인 역사관을 갖게 될 것이다.

또한 자기와 다른 가치관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면서 민주시민으로서 역량을 함양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다양한 역사의 가치관이 기반 될 때 비로소 아이들의 역사‧문화적 상상력과 창의력이 배양될 것이다.

국정 역사 교과서를 사용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몽고, 베트남, 북한, 스리랑카 4개국밖에 없고, OECD엔 1개국도 없다. 오랜 시간 산업화와 민주화로 이룩한 현재 대한민국 위상에도 국정 교과서는 맞지 않는다.

교과서 국정화가 아니라 교과서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하여 아이들이 다양한 가치관과 민주주의 원리, 창의‧상상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교실을 충실히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제주는 지난해 4.3을 폄훼, 왜곡한 교학사 교과서로 큰 상처를 입었다. 다양성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또 다른 가능성이자 희망이다. 다양성을 보장하고 다른 아이들의 입장을 존중할 수 있도록 교실을 지원하는 것이 미래 세대를 위해 좋다.

■ 지난 7월 서울교육청과 MOU를 맺었다. 도내 폐교를 활용해 ‘서울연수원’을 건립한다는 계획이 눈에 띤다

지난 7월 <제주-서울교육청 교류․협력 협약(MOU)>을 체결했다. 모두 11개 협약안에 대해 합의했다. 그 중에서 주목할 것은 제주의 폐교를 지역 경제 활성화 자원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제주 및 서울시 교육청이 함께 건립할 ‘제주연수원’이 지금은 폐교된 옛 신창중 부지에 들어설 계획이다. 건립을 위해 제주 교육청은 서울시 교육청에 옛 신창중 부지를 대부한다.

서울시 교육청은 자체 예산으로 건물 안전진단 및 설계, 공사 등 연수원 건립을 진행할 계획이며, 건립된 시설물은 제주 교육청에 기부 채납할 예정이다. 연수시설은 양 기관이 함께 활용하면서 상호교류 및 우호를 늘리는 기반으로 활용할 것이다.

또한 지역주민 일자리 창출의 취지로 연수원 운영 및 관리 등에 필요한 인력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지역 주민을 우선 고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연수원 주변 관광지를 활성화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최근 외지 자본에 제주 땅이 침식되지 않을까에 대한 도민들의 우려가 높다. 우리 교육청은 폐교 재산을 다른 교육청에 장기 대부해 연수원으로 활용함으로써 제주 땅도 지키고 지역 경제도 활성화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만들겠다.

이를 위해 서울을 시작으로 경기도 교육청, 부산광역시 교육청 등과도 협력하여 도내 폐교 등을 활용, 해당 지역 연수원을 건립할 계획도 있다. 폐교 재산이 제주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중심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저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교실이 ‘곶자왈’처럼 울창한 숲이었으면 한다. 숲처럼 건강이 가득하고, 쉼이 있고, 꿈과 희망이 존중받는 교실이 되었으면 한다.

아이들은 100세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100세를 즐겁고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교실에서부터 즐겁고 행복하고 건강해야 한다. 꿈과 끼, 잠재력이 잘 키워져야 한다.

이러한 교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경쟁과 서열의 문화가 아닌, 아이 한 명, 한 명을 잘 보살피고 키우는 협력과 배려의 문화로 변화해야 한다.

모든 제주교육 가족들이 최선을 다해 방향에 맞게 문화의 변화흐름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서서히 변화의 물꼬가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 1년의 성과와 과제 등을 잘 분석하여 한층 더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가겠다.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소통하고 협력하겠다. 앞으로도 제주교육에 많은 사랑과 성원을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끝으로 제주교육 발전에 큰 역할을 해주시는 <뉴스제주>에 감사드리며, 창간 9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뉴스제주 - 박길홍 기자]

[뉴스제주 창간 9주년 축하메시지]

<뉴스제주>의 창간 9주년을 모든 제주교육 가족들과 함께 축하드립니다. ‘도민과 함께 만드는 언론’의 사명을 한결같이 지켜오면서 지역사회 발전과 공공선 실현, 지역 언론 문화의 창달을 충실히 실현하신 남우엽 대표님을 비롯한 모든 <뉴스제주> 가족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뉴스제주> 임직원 여러분들께서는 소외된 이웃들의 삶을 밝히고, 지역사회의 부조리함을 개선하기 위해 현장에서 쉼 없이 취재와 보도활동을 하고 계실 겁니다. 이처럼 지난 9년 동안 <뉴스제주>가 보여준 땀과 열정, 지역과 사람에 대한 진심이 지역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이는 고스란히 제주사회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고, 지난 시간동안 제주의 미래를 밝히는 빛이 되었습니다.

지난 9년의 성과를 토대로 <뉴스제주>가 한 단계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비록 어려운 제주지역 언론 여건이긴 하지만 <뉴스제주>가 한 걸음, 한 걸음 열심히 내딛을 때마다 제주사회 곳곳에 더 많은 희망이 전해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아젠다 발굴과 건강한 소통의 장 마련 등 언론 본연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해주셔서 제주를 세계 중심으로 도약시키는 데 견인차가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특히 제주교육 발전에 있어서 <뉴스제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큽니다.

<뉴스제주>이 교육과 도민사회를 비추는 소통의 창(窓)이 되어주기에 제주교육은 <뉴스제주>를 통해 도민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교육변화를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기반도 잘 구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실현을 위한 지혜와 생산적 조언 등을 아낌없이 제주교육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제주교육 희망’의 햇살이 각 가정과 교실에 잘 스며들 수 있도록 ‘따뜻한 교육’을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는 데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삶이 어렵고 팍팍한 이때에 이웃들의 편에서 위로와 힘을 전하는 친구 같은 언론사가 되어주시기를 바라며 더욱 승승장구하시기를 거듭 기원 드립니다. 다시 한 번 창간 9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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