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권일 강정마을 부회장(만화가)

▲ 고권일 강정마을 부회장(만화가) ⓒ뉴스제주

■ 지난 9월 5일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가 개소했다.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의 구성원(감사)으로서 향후 센터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설명해 달라

강우일 주교님께서 말씀하셨다. 강우일 주교님은 “제주해군기지 싸움이 준공과 함께 이제 끝난 것 아니냐고 도민들은 생각하겠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씀하셨다.

또 “전쟁을 대비하고, 전쟁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군사기지에 맞서 평화를 생산하며 평화를 전파하고 확대하는 그런 본격적인 평화에 대한 소임은 지금부터”라고 말씀하셨다.

평화에 대한 도민의 삶의 방향이 정치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군사기지라고 하는 큰 걸림돌을 만났다.

그 걸림돌을 제주도가 짊어지고 가야할지, 어떤 점검을 통해서라도 걸림돌을 제거하고 미래를 맞아야 할지는 지금부터 달려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아직까지 해군은 제주해군기지가 평화의 섬과 양립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립이 될 수 있을지 증명하는 것은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된 이후다.

여전히 지역주민들과 상생·화합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공사로 인해 제주 곳곳이 파헤쳐지고 있다.

후폭풍이 상당히 거셀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화센터는 평화의 목소리와 전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을 더욱 더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강정마을은 이제까지 주변마을로부터 고립당해 외롭게 버텨올 수밖에 없었다. 평화센터는 강정주민들한테는 지지대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서귀포권역 내에 있는 다른 마을 주민들이 평화 문제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메신저 역할도 해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국방부가 올해 1월 제주해군기지 군 관사 농성천막 강제 철거 당시 행정대집행 비용 8970만원에 대한 비용을 강정마을회에 청구했다. 향후 대응 방침은?

해군이 행정대집행 비용을 청구했다는 것은 한 마디로 상생과 화합을 포기한 해군의 입장을 분명하게 드러낸 것으로 우리는 판단하고 있다.

이 비용을 물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돈이 없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벌금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금 우리가 현금으로 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해군이 행정조치를 취한다고 하면 취하라고 하고 싶다. 해군이 마을회관 등에 대해 차압을 한다면 그것을 매각해서라도 비용을 물을 생각이다.

해군은 향후에도 강정마을회와 적대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의지를 꺾거나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 지난 8월 15일 광복 70주년 특별사면 대상자에 강정주민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정부를 어떻게 보나

강정주민 사면 배제는 박근혜 정부가 제주해군기지에 따른 ‘갈등’에 대해 인정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은 정부 스스로 제주해군기지 추진을 정당한 사업이라고 인정하고,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해서는 이제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갈등이 이미 해소된 사안인데 무슨 사면이냐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게다가 행정권에서 사법권을 월권하는 결정을 내려야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사실상 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강정주민을 특별사면 대상자에 반드시 포함시키겠다던 새누리당 제주도당은 왜 하필 이 시기에 나섰는지도 의문이다.

새누리당의 이런 행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민심을 끌어올리기 위한 하나의 정치적 카드였지 않았나 생각한다.

▲ 고권일 강정마을 부회장(만화가) ⓒ뉴스제주

■ 최근 제주해군기지에 이지스함과 구축함, 호위함이 처음으로 입항했다. 그러나 15만톤 크루즈 입출항 및 항로 안전성 등에 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이지스함이 들어오면서 해군은 입출항 점검을 하겠다고 하는데 해군 함정만 단독으로 입출항 하는 것은 문제가 안 생길 수 있지만 제주해군기지 애초 설계 목적에 따르면 항공모함도 접안이 가능한 시설로 되어 있다.

적어도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라는 이름으로 시행이 되는 만큼 크루즈 15만톤 2척이 접안이 가능한 시설로 계획되고 운용할 계획이라면 15만톤 크루즈 2대가 정박되어 있는 상태에서 입출항 점검을 해야 된다.

제주해군기지에 이지스함이 들어올 당시 이날 풍속도는 4미터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접안을 자력으로 하지 못하고 결국 예인선 2대가 달라붙어 접안을 시켰다.

물론 그들은 테스트라고 말한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예인선을 붙였다고 하더라도 너무 자신감이 없는 표현인 것이다. 이는 이곳이 위험한 항로라는 것을 해군 스스로 입증하는 셈이다.

■ 제주해군기지의 미군기지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사업단은 이 같은 우려에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해군의 논리는 이렇다. 이 기지를 건설함에 있어서 미군이 부담한 비용이 없고, 미군이 소유한 부지도 없으며 미군을 위한 시설도 아니다.

하다못해 부대시설조차 미군이 소유한 것은 전혀 없다. 미군을 위해 계획된 시설 자체가 없기 때문에 미군기지화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해군의 논리다.

우리도 해군의 말대로 됐으면 좋겠다. 제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올해 5월쯤 나온 UN사의 전략다이제스트에는 이제까지 대한민국에는 공군과 미 육군만 들어와 있는 상황인데 향후 해병대하고 해군도 배치할 계획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전 미 해군사령관은 제주해군기지에 이지스함을 보내고 싶다고 분명히 얘기를 했다. 그렇게 되어야 북핵에 대한 위협도 같이 대응할 수 있고, 남방수송로를 함께 보호하는데 전략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보면 주한미군은 우리나라에 공군기지 또는 공항이나 항구 등 그런 어떤 주요시설을 이용함에 있어 사전에 허락 받을 필요도 없고,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결국 이 문제는 우리나라 해군이 정하는 문제가 아닌 미군이 정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그들이(미군) 제주해군기지를 사용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쓰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군의 발언이 행정 수뇌부들의 생각이길 바라며, 주한미군이 쓰겠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정부가 적절하게 판단을 해서 여기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일 수 있으니 당신네들(미군)이 들어올 경우 심각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기를 바란다.

▲ 고권일 강정마을 부회장(만화가) ⓒ뉴스제주

■ 민선6기 원희룡 도정에 대해 어떻게 평가 하는가?

제주해군기지만 가지고 본다면, 해군기지를 건설함에 있어서 도민의 이익은 어디가 있는지
챙기지 않고 있다.

제주 곳곳이 파헤쳐 지고 있는데 그것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희룡 도정이 강정주민들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해군을 설득시키거나 중재하는 부분은 오히려 우근민 도정보다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를 테면 군 관사 문제의 경우 원 도정은 자신 있게 이와 관련해 해결하겠다고 분명히 입장을 밝혔지만 결과는 어떤가.

당 수뇌부를 만나고 국방부를 만나고 마치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했지만 정작 해군을 상대로는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다.

우근민 도정 당시에는 해군기지로 인한 주민 갈등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갖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주장하는 주요문제, 가령 입지타당성 문제 하나만큼은 우 도정이 칼을 꺼내 들었다.

정치적 쇼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 도정은 국회에 가서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근민 도정도 막판에 배신을 하는 바람에 비난을 면치 못했다. 그런데 원 도정은 해군을 상대로 싸울 생각이 아예 없는 것 같다. 원 도정이 해군한테 약점 잡힌 것도 없을 텐데 왜 그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지 모르겠다.

제주도로서는 당연히 그 권리를 가져와야 하는 부분이다. 정부 사업비로 추진되는 공사구역이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국가가 이렇게 결정한 일을 제주도가 월권행사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도 협의과정에서 밀려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원 지사가 대통령을 목표로 했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다.

원 지사는 역대 도지사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로 당선된 분 아닌가. 그렇다면 그 지지율을 등에 업고 제주도민의 목소리를 중앙에 분명히 전달하는 그런 도정이 되어야 하는 것이 맞는 게 아닌가 싶다.

■ 제주해군기지로 인해 주민들이 서로 반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로 화합할 수 있는 계기 마련은 없나?

나쁘게 말하면 일부 강정 주민들은 이제 할 만큼 했는데 우리도 이제 받아야 될 것은 받아야 되지 않겠냐는 분들도 있다. 이와는 반대로 끝까지 가야한다는 주민도 있다.

우리가 애초에 무엇을 바라고 시작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그 전에도 우리는 해군기지가 있든 없든 경제를 유지하면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면 그만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마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도록 우리가 뭔가를 해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먼 미래를 보기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은 수치스럽겠지만 젊은 세대를 위해 나이 든 세대가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한다고 본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을 열심히 하셨던 분들 중에서는 경제적으로 윤택하거나 넉넉한 분들은 없었고, 오히려 없는 분들, 구럼비 일대에 땅 한 평 갖고 있지 않은 분들, 혜택의 대상에서 제외되신 분들이 더욱 더 반대운동을 열심히 하셨다. 그들은 공동의 선을 위해서 반대했다.

이 분들에게 희망을 드려야 한다. 이제는 강정마을이 마을사업을 통해 이분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 ‘강정’하면 떠오르는 것은?

저도 한때는 30년 가까이 이곳(강정)을 떠나있었다. 한평생 이곳을 떠나보지 않고 사셨던 분들에게는 그냥 이곳은 ‘내가 뼈를 묻을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저는 살아오면서 모든 기억이 여기에 스며있기 때문에 그 어떤 말로 표현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강정’이 고향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저 조차도 이곳이 개발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걱정스런 생각이 많이 든다.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떠나서 관광지로 제주도가 발 돋음 하고 있는데 제주도는 이를 더욱 더 키워나가야 한다고 하고 있다.

1200만 명이 내도를 했고 언젠가는 2천 만 명이 내도 할 테고, 제주 상주인구 100만 명을 목표로 제주도정이 제주의 미래관을 설계하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먼 나라 스위스의 경우 1년에 관광객을 400만 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400만 명 내에서도 충분히 주민들의 소득을 창출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제주 역시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보존해 나갈 수 있는 마지노선을 분명하게 정해서 정책을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도민 합의를 통해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지금 제주는 막가파식 개발을 하고 있다. 개발의 방식도 대기업의 자본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제주는 무조건 숫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관광정책을 꾸려나가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반대로 농민들한테는 감귤 많이 생산하지 마라. 고품질 감귤을 적절히 공급해 가격을 유지하자는 정책을 역으로 제안을 하고 있지 않나. 제주는 지금의 관광정책을 바꿔야 한다.

친구들이 제주에 찾아오면 저는 관광지에 데리고 가지 않는다. 이름 없이 울창한 곶자왈이나 오름, 아니면 강정마을 자체를 구경시켜 준다. 시간이 남으면 제주4.3유적지도 보여주곤 한다.

저는 이 지역에서 태어났고 자랐으며 앞으로 이곳에 뼈를 묻을 생각이다. 강정이 지금 제주해군기지 문제 때문에 시끄러워졌고, 다시는 조용한 마을로 돌아갈 방법도 지금은 없어 보인다.

우리의 아픈 모습들을 도민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 또한 지금 남은 자원들만이라도 잘 보존할 수 있는 제주도가 됐으면 한다.

■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그저 평화롭게 살고 싶다. 저는 원래 만화가이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공적인 자리에서 물러나 강정마을이 이제까지 제주해군기지로 인해 예전의 모습에서 지금의 모습으로 변화된 과정을 만화를 통해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조용한 시간을 갖고 싶은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뉴스제주 - 박길홍 기자]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