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낀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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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누님뻘 되는 분의 아들이 어려서부터 영리하고 똑똑하여 동네에서 뿐 아니라 외가에 와서도 귀여움을 받고 자랐다.

J 일고와 고려대를 나와 사법고시에까지 합격하여 법조계로 진출하니 모두가 그를 우러러 보았다.
14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그는 나를 찾아와 14대 국회의원에 출마하겠으니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의 고향이 애월읍이었기에 나는 당연히 고향인 북제주군 선거구에서 출마하는 줄 생각하고 적극 도와주겠다고 의사표시를 하며 다음과 같이 내 의견을 말했다.
“지금 출마결심을 한 것은 아주 기회가 좋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현역의원 L 씨도 어느 정도 인기가 떨어졌고, 전직 의원 Y 씨도 별로인데, L 씨, Y씨 모두가 북제주군의 동쪽 사람이고, 너는 서쪽에서 혼자 나왔으니, 서쪽이 단결하자고 외쳐대면, 동쪽에서 둘이 나와 표를 갈라 먹게 되면 이 상황에서 아주 승산이 있다. 그러니 아주 좋은 기회를 잡게 되겠구나,”
내 말을 듣던 그가 자신은 북제주군이 아니라 제주시 선거구에서 출마할거라고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 나는 그의 말을 중단시키고 다시 한 번 출마할 선거구를 확인하였다.
그는 분명 제주시 선거구에서 출마하겠다고 말했다.
“선거라는 것은 자신의 연고지가 중요한 요인데, 자기 출신 지역을 내버리고 엉뚱하게 제주시를 택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더구나 제주시는 너의 외가쪽 삼촌뻘 되는 H씨가 버티고 있는 선거구인데, 외가 동네에 와서 H 씨 때문에 표를 얻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너의 연고지인 북제주군 선거구에서 출마하는게 백 번 유리하다. 만약 네가 고집을 부려 제주시에서 H씨 겨루게 되면 양쪽 모두에게 이롭지 않게 되고, 이렇게 승산없는 격돌을 한 번 두 번 계속하다 실패한 뒤, 그제서야 고향인 북제주군 선거구로 돌아가 출마하게 된다고 가정하면 북제주군 사람들이 고향을 버려두고 돌아다니다 온 사람이라 하여 외면해 버릴 것이다. 그러면 자네에게는 영영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다." 하고 간곡히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북제주군의 전직의원 Y 씨와 같은 종씨였으므로, 같은 문중끼리 맞붙는 것을 피하려는 심산이었고, 차라리 외가 삼촌되는 H씨는 쉽게 생각 했는지 기어코 제주시에서 출마하였다.
선거운동 중 그는 합동 유세장에서 외 삼촌뻘되는 H 씨를 향해 『걸레』라는 원색적인 인신공격을 하였다.
그러나 오히려 H 후보는 “Y 후보 말대로 제가 걸레가 되어 여러분의 더러운 구석구석을 깨끗이 닦아 드리겠습니다.” 라고 대인배답게 받아쳐 버려 H 씨와는 맞수가 되지 못함을 스스로 드러내고야 말았다.
그렇게 H후보에게 연거푸 고배를 마시다 보니 지쳐 버려 변호사 일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노무현정권 당시 16대 국회 막바지(2003. 11.7~2004.5.30.)에 전국구로 6개월짜리 국회의원을 지냄으로써 소위 명정거리는 건진 셈이다.
일생에 한 번 찾아온 좋은 기회를 그렇게 물리쳐 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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