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억짜리 제주미래비전, 2년 후 사라지나
17억짜리 제주미래비전, 2년 후 사라지나
  • 김명현 기자
  • 승인 2015.11.0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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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2년 기한 17억 짜리 시계 만든 제주도정 비난해봐야 '도찐개찐'

제주특별자치도가 올해 1월에 발주한 '제주미래비전' 연구용역의 추진상황 보고회를 2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진행했다.

이 연구용역엔 단일 용역비 사상 최다인 17억 원(명시이월액 제외)의 예산이 투입됐다. 용역 수행을 맡은 국토연구원 등 4개 기관은 올해 11월 초에 최종보고회를 가져야 하나 아직 중간보고회도 갖지 못한 상황이라 제주도는 용역 수행기간을 3개월 더 연장해줬다.

이를 두고 도의원들은 "제주도가 보기에 얼마나 부실했으면 3개월이나 더 연장해줬겠느냐"며 조롱섞인 비난까지 던졌다.

특히 고정식 행정자치위원장(새누리당, 일도2동 갑)은 "오너가 바뀌면 해당 용역은 사장될 가능성이 높다"며 "3개월 연장되서 내년에 결과 나온다 하더라도 언제 적용될지조차 알 수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3개월 연장돼 내년 1월 말에 최종보고회를 갖고 제주미래비전을 정책방향에 적용해 나간다면, 원 도정이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기간은 2016년 초부터 2018년 6월까지다. 도지사 임기 말년 레임덕을 고려하면 딱 2년 남짓이다.

김경학 의원(구좌읍·우도면)도 "법정계획이라면 그 다음 도정에서라도 이를 실행해야 하지만 이 미래비전은 그렇지도 못하다"며 17억 원이나 들인 연구용역 결과의 처참한 말로를 우려했다.

2018년 7월에 이어받은 다음 도지사가 과연 전임 도정이 세운 이 '제주미래비전'을 그대로 안고 갈 것인지를 장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전임 지사의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해 폐기하고자 하면 그거대로 신임 도지사는 '17억 원'을 낭비할 것이냐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 자명하다.

제주미래비전과는 달리 상위법에 근거해 수립된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은 법정계획이다. 지난 2012년에 수립된 제2차 계획은 제주도가 나아가야 할 2021년까지의 '방향등'이다.

제주미래비전이 향후 100년을 내다보는 계획이 될 것이라고 공언은 하지만, 엄연히 상위법에 근거해 만들어진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을 거스를 순 없다.

이 때문인지 원 도정은 지난 6월 11일 제주발전연구원에 '제2차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수정용역을 맡겼다. 제발연은 내년 8월을 목표로 용역을 수행 중에 있다.

당시 도정 관계자는 "새로운 정책전략이 대두되는 등 중요한 여건 변화 흐름에 따라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결코 제주미래비전 때문에 수정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해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 두 계획은 모두 제주도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제시하게 되므로 결국, 서로 내용이 상충되며 중복될 여지가 다분하다. 민선 6기 도정때까지만 생명력이 제한돼 있는 제주미래비전이 다음 도정에서도 이어가게끔 한 '노림수'로 비춰지는 정황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도정을 이끌 지사는 얼마든지 이 '제주미래비전'을 무시할 수 있다. 법정계획인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만 따르면 그만이다.

때문에 '제주미래비전'은 건전지를 교체할 수 없는, 사용기한 2년뿐인 17억 원짜리 시계에 불과하다.

▲ ⓒ뉴스제주
# 제주도의회도 이에 대해 자유로울 순 없어

김 의원은 연구용역의 구체적인 내용들 중 '중산간'에 대한 개념의 범위가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16번 국도(1136번 지방도)에 이어진 마을들은 중산간 개발제한에 포함돼 여러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도민의 참여 속에서 100년의 청사진을 만들겠다고는 했지만 보고서 내용만 보면 그저 단순히 도민의 이름만 빌리려했다는 의혹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연구용역을 수행 중인 조판기 국토연구원 담당은 "현재 32개 마을이 중산간 가이드라인 제한구역에 포함돼 있어 이에 대해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고는 있다"고 대답만 할 뿐 어떻게 추진할 것이라는 뚜렷한 답변을 제시하진 못했다.

김희현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일도2동 을)은 이날 보고회에서 "특히 관광 분야 비전에 대한 내용을 검토해보니 제가 관광협회 상근부회장으로 10여 년 있었는데 그때 제시됐던 내용이 여기 그대로 다 제시돼 있다"며 "그래서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보완용역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지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용역진은 최종보고가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중간보고회'를 아직도 갖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또한 의원들에겐 200여 페이지에 불과한 보고서를, 전문위원들에겐 1000페이지에 달하는 추진상황 보고 원문을 건네 줘 뭇매를 맞았다.

이를 두고 김황국 의원(새누리당, 용담 1·2동)은 "답변하다가 막히면 그저 1000페이지에 있다고만 답변하고 두루뭉실하게 넘어가는 것이 보고하러 나온 자세냐"고 질타하며 "공항인프라 구축 등 도내 현안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추진해 나가보겠다는 내용도 없이 대체 10개월 동안 무얼 한 것이냐"고 힐난했다.

여러 의원들이 이렇게 문제제기를 했지만 정작 제주도의회가 이 용역계획을 승낙해줬으니,  제주도정을 비난 또는 비판하는 건 '제 손으로 자신의 뺨을 때리는' 행위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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