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주농업기술원 기술지원조정과 방인경

▲ 도농업기술원 방인경.
공직자의 윤리를 떠오르면 바로 생각나는 것이 청렴이다. 청렴의 사전적 의미는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이라고 한다. 공직생활자 중에 청렴하지 않고 싶어 하는 이가 있기라도 한 것처럼, 신문에는 연일 터져 나오는 공무원의 비위문제에 부끄럽기 그지없다. 실수라고 해도 공직자에게 크나큰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는 일반인보다는 더 윤리적으로 사회를 지탱하는 본보기의 자세를 취해야 하기 때문이겠다.
청렴이라는 단어를 곱씹다가 생각난 인물이 있다.
장성한 아들이 걱정되어 아들에게 보낼 고추장을 직접 담아 보내는 아버지, 바로 연암 박지원이다. 연암은 평소 사람을 좋아하고 자식들에게 편지를 매우 자주 썼다고 한다. 그 편지의 구절을 옮기자면 이렇다. ‘고추장 작은 단지 하나를 보내나니 사랑방에 두고 밥 먹을 때마다 먹으면 좋을 게다. 내가 손수 담근 건데 아직 완전히 익지 않았다.’ 이는 연암이 장남 종의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조선시대 사대부 집안에서 행하기 쉽지 않은 장면이다. 심지어 먹방, 쿡방이 대세라는 요즘 세태에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정성을 보낸 박지원은 아들에게 보낸 반찬과 고추장이 맛있는지 없는지 편지를 보내지 않아 섭섭함을 편지에 담아내기도 했다.
자유스러운 서체와 요즘의 시쳇말로 자유로운 영혼을 연상하게끔 하는 연암은 과거시험을 거부했던 인물이라고 한다. 명문가 집안에서 태어난 연암은 과거장에 억지로 끌려가서 답안지를 작성 안한다거나 그림을 그리는 식으로 과거시험을 회피했다. 그리고 또한 아들에게 과거에 연연하는 쩨쩨한 선비가 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7급 공무원이 꿈인 요즘의 아이들의 희망사항과는 조금 동떨어진 생각이기도 하겠다. 그러나 말년에 미관말직의 공직생활을 하기는 한다.
아들이 쓴 평전에는 혼자 술을 마시고 있기에 물어보니, 죽은 벗들이 꿈속에 나와 관직에 올랐으니 술을 한 잔 사라고 하였다고 하여 죽은 친구들을 벗 삼아 술을 즐겼다 한다. 또, 벗을 좋아해 술을 마시는 일이 잦았는지 연암이 죽기 전에 아파서 술을 못하게 되자 옆에 벗들을 불러 수다를 떨게 하고 자신은 지켜보기도 하였다고 한다. 현시대의 아버지들이 생각나 애잔하기도 하면서 술에 대한 풍류를 즐기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요즘 공직자의 비위 중 가장 크게 대두되고 있는 것이 음주운전이다. 크게는 3회 이상 음주운전을 한 경우에는 해임이나 파면까지도 가는 중대한 일이다. 연암처럼 몸이 아파 어쩔 수 없이 술을 앞에 두고 이야기 하는 일이 아닐지라도, 탐욕이 없이 벗들과 만나 술 한 잔을 기울이는 일에는 동감하지만,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음주운전은 공직자가 피해야할 덕목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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