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 교수

<뉴스제주>는 창간 9주년을 맞아 ‘제주사회를 말하다’를 주제로 제주특별자치도를 이끌어가는 책임자들과 이를 바라보는 시민사회 논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 중 이번 지면에선 김태일(53) 제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를 찾아 제주사회가 현재 겪고 있는 여러 현안들에 대한 현주소를 짚어봤다.

김태일 교수는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1995년 제주로 이주해 와 지금까지 쭈욱 ‘제주인’으로 살고 있다. 그의 말 그대로 빌리자면 ‘자발적인 유배지’로 제주를 선택해 21년째 살고 있다고. 건축학을 전공했으며, 제주대학교 공과대학 부학장을 지낸 바 있다. 현재는 제주시 원도심 재생 T/F팀 위원 등을 맡으며 제주사회가 나가야 할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 김태일 제주대학교 교수. ⓒ뉴스제주
김명현 기자
최근 제주도에 불어 닥친 부동산 광풍, 어떻게 보나

김태일 교수
좋은 현상만은 아니다. 일단, 제주의 가치를 땅값이나 부동산적인 가치로 너무 몰입하는 사회적 현상으로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 그 중 땅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여러 가지 사업들이나 투자들이 부작용을 야기하면서 문제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공익성을 추구하는 사업들이 땅값 때문에 중단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제주를 부동산 투기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비판해야 할 부분이다.

제주 지역의 부동산 투기 광풍 시점은 유출인구보다 유입인구가 역전되는 시기였던 2010년과 맞물린다. 공교롭게 부동산투자이민제가 시행된 시기이기도 하다. 단 5년 사이에 많은 인구 유동과 투자 이입을 단기간에 유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부동산 광풍 현상을 만들었다.

이 현상이 긍정적인 현상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측면에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그래서 항상 주장해 왔던 것이 제주도의 토지를 매각하기 보다는 장기 임대 제도를 기반으로 해서 개발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땅장사 하면 안 된다”는 발언으로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공기업은 토지를 매개로 한 순기능을 할 수 있도록 과도한 개발이 아닌 보전과 개발이 조화롭게 이뤄지면서 동시에 투자자와 윈윈(win-win) 할 수 있는 그런 구조로 개발정책을 바꿔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제주도는 과도기적인 상황에 직면해있다.

이것 때문에 지난주에 일본 국토교통성 토지 담당자와 일본부동산정책연구원 사람들이 저를 찾아왔었다. 일본에서도 부동산투자이민제 도입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 활성화가 됐느냐 하는 부분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제주에 왔던 것이었다.

부동산투자이민제의 자체 문제라기보다는 우리가 운영하는 방식의 문제다. 땅값이 유일하게 급등한 곳 중 세종시의 경우는 관공서가 옮겨지면서 사람들이 몰려들다보니 수요에 의해서 땅값이 상승하는 측면이 있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제주도엔 (예견됐던 것이긴 하지만)이상한 투기성 자본이 들어오면서 변질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김명현 기자
그런 대표적인 곳 중 한 곳이 월정리인가

김태일 교수
그렇다. 평당 10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전형적인 투기 형성이다. 그렇게 지역의 돈을 벌어서 생긴 이익이 지역에 순환되느냐 그게 아니라는 거다. 그런 형태의 자본으로 인해 지역민과 갈등구조를 만들고 제주의 정서와 맞지 않는 형태의 문화가 만들어지면서 해안경관을 사유화하고 있는 것이 제주에 도움이 되고 있느냐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김명현 기자
부동산투자이민제의 장단점 구별할 수 있나

김태일 교수
장점보단 단점이 훨씬 많다. 부동산에 투자를 하면 영주권 주는 메리트, 제주도 입장 혹은 개발업자나 투기성 자본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제주도는 꿩도 못 먹고 알도 못 먹는 그런 부동산투자이민제가 됐기 때문에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제도의 근본적인 취지는 알겠지만 실질적으로 제주도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되는 구조로 돼 있다. 중국 부동산 계열의 시행사나 건설업자가 돈을 벌어가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거다.

이 제도의 장점은 한정된 토지에 건축물들을 지어서 그걸 매각해 이익을 내는 것이니 초기 투자비용 대비 수익이 굉장히 크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이익을 얻어 가는데 그게 환원이 안 되는 구조다보니 문제다.

제주도는 땅을 팔고, 그 땅에 부동산투자이민제 대상이 되는 중국 부동산 계열의 자본들이 지어서 그걸 매각해 팔아넘긴다. 매각해 팔아넘긴 수익은 전부 시행사가 가져간다. 그러니까 제주도는 땅을 판 돈만 수익이 나는 거다. 물론 취득세나 재산세 등의 세수가 걷히긴 하지만 이는 3∼5% 정도뿐인 것으로 안다.

제도 자체는 나쁜 것은 아니다. 이 제도가 고용유발효과는 떨어지지만, 재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한정적인 땅덩어리에서 고밀도 개발로 돈을 번다는 차원에서, 그리고 이민정책으로 인구 유입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는 정책임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이민정책에 따른 재정적인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동시에 너무 투자자 중심으로 개발하고 인센티브를 주다보니 헬스케어타운이나 다른 부동산투자이민제의 대상이 되는 곳처럼 환경경관 훼손 문제도 이어지기 일쑤다. 제주도에 아무런 메리트가 없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어 문제가 더 심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여기엔 주민참여라는 것도 없다.

김명현 기자
장기임대방식으로 가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긴 한데,

김태일 교수
캐나다에선 부동산투자이민제를 중단한 것으로 안다.

김명현 기자
그 이유는 뭔가

김태일 교수
아까 말한대로 고용유발효과나 그런 것들이 크지 않으니까. 싱가폴도 중단됐다.

김명현 기자
그렇다면 그런 나라들은 장기임대방식으로 전환했나

김태일 교수
그건 확실치 않다. 하지만 부동산투자이민제를 중단했다는 것은 기존의 개발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김명현 기자
장기임대방식을 하고 있는 나라는? 제주에 이를 도입하는 건 어려운 문제인가

김태일 교수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거나 재정규모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이상,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로서의 지위를 갖고 한정된 토지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선 토지를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갖고 있으면서 중간에 컨트롤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자는 것이 장기임대방식이다.

제주에 도입하는 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최근 제주도의회는 토지와 주택 문제 등과 관련해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위원회에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장기임대방식을 논하게 될 것이다.

김명현 기자
이 조직에 도청 관계자들은 없는 것으로 아는데 같이 해야 되지 않나

김태일 교수
도청 관계자들은 없는데, 그들이 생각이 있건 없건 간에 행정에서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다보니 의회 중심으로 처리되는 측면이 있다. 정리가 되면 조례를 제정하는 등의 움직임으로 이어질 것이다.

김명현 기자
하지만 행정에서의 참여가 없다보면 정작 조례가 제정되려고 해도 재의요구를 하는 등 반발이 있을텐데...

김태일 교수
그럴수도 있겠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행정에서 긍정적으로 나올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어떤 형태로든 제주도의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에 대비해서 도청이 하든 의회가 하든 문제점들을 짚어내고 그것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중요하다고 본다. 때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김명현 기자
부동산투자이민제는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며 연장이 가능하다. 최근 제주도정에서는 법무부에 이 제도를 관광지와 관광단지에만 한정한다는 내용을 담아 제출한 상태인데, 제주도에서 의도한대로 도내 모든 지역이 아니라 관광지에 한정해서만 이 제도를 적용해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보완책이 실효성이 있다고 보나

김태일 교수
실효성이 없다. 관광지 지구지정은 누가 하나 도지사가 한다. 도지사가 마음만 먹으면 지금 있는 것도 지구지정을 다 해서 하면 되는 것이라 그러한 제도개선은 별 의미가 없다. 이미 도지사가 지정한 지역을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는 열려 있는 상태로 진행이 되고 있는데 지금과 달라질 것이 없다. 관광진흥지구로 지정이 안 된 곳은 지금도 안 하고 있다. 거기엔 혜택을 안 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별 의미가 없는 거다.

*위 인터뷰는 11월 1일 법무부에서 고시한 부동산투자이민제 개정 이전인 10월에 이뤄졌던 내용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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