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 교수

<뉴스제주>는 창간 9주년을 맞아 ‘제주사회를 말하다’를 주제로 제주특별자치도를 이끌어가는 책임자들과 이를 바라보는 시민사회 논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 중 이번 지면에선 김태일(53) 제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를 찾아 제주사회가 현재 겪고 있는 여러 현안들에 대한 현주소를 짚어봤다.

▲ 김태일 제주대학교 교수. ⓒ뉴스제주

김명현 기자
평당 1400만 원대에 육박하는 아파트 시장, 왜 계속 오르기만 하나

김태일 교수
분석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면 “이것이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겠지만 지금 그런 상태가 아니고 몇 가지 파편 데이터만 가지고 있어서 단언하기 어렵다는 것을 전제로 말하면, 아파트 분양가격은 전형적인 - 소위 말하는 ‘비싸면 좋다고 여겨지는 심리’가 한몫했다고 보여진다. 투기성도 있지만, 건설업체의 마케팅 전략에 제주도민들이 동조하고 있다는 뜻이다.

김명현 기자
부동산에 명품문화가 스며들어가고, 소비자는 그것을 원한다는 것인가

김태일 교수
말은 명품이지만 명품이라는 이름아래 아파트 분양가격을 올려서 고급 아파트화 시키는 상품화 전략에 놀아나는 것이다. 제주도민들은 그런 의미에서 주거에 대한 인식이 강남 따라하기, 이를테면 서울 강남에 래미안이 들어오면 제주에도 그게 들어와야 한다는 인식들을 갖고 있다는 거다. 한 마디로 개발인식 수준이 낮은 거다.
제주에 왜 많은 인구가 유입되고 그들이 제주의 특별한 가치를 찾아서 들어오는가에 대한 인식들이 제주도민의 정서와 전혀 반대인 것이다.

육지에서 온 사람들의 인식과 제주도민 간의 인식 차이는, 육지에서 유입된 사람들이나 중국자본은 제주도의 환경을 바탕으로 제주를 힐링의 대상으로 삼아서 온다. 제주에 오면 먹고 살기는 해야 하니까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창고나 오지 땅을 사서 카페 등을 만들어 돈을 벌고, 월정의 경우에도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뛰어난 해안경관을 이용해 상품화시키고 있다.

그런 반면에, 제주사람들은 반대로 육지 개발방식을 그대로 가져와서 그걸 가지고 고급화시켜서 - 실은 말만 고급일 뿐 - 가치를 높여 판매하는 시공업자의 마케팅 전략에 같이 동조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즉, 고급 아파트를 원하는 도민들이 서울 강남 부자가 살고 있는 모습처럼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거다.

김명현 기자
수요자의 욕구로 인해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말인가.

김태일 교수
그렇다. 제주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개발에 대한 환상에 젖어 있는 거로 볼 수 있다. 아파트 문화를 제주도에 새롭게 정착하는 계기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게 택지개발과 맞물리는 것이다.

김명현 기자
연동 지역의 경우엔 준공된 지 10년이 가까운 건물도 평당 1000만원이 넘는다. 이건 어떻게 설명돼야 하나. 주택공급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현상 중 하나라고 분석하는 곳도 있던데...

김태일 교수
그것도 이유가 된다. 원인을 딱 이거 하나라고 말하기 어렵다.
제주에 지금 하루에 1000명씩 1년에 만 명 이상이 제주로 유입되고 있는데, 그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귀농 귀촌을 하는 건 아니다. 이 사람들이 대부분 서귀포로 많이 흘러 들어가고 있다. 그 사람들이 단기간에 머물러야 될 주거공간이 필요한 부분도 있고, 제주도민들은 신규아파트에 동승하게 되고, 그러니까 부동산 가격 상승 요인은 한 쪽에선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고, 주민들도 비싼 고급화된 아파트를 요구하고, 이게 맞물려 가는 거다.

김명현 기자
제주도는 숙박 공급과잉 상태에 직면해 있다. 이게 규제가 안 되는 이유는?

김태일 교수
숙박시설이 많이 늘어난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12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더 들어올 것이라는 환상에 젖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신규 숙박시설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 아무런 규제가 없다보니 발생하는 결과다.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관광객들 속에 부동산의 자본들이 호텔업에 손을 대면서 맞물려서 가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김명현 기자
그러면 공급을 아무리 늘려도 수요가 따라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것인가

김태일 교수
제가 보기인 착시현상이다. 관광객이 무한정 늘어날 수는 없다. 1200만이 적은 숫자는 아닌데, 계속 늘어날 것인가에 대해선 지켜봐야 한다. 이제 앞으로 중국관광객들의 단체관광이 계속 이어질지도 미지수고, 개별관광객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크다. 우리나라의 국민들도 이제는 다양화된 관광패턴을 즐기고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생각을 달리 해야 할 부분이 있다.

수요와 공급의 예측과, 제주가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구체화돼야 할 부분이 많다. 하지만 지금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많아 보인다. 정책에 대한 정확한 예측에 기반하지 못하고 이랬다 저랬다 하면서 일관성이 떨어지고 있는 게 문제다.

김명현 기자
일관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담당 공직자들의 잦은 보직변경 때문인가

김태일 교수
그렇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순환보직이라는 이름하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거기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지식을 축적할만한 그런 시간이 안 되고 있는 거다. 전문성이 없다보니 한다는 건 용역만 남발하게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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