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 ⓒ뉴스제주
 

요즘 신문을 읽다 보면 젊은이들이 이혼을 밥 먹듯이 하는 것을 보며 정말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혼하는 본인들은 나름대로 이혼해야만 하는 사연이 있겠지만, 둘 사이에 태어난 자식들의 장래도 생각하고, 참으며 이해하려 노력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 같다. 이혼이 당사자의 문제만이 아니고 결국은 우리 사회의 건전성 유지에도 흠이 된다.
이혼한 결손가정에서 자라나는 아이들 정서가 삐뚤어지면 결국은 사회의 안영과 질서유지에 직접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젊은이의 가정을 살펴보면 가정이 건전치 못한 경우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오래전 어느 날 모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밤에 잠이 안 와서 고생한다는 고민을 토로하셨다. 잠을 자기 위해 술도 마셔보고, 약도 먹어 보는데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했다.
장난기가 동한 선배에게 “내가 잠을 잘 잘 수 있는 처방을 해드릴 터이니 술이나 한 잔 삽서.(사세요.)” 하고 말했더니 그 선배는 내게 바짝 달라붙어 처방을 내려다라고 졸랐다. 농담 한 번 했다가 선배의 성화에 견딜 수가 없어 “그럼, 단 둘이 조용한 곳에 가서 대화를 하시지요.” 하고 장소를 옮겼다.
나는 그 분에게 “잠이 안 온다는 것은 건ㅅ강상 이유도 있겠지만, 정신적인 이유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선배님 신상에 고민되는 것을 하나도 숨기지 말고 저에게 털어 놓읍서.(놓으세요.)” 라고 말하고 선배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한참동안 머뭇거리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 결혼시킨 지 2년쯤 된 장남과 한 집에 사는데, 이들 부부는 이층에 살림을 차렸다.
그런데 허구헌 날 둘이서 말다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그래도 모른 체하고 지내는데 하루는 아들놈이 이층에서 아래층으로 가재도구를 집어던지며 대판 부부싸움을 하는 것이었다.
참다 못한 부친이 올라가 아들에게 호통을 치며 “조강지체에게 이렇게 행패를 부려서 되는냐?” 하고 소리를 쳤다.
그랬더니 아들이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당신, 말 잘 했다. 당신은 조강지처 어떻게 했나? 나더러 그런 말할 자격이 있나?” 하고 막말을 하더니 집을 뛰쳐나가 영영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보니 그 아들이 고등학교 졸업식날 선생님에게 행패를 부리던 옛날 모습이 내게도 떠올랐다.
그때도 상당히 버르장머리가 없는 놈이라고 느꼈었다. 그러나 아버지에게 내뱉은 말 중에 그런 말 할 자격 운운한 대목이 신경이 쓰여 다시 그 선배에게 물었다. 주저하던 선배가 말했다.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창피를 무릅쓰고 내 과거를 털어 놓겠네.” 하며 입을 열었다.
6.25 직후 춤바람이 대유행을 하여 그 선배도 친구들과 양춤추러 다니다가 지금의 부인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이미 결혼한 상태였고 2남 1녀를 둔 가장이었으나, 본부인은 남편이 바람을 피워 딴 여자와 살림을 차린 것을 알면서도 이를 문제삼으면 남편이 축첩자로 지목되어 직장에서 쫓겨날까 열려하여 스스로 이혼을 해 주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시골에서 시부모를 모시고 살터이니 자식들만을 남편이 맡아서 잘 키우고 교육도 잘 시켜달라고 부탁하며 자진하여 물러났다.
아직 철모르는 어린 아이들은 아무 분시모르고(영문 모르고)새어머니의 정성스러운 양육 아래 행복하게 자라났다.
하지만 이 자식들이 자라고 보니 여태키워 준 어머니가 자신의 생모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장남이 떠나면서 한 말의 뜻은 아버지는 정작 조강지처인 자신의 생모를 돌보지 않고 시골에 쳐박아 놓아 고생만 시키고, 계모와 딴 살림을 차렸으면서 본인에게 조강지처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는 뜻이었다. 말을 다 듣고 보니 잠이 올 리가 없겠다.
나는 당초 선배로부터 말을 들어 보고 원인을 해소해 드리면 잠이 잘 온다고 하려던 참이었는데, 내가 봐도 별 뾰족한 해소방법이 없지 않은가. 나는 선배님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원인 해소할 방법이 없으니, 저의 처방이 나올 수 없겠습니다. 지금 부인과도 자식이 있으니 헤어질 수도 없고, 전처의 자식들이 모든 것을 이해해 주면야 모든 것이 해결되겠지만, 그 또한 쉽지 않겠고....그러니 선배님이 정신적어로 받는 고생을 스스로 감수하는 방법밖에 없겠습니다.
하고 위로의 말을 전하고 헤어져 돌아왔다.
젊은 시절 양춤추며 바람피운 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구나 생각했다.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