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태일 제주대학교 교수
<뉴스제주>는 창간 9주년을 맞아 ‘제주사회를 말하다’를 주제로 제주특별자치도를 이끌어가는 책임자들과 이를 바라보는 시민사회 논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 중 이번 지면에선 김태일(53) 제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를 찾아 제주사회가 현재 겪고 있는 여러 현안들에 대한 현주소를 짚어봤다.
김명현 기자
원희룡 도정이 출범한 이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면?
김태일 교수
첫째는 제도적인 보완 필요성이 있지만 투자 감소를 감내하면서까지 중산간 보존이라는 개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을 들 수 있겠다. 환경 위주의 투자, 개발 쪽으로 하겠다는 의지의 발명은 굉장히 긍정적으로 본다. 다만, 이런 것이 지사가 바뀔 때마다 변경되는 것이라,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안요소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빨리 제도화시켜야 하는데 이 부분에선 미온적인 것 같은 인상이 있어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도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실천행동을 보일 필요가 있다. 의지와 노력은 알겠지만 가시화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는 원도심 활성화 사업의 경우에도 지역활성화를 위한 측면에서, 1∼2년만에 되진 않겠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노력을 보면 다른 도정에서 하지 않았던 접근 방법이나 태도였다는 점에선 개인적으로 높이 평가한다. 부분적으로는 미흡하거나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긴 하다.
또 있다면 이제는 좀 환경보전이랄까, 제주도의 정체성이나 미래가치에 우선적으로 기반해서 제주도의 발전을 이끌어가겠다는 원대한 비전이나 철학은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지사가 좀 더 제주도를 세일즈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중국에 한정시키기 말고 유럽이나 동남아시아, 미국 등 제주도의 환경을 기반으로 한 투자 가치를 높이는 홍보를 하면서 제주도민의 소득과 투자자의 이익이 같이 높여질 수 있는 기업들에게 세일즈를 해야 한다. 소위 말하는 ‘굴뚝 없는 공장’ 이런 쪽으로도 뚜렷한 방향 설정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걸 잘하고 있는 곳이 경기도다. 이번에도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같이한 것도 그런 의지로 보여지는데, 그런 것 보다는 도지사가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적극적으로 이끌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 성장은 말로만 해서 이뤄지지 않는다. 발로 뛰면서 한두 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어야 하고 환경보전도 말로만 해서 될 것이 아니다.
이제는 문화재도 보존만이 아니라 활용의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보존은 하되 그것이 동시에 경제적 가치로 이어질 수 있는 보전을 전제로 한 개발이 필요하다. 보존과 개발이 대립적 관계 개념이 아니라 보완적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어떻게 개발하느냐가 문제다.
이제까지는 보존은 안 하면서 압도적으로 과밀한 개발만 해왔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원희룡 지사는 좋은 출발점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이제는 더 몸으로 뛰어야 하는 시기가 왔다. 그렇지 않으면 민선 6기 말년에 성과에 대한 이야기가 부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김명현 기자
잘못 가고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김태일 교수
신항 같은 경우는 문제가 있다. 공항과 맞물릴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신항은 공항을 논의하는 구조와 달리 갑자기 뜬구름 잡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금 서귀포 강정해군복합항도 있고, 얼마 전에 국제여객터미널이 오픈된 제8부두도 개발된 상태에서 신항 개발 이야기가 갑자기 왜 나오는가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좀 더 충분한 도민들의 공감대랄까, 제주도정이 발전의 전략상에서 왜 중요한가에 대한 설득논리 없이 밀고 나가는 경향이 상당히 있어서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것과 영리병원에 대해서도 왜 가야 하는가에 대해, 카지노 역시, 원 도정 출범 초기의 부정적인 태도와 달리 갑자기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이런 것도 몇 가지는 원 지사의 제주도정을 이끌어가는 철학 비전이, 환경의 가치나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정이 내건 가치였던 자연, 사람, 문화의 가치를 내세우겠다는 이 가치와 대립되거나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
논의의 구조도 합리적이지도 않고, 그 안의 내용도 제주에 중요한 역할을 할 만한 일들인가 하는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원 도정의 슬로건인 ‘사람, 자연, 문화의 가치’ 이 3가지를 추구하겠다는 것에 맞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신항 개발은 탑동 지역을 또 매립해야 한다. 자연을 파괴하겠다는거나 마찬가지다. 카지노는 제주사람의 정체성, 도민들의 정체성을 볼 때 이게 과연 맞는 것인가에 대한 논의구조에서 원 지사도 이전 도정과 똑같이 밀고 나가려 하는 것 같다.
이런 부분에서 사회단체나 NGO와의 교섭, 논의 과정에서도 비난을 받는 것도 이것 때문이라 생각한다.
김명현 기자
얼마 전 원 지사는 제주경영자총협회 조찬포럼에 참석해 향후 2025년에 10개의 크루즈 선석이 필요하다며 신항 개발의 당위성을 주장했는데, 어떻게 보나
김태일 교수
그런 논리로 보면,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동시에 크루즈 6척 이상이 제주에 들어올 수 있다고 보는지 아리송하다. 물론 크루즈 시장이 미래에 늘어날 것이라고는 확실히 생각하고 고급 비즈니스 시장인 건 맞지만, 제주에 동시 10척의 크루즈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지 의아스럽다.
만일 들어온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잘못됐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선 강정민군복합항이나 서귀포항에도 들어가야 하는데, 8척 정도가 제주신항에 들어가면 그게 되겠나.
김명현 기자
그래서 원 지사는 도내 여기 저기 다 해서 10대의 크루즈를 접안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김태일 교수
그게 말이 안 된다. 크루즈가 지금 전 세계에 열 몇 대 밖에 없는데 그게 다 제주도로 온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김명현 기자
그러니까 2025년이 되면 상해에서 연간 1000회의 크루즈 선박이 운항하게 될 테니 제주가 일본이나 부산 등지로 가는 경유지로서 제대로 그 역할을 수행하려면 넓혀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김태일 교수
구체적인 통계 수치 없이는 단언을 못하겠지만 상식적으로 보면 10대의 크루즈가 동시 들어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건 단순논리다. 지사는 지금 뭔가를 막 구상하고 있는데 밑에서 “그건 아니고요, (백데이터를 근거로)이렇게 가야한다”고 말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원 지사 혼자서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 같다. 원 지사만을 너무 비판할 필요는 없는데, 총체적으로 논의 구조 체계가 안 돼 있다보니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 같다. 본인은 뭔가 비전을 제시해야 되는데 그게 안 되니까 즉흥적으로 얘기를 꺼내는 것 같기도 하고.
김명현 기자
그 즉흥적인 것 중의 대표적인 것이 GRDP 25조 원 달성 비전 제시였던 거 같다.
김태일 교수
성장동력이 뭔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리 성장동력이 있다 하더라도 확 늘어나진 않을 것이다.
김명현 기자
그래서 이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들이 쏟아지다보니 제주발전연구원에서 25조 원이 아니라 20조 원 정도면 달성 가능할 것이라고 수정했다.
김태일 교수
무엇을 할 것이냐에 따라서인데, 그렇게 막 안 는다. 상식적으로 예를 들면 삼성이나 몇 군데에서 집중적인 생산라인을 투자해서 그런 환경을 갖추지 않는 이상은, 혹은 관광객이 3000만 명 정도 오지 않은 이상은. 근데 그게 좋은 현상만은 아닐 것이다.
김명현 기자
원희룡 지사의 농지법 강화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김태일 교수
약간의 긍정적인 측면이라 보여진다. 물론 그것이 절대적인 관리정책은 아니고 사실, 법과 제도를 바꾸는 건 오랜 측면이 있지만 투기성으로 토지를 매입으로 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는 규제를 할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 측면에선 긍정적이다. 허나 그런 효과가 오래 가진 못할 것이라 본다. 제도를 좀 더 효율적 관리를 위해서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은 긍정적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