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태일 제주대학교 교수

<뉴스제주>는 창간 9주년을 맞아 ‘제주사회를 말하다’를 주제로 제주특별자치도를 이끌어가는 책임자들과 이를 바라보는 시민사회 논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 중 이번 지면에선 김태일(53) 제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를 찾아 제주사회가 현재 겪고 있는 여러 현안들에 대한 현주소를 짚어봤다.

▲ 김태일 제주대학교 교수. ⓒ뉴스제주

김명현 기자
원희룡 도정이 출범한 이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면?

김태일 교수
첫째는 제도적인 보완 필요성이 있지만 투자 감소를 감내하면서까지 중산간 보존이라는 개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을 들 수 있겠다. 환경 위주의 투자, 개발 쪽으로 하겠다는 의지의 발명은 굉장히 긍정적으로 본다. 다만, 이런 것이 지사가 바뀔 때마다 변경되는 것이라,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안요소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빨리 제도화시켜야 하는데 이 부분에선 미온적인 것 같은 인상이 있어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도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실천행동을 보일 필요가 있다. 의지와 노력은 알겠지만 가시화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는 원도심 활성화 사업의 경우에도 지역활성화를 위한 측면에서, 1∼2년만에 되진 않겠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노력을 보면 다른 도정에서 하지 않았던 접근 방법이나 태도였다는 점에선 개인적으로 높이 평가한다. 부분적으로는 미흡하거나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긴 하다.

또 있다면 이제는 좀 환경보전이랄까, 제주도의 정체성이나 미래가치에 우선적으로 기반해서 제주도의 발전을 이끌어가겠다는 원대한 비전이나 철학은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지사가 좀 더 제주도를 세일즈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중국에 한정시키기 말고 유럽이나 동남아시아, 미국 등 제주도의 환경을 기반으로 한 투자 가치를 높이는 홍보를 하면서 제주도민의 소득과 투자자의 이익이 같이 높여질 수 있는 기업들에게 세일즈를 해야 한다. 소위 말하는 ‘굴뚝 없는 공장’ 이런 쪽으로도 뚜렷한 방향 설정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걸 잘하고 있는 곳이 경기도다. 이번에도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같이한 것도 그런 의지로 보여지는데, 그런 것 보다는 도지사가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적극적으로 이끌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 성장은 말로만 해서 이뤄지지 않는다. 발로 뛰면서 한두 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어야 하고 환경보전도 말로만 해서 될 것이 아니다.

이제는 문화재도 보존만이 아니라 활용의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보존은 하되 그것이 동시에 경제적 가치로 이어질 수 있는 보전을 전제로 한 개발이 필요하다. 보존과 개발이 대립적 관계 개념이 아니라 보완적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어떻게 개발하느냐가 문제다.

이제까지는 보존은 안 하면서 압도적으로 과밀한 개발만 해왔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원희룡 지사는 좋은 출발점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이제는 더 몸으로 뛰어야 하는 시기가 왔다. 그렇지 않으면 민선 6기 말년에 성과에 대한 이야기가 부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김명현 기자
잘못 가고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김태일 교수
신항 같은 경우는 문제가 있다. 공항과 맞물릴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신항은 공항을 논의하는 구조와 달리 갑자기 뜬구름 잡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금 서귀포 강정해군복합항도 있고, 얼마 전에 국제여객터미널이 오픈된 제8부두도 개발된 상태에서 신항 개발 이야기가 갑자기 왜 나오는가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좀 더 충분한 도민들의 공감대랄까, 제주도정이 발전의 전략상에서 왜 중요한가에 대한 설득논리 없이 밀고 나가는 경향이 상당히 있어서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것과 영리병원에 대해서도 왜 가야 하는가에 대해, 카지노 역시, 원 도정 출범 초기의 부정적인 태도와 달리 갑자기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이런 것도 몇 가지는 원 지사의 제주도정을 이끌어가는 철학 비전이, 환경의 가치나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정이 내건 가치였던 자연, 사람, 문화의 가치를 내세우겠다는 이 가치와 대립되거나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

논의의 구조도 합리적이지도 않고, 그 안의 내용도 제주에 중요한 역할을 할 만한 일들인가 하는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원 도정의 슬로건인 ‘사람, 자연, 문화의 가치’ 이 3가지를 추구하겠다는 것에 맞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신항 개발은 탑동 지역을 또 매립해야 한다. 자연을 파괴하겠다는거나 마찬가지다. 카지노는 제주사람의 정체성, 도민들의 정체성을 볼 때 이게 과연 맞는 것인가에 대한 논의구조에서 원 지사도 이전 도정과 똑같이 밀고 나가려 하는 것 같다.

이런 부분에서 사회단체나 NGO와의 교섭, 논의 과정에서도 비난을 받는 것도 이것 때문이라 생각한다.

김명현 기자
얼마 전 원 지사는 제주경영자총협회 조찬포럼에 참석해 향후 2025년에 10개의 크루즈 선석이 필요하다며 신항 개발의 당위성을 주장했는데, 어떻게 보나

김태일 교수
그런 논리로 보면,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동시에 크루즈 6척 이상이 제주에 들어올 수 있다고 보는지 아리송하다. 물론 크루즈 시장이 미래에 늘어날 것이라고는 확실히 생각하고 고급 비즈니스 시장인 건 맞지만, 제주에 동시 10척의 크루즈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지 의아스럽다.

만일 들어온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잘못됐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선 강정민군복합항이나 서귀포항에도 들어가야 하는데, 8척 정도가 제주신항에 들어가면 그게 되겠나.

김명현 기자
그래서 원 지사는 도내 여기 저기 다 해서 10대의 크루즈를 접안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김태일 교수
그게 말이 안 된다. 크루즈가 지금 전 세계에 열 몇 대 밖에 없는데 그게 다 제주도로 온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김명현 기자
그러니까 2025년이 되면 상해에서 연간 1000회의 크루즈 선박이 운항하게 될 테니 제주가 일본이나 부산 등지로 가는 경유지로서 제대로 그 역할을 수행하려면 넓혀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김태일 교수
구체적인 통계 수치 없이는 단언을 못하겠지만 상식적으로 보면 10대의 크루즈가 동시 들어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건 단순논리다. 지사는 지금 뭔가를 막 구상하고 있는데 밑에서 “그건 아니고요, (백데이터를 근거로)이렇게 가야한다”고 말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원 지사 혼자서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 같다. 원 지사만을 너무 비판할 필요는 없는데, 총체적으로 논의 구조 체계가 안 돼 있다보니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 같다. 본인은 뭔가 비전을 제시해야 되는데 그게 안 되니까 즉흥적으로 얘기를 꺼내는 것 같기도 하고.

김명현 기자
그 즉흥적인 것 중의 대표적인 것이 GRDP 25조 원 달성 비전 제시였던 거 같다.

김태일 교수
성장동력이 뭔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리 성장동력이 있다 하더라도 확 늘어나진 않을 것이다.

김명현 기자
그래서 이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들이 쏟아지다보니 제주발전연구원에서 25조 원이 아니라 20조 원 정도면 달성 가능할 것이라고 수정했다.

김태일 교수
무엇을 할 것이냐에 따라서인데, 그렇게 막 안 는다. 상식적으로 예를 들면 삼성이나 몇 군데에서 집중적인 생산라인을 투자해서 그런 환경을 갖추지 않는 이상은, 혹은 관광객이 3000만 명 정도 오지 않은 이상은. 근데 그게 좋은 현상만은 아닐 것이다.

김명현 기자
원희룡 지사의 농지법 강화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김태일 교수
약간의 긍정적인 측면이라 보여진다. 물론 그것이 절대적인 관리정책은 아니고 사실, 법과 제도를 바꾸는 건 오랜 측면이 있지만 투기성으로 토지를 매입으로 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는 규제를 할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 측면에선 긍정적이다. 허나 그런 효과가 오래 가진 못할 것이라 본다. 제도를 좀 더 효율적 관리를 위해서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은 긍정적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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