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의 입시원서, 이대로 괜찮나
운동선수의 입시원서, 이대로 괜찮나
  • 김명현 기자
  • 승인 2015.11.18 15: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적은 안 되는데 운동은 하고 싶은 신입생들의 연필로 원서쓰기
입시부정? 제주국제대, 모든 잘못을 운동부 감독으로 몰아가서야

최근 제주국제대학교에서 입시부정이 있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제기됐다.

'입시부정'이라고 주장한 국제대 민주화정상화추진협의회(이하 민정협)는 학생과 학부모의 동의 없이 대학 측(학생지원처)에서 신입생의 지원학과를 멋대로 변경해 강제배정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제대 집행부는 "재계약이 불발된 축구부 감독이 불만을 품고 이전부터 행해오던 관행을 입시부정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다"며 "결단코 입시부정이 아니"라고 맞섰다.

양 측의 주장을 들어보면 다 맞는 말인 것 같아 혼란스럽다.
먼저 잘잘못을 따지려면 운동부 신입생들의 대학 입학원서쓰기가 과연 '입시부정'인가 아닌가의 문제부터 살펴봐야 할 듯하다.

 

# 연필로 쓴 입시원서, 입시부정 행위인가 아닌가
입시부정의 가부를 살펴보기 이전에 왜 이런 행위가 벌어졌는가를 파악해야 한다.

입시부정 '의혹'은 제주국제대학교 운동부 학생들에게 한정돼 있다. 특히 논란이 된 곳은 축구부다.

올해 제주국제대 축구부 선수로 입학한 신입생은 총 38명이다. 일반적으로 1개 축구부 인원이 최대 24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14명이나 넘치는 숫자다. 지원 과정에서 5명이 불합격됐다고 하니 지원한 선수는 43명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합격한 38명의 선수가 모두 스포츠학부로 편성된 것은 아니다.

제주국제대 스포츠학부엔 축구와 야구, 카누, 하키 등 6개의 학과가 있다. 학부 제한정원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각 학과에도 합격 인원 수가 정해져 있다. 올해 축구학과에선 20명의 신입생을 선발했다. 그러니 나머지 18명은 축구학과가 아닌 제주국제대 내 다른 학과로 입학해야 한다.

그 18명은 다른 학과로 들어와도 제주국제대 축구선수로 등록해 축구를 할 수 있게 된다. 대신 다른 학과에 있기 때문에 축구와 관련된 교과목을 이수할 수 없게 된다. 즉, 이 18명은 운동경력을 이어갈 수 있기는 하되, 관련 학위를 쌓을 수 없어 지도자 연수 등의 과정으로 발전해 나가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이 38명 중 20명과 18명은 어떻게 나눠지게 될까.

이는 전적으로 대학 내 운동부 감독들의 권한이다. 축구부 감독은 지원학생들의 면면을 살펴보고 재능이 있다고 판단되는 우선순위로 20명을 뽑아 스포츠학부로 지원원서를 쓸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나머지 18명이 문제다. 축구부 감독은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선택지를 내민다. "저희 대학에서 운동은 할 수 있지만 스포츠학부로 들어갈 순 없다. 그래도 입학하겠느냐"고. 이는 스포츠학부 내 모든 운동부에 해당된다.

그러면 학부모(학생)들은 "운동만 할 수 있다면 입학시켜달라"고 말하는 것이다.

# 입학원서, 지원학과에 왜 그들은 볼펜이 아닌 연필로 쓰는가
보통의 입학원서는 학생들이 볼펜으로 작성해 각 대학의 학생지원처로 제출한다. 하지만 운동부 선수들은 경우가 좀 다르다.

감독에 의해 스포츠학부로 편성된 20명이야 볼펜으로 써도 상관없지만 18명은 원서마감 때까지 눈치작전에 돌입해야 한다.

제주국제대에선 원서 마감 1시간 전에 원서접수 현황을 공지한다. 이때 대학 내 각 학과의 지원 경쟁율을 알 수 있게 되는데, 운동부 감독들은 이 18명을 미달된 학과에 집어넣는다. 그러기 위해 운동부 감독은 학생(학부모)들에게 지원원서의 지원학과명을 연필로 기입하게 한다.

올해 제주국제대 수시전형 마감일에 학생지원처는 스포츠학부의 각 운동부 감독 6명을 소집시켰다. 미달학과의 남는 인원수를 보면서 각 운동부 별로 몇 명씩 집어넣을 것인지 합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허나 이날 축구부 감독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머지 5명의 감독들은 서로 맞춰보면서 스포츠학부 외 학생들을 다른 학과로 변경해서 제출했다. 축구부 감독은 당시 수원에 있었고, 대학 측으로부터 전화를 받고선 20명의 명단과 18명의 학과를 정해 알려줬다. 이 과정에서 미달된 학과를 찾아 지원하지 못했던 5명의 학생이 탈락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대 집행부는 이러한 ‘입학작전’이 예전부터 있어왔던 관행이라고 했다. 국제대뿐만 아니라 그 유명한 류중일 야구감독도 이런 식으로 해서 다른 학과로 입학한 뒤 운동을 해 온 경우라고 강조했다. 실제 많은 선수들이 이렇게 대학에 입학하고 있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해서 연필로 쓴 지원원서를 학생이 아닌 감독이 지운 후에 대리 작성한 후 입학원서를 제출하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해선 많은 의구심이 달린다. 물론 이 과정엔 학생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대학 측은 항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명 학생의 학부모들은 제주국제대에서 입시부정이 있었다며 교육부와 제주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왜 그랬을까?

추측컨대 학부모들은 입시원서 지원학과명에 왜 연필로 써야하는지를 몰랐던 거다. 축구부 감독이 이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다면 축구부 감독은 왜 18명의 학부모들에게 진정서를 들이밀며 서명을 받은 뒤, 이를 들고 민정협 측과 손을 잡아 대학 집행부를 향해 전쟁을 선포한 것일까.

▲ '입시부정'이라며 기자회견을 진행한 국제대 민주화정상화추진협의회(우측), 입시부정이 결단코 아니라며 해명에 나선 국제대 집행부(좌측). ⓒ뉴스제주

# 대학 측과 재계약에 실패한 축구부 감독의 음해?
박윤기 전 제주국제대학교 축구부 감독은 올해 6월 U리그대회에서 대한축구협회로부터 ‘1년 6개월 자격정지’라는 징계를 받았다.

박 전 감독은 제주국제대와 성균관대의 경기가 끝난 후 경기진행에 불만을 품고 주심의 뒷머리를 음료수 패트병으로 가격해 버린 것이다. 국내 프로축구 창단 1호골의 주인공이었던 선수 출신이라도 이는 해선 안 될 행위였다.

국제대는 운동부 감독과 통상 1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다고 밝혔다. 1년 6개월의 자격정지니 대학 측에선 박 전 감독과의 재계약을 불허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국제대 집행부는 “박 전 감독이 대학과의 재계약에 실패하자 이러한 일을 벌인 것 같다”면서 “이번 논란의 모든 책임은 박 전 감독에게 있다”고 떠넘겼다.

이어 대학 측은 “진정서를 제출한 18명의 학부모들과 만나 그간의 사정을 얘기해 17명으로부터 진정서 철회요청서를 받았다”며 “박 전 감독과 함께 대학 측을 비방한 이들은 운동부 원서접수 실태를 잘 아는 전 집행부원들(부총장과 기획처장)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봉언 국제대 학생지원처장은 “사립대학 감독기관인 제주특별자치도에 이번 일과 관련해 공정하고도 엄정한 감사를 요청한다”며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축구 감독을 모셔오겠다”고 공언했다.

# 이 모든 건 감독 책임? 국제대는 잘못이 없나
하지만 제주국제대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잘못 꿰뚫고 있다. 제주도감사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살펴보는 건 그렇다 하더라도 입시원서에 연필로 지원학과를 쓴 뒤 이를 감독이 고쳐 다른 학과로 배정시키면서까지 학생을 더 많이 받으려는 대학 측의 ‘욕심’은 감독을 바꿨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감독이 불미스런 사건을 일으켜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할 수 없게 된 것에 따라 재계약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일면 옳은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다면 대학 측은 감독에게 각 운동부 정원에 맞는 인원만을 선발하라고 하면 될 일이다. 정원 외 입학문제로 인해 불거진 이번 ‘입시부정 의혹’ 논란은 그래서 대학 측에 그 근본 원인이 있다 할 것이다.

이를 두고 대학 측은 “운동선수들은 보통 내신에 약하다. 일반 학생들과의 성적 경쟁에서 떨어지는 상황에서 운동선수는 갈 방법이 없어진다”며 “국제대는 지난 2012년에 통폐합되면서 이탈자가 많이 발생했는데 올해까지가 마지막으로 많이 뽑는 해가 될 것이고 이것이 법에 어긋나는 건 아닌 걸로 안다”는 설명으로 문제의 논란을 비켜가려 했다.

대학 운동부 감독도 엄연한 교직원이다. 더군다나 입학원서를 연필로 기재하게 한 것은 대학 측에서도 신입생을 더 많이 받기 위해 협조했던 행위이므로, 대학 집행부가 감독 혼자만의 책임으로 돌리는 태도는 무책임함에 가깝다.

또한 학부모들이 운동만 할 수 있다면 다른 학과에라도 입학하겠다 해서 받아 준 것은 대학 당국이다. 결국, 대학 측도 이번 논란의 책임소재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때문에 이를 대학 내 감독에게만 물을 것이 아니며, 법에 어긋나지 않고 아무리 오래된 관행이었다 해도 그것이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었다면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했어야 했다.

고봉언 학생지원처장은 “국내대학 운동선수들의 입학현실을 안다면 이해하실 내용”이라고 말했지만, 입학원서를 연필로 쓰는 행위를 ‘정상’이라고 보긴 힘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