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가입 장애인의 대차방안 마련 절실

# 장애인의 39.7% “교통수단 이용 어려워“

얼마 전 접촉사고로 인해 차량을 수리 맡겨야 했던 지체장애인 A씨는 자차 대신 택시를 이용해 출근하고자 휠체어를 끌고 거리로 나갔다.

거리로 나간 지 30여 분이 지났을까. 이 시간 동안 수 십 여대의 택시가 그의 곁을 지나쳐 갔지만 그의 애타는 손짓에도 불구하고 단 1대의 택시도 멈춰 서지 않았다.

A씨는 대기시간이 길어 제 시간에 이용이 어려운 장애인콜택시보다는 그나마 편리한 택시를 이용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한 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버스나 택시가 아닌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렌터카는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렌터카 이용은 ‘그림의 떡’이다.

장애인은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워 자가 차량 운전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54.4%가 차량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47.3%가 장애인 본인이 차량을 운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운전자는 자동차보험에 가입해 미연의 사고에 대비하고 있지만 장애인 운전자는 교통사고가 났을 경우 운전 가능한 렌터카가 없다는 이유로 차량 대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금융감독원의 자동차보험표준약관에 따르면 사고로 인해 자동차가 파손된 기간 동안 다른 차를 사용할 필요가 있을 때 대차료를 지급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대차를 하지 않는 경우 대차 금액의 30%를 교통비로 받게 된다.

장애인 보험가입자는 사고가 발생해도 운전보조장치를 장착한 렌터카가 없어 대부분 교통비를 지급받고 있다.

비장애인은 대차 시 동종차종을 선택할 수 있으며, 동종의 차량이 없는 경우 유사차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대안까지 마련되어 있는 것과는 비교가 된다.

장애인은 교통비를 지급받더라도 지하철, 버스, 택시 등의 대중교통 이용이 어렵다. 2014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39.7%가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이중 버스·택시의 불편을 토로한 이가 61%에 이르며, 전용교통수단이 부족하다는 응답도 14.3%로 나타났다.

장애인이 여행을 가거나 이동 시 렌터카를 이용하는 경우는 늘고 있다. 장애인콜택시나 저상버스 등 대중교통의 이용이 어려운 경우 불가피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이 이용하는 차량임에도 장애인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없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해 보인다. 렌터카에는 장애인자동차표지 발급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인자동차표지는 장애인, 보호자, 장애가 있는 외국인 등의 자동차를 대상으로 발급한다.

임대차량에 표지를 받으려면 장애인이 1년 이상의 기간을 정해 시설대여를 받거나 임차해 사용하는 자동차여야 한다. 장애인이 단기로 빌리는 차에 대해서는 장애인자동차표지를 이용할 수 없다.

장애인자동차표지는 장애인전용주차구역과 주차요금 및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등 장애인의 자동차 이용편의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표지 발급 대상은 사람이 아닌 자동차가 기준이다.

특히 리스나 임대차량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표지발급이 장애인의 차량소유를 전제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때문에 기존에 장애인자동차 표지를 발급 받아 이용하는 장애인이 렌터카 등의 다른 차량을 이용한다는 이유로 보장받아야 할 권리가 중단되고 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이종성 사무총장은 "현재 장애인자동차 표지의 남용만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며 "장애인이 다른 차량에 탑승했다고 주차구역 이용의 필요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중심으로 장애인자동차표지를 발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총장은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에서는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 및 보호자의 명의로 대여한 렌터카에 장애인자동차표지 이용을 허용하도록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을 보건복지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5조에 따르면 장애인에게 재화·용역 등의 제공에 있어서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제공하지 못하면 장애인차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은 “장애인이 운전하는 차량이 교통사고가 났을 경우 수리기간 동안 장애인운전보조장치가 설치된 차량을 대차할 수 있도록 대안 마련을 금융감독원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 장애인이 렌터카를 대여하더라도 장애인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없다. 렌터카에는 장애인자동차표지 발급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뉴스제주

# 제주시내 인도 점자 블록 ‘엉망’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함은 도로에만 그치지 않는다. 인도도 마찬가지다.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소속 유진의 의원(새누리당, 비례대표)은 최근 제주시 주민생활지원국을 대상으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관내 보행시설에 점자블록 설치가 미비해 시각장애인들의 애로가 많다"며 "설치 장소나 방법 등이 모두 규격화돼 있는데 제대로 된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이 규격을 정하는 건 국제적인 약속이다. 민원사항이 많이 제기되고 있어 직접 현장에 나가 조사해봤다"며 "신광사거리의 경우 시각장애인 안내선을 따라 가다보면 로터리 한복판으로 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격에 맞지 않은 볼라드도 서 있고 점자블록도 잘못 설치돼 있다. 이 주변에는 어떤 시설물도 설치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데 그마저도 위반됐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아라택지지구의 인도폭을 보면 휠체어가 지나가지 못하는 구간이 있다. 이 때문에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도로로 다니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사고 우려를 낳고 있다.

# 장애인 이동권 보장 및 확보...대책은?

최근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제주도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응범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정책기획국장은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응범 국장은 “현재 제주도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1차) 이후 법에 의거해 2차 계획을 수립해야 하지만 현재까지도 수립되어 있지 않다”며 “당초 제주도는 4년 전인 2011년까지 저상버스 30대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재 10대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제주는 도시와 중산간 형태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타 지역에 비해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버스가 유일하다”며 “저상버스도 제대로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별교통수단은 장애인의 이동권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교통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의 경우 당초 공항과 터미널에 각각 1곳씩 구축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제주시 지역 1곳에만 구축되어 있다”며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차량 이용시간을 연장해야 하고, 아울러 차량 증차 및 운전원도 증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기존 장애 1·2급으로만 국한되어 있는 이용 대상자를 3급으로 확대시켜야 한다”며 “여기다 교통약자이동지원차량의 이원화 운영 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국장은 “가장 시급한 것은 장애인을 포함해 교통약자의 이동권이 침해받지 않기 위해서는 관련 조례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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