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승이 온평리장, 에어시티? 허황된 얘기일 뿐

▲제주 제2공항 부지가 포함된 온평리 대수산봉 정상에서 내려다 본 파노라마 풍경. 왼쪽 제일 끝이 제2공항의 남쪽, 사진 중앙에서 약간 오른쪽까지가 공항의 북쪽 방향으로 자리잡게 될 예정이다. ⓒ뉴스제주

정부와 제주도청에서 추진 중인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으로 해당 부지 주민들과 정부 간의 마찰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일 현지시찰이 취소되는 일부터 최근엔 신산리에서 촛불집회를, 수산리에서도 반박 보도자료를 연일 생산해내며 제2공항 건설 반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혹자는 이러한 모양새가 흡사 과거 강정마을에 민군복합형관광미항 기지가 들어서려던 때와 비슷해 보인다는 우려까지 제기했다. 제2공항도 국책사업으로 추진되는 것이고, 그에 따라 토지를 강제 매수 당해야 하는 주민들의 반발과 동요가 일어나는 그 모습이 엇비슷하다.

제2공항 건설은 최소 10년 정도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다. 이를 국책사업이라 해서 밀어붙일 성격의 프로젝트가 되지 못한다. 행정에선 어떻게든 성난 민심과 마주하고 소통과 타협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이나 시작부터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뉴스제주>는 제2공항 부지에 속한 각 마을리장이나 반대 대책위를 꾸린 곳들을 찾아가 그들이 제주특별자치도청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신 들어봤다. 아래부터는 이승이 온평리장의 발언을 그대로 요약한 내용이다. 

▲ 이승이 온평리장. ⓒ뉴스제주

# 이승이 온평리장, 에어시티? 허황된 얘기일 뿐 

정확하게 전체 마을 면적의 76%가 제2공항 부지에 포함된다. 마을은 45% 정도가 들어간다. 공항면적에 따라 토지가 없어지는 것보다도 마을이 없어지는 것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상당히 동요하고 있다.

원희룡 지사가 에어시티 사업을 말하고 있는데, 그렇게 조성되면 마을이 아예 없어진다는 얘기다. 그런 중차대한 결정에 마을 주민들의 의견 수렴도 전혀 없이 도지사가 하겠다고 하면 그냥 이뤄지는 것이냐. 그러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한다는 것인가.

모르긴 몰라도 아마 국내는커녕 세계적으로도 에어시티가 성공한 예는 없는 것으로 안다. 일단 원 지사가 주민을 설득하기 위한 방법으로 한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선 이 계획은 전혀 설득력이 없는 허황된 얘기일 뿐이다.

온평리에는 총 623가구, 14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60세대 정도가 이전해야 할 것이라고 하던데 그건 행정에서의 계산일뿐이고, 문제는 에어시티 사업이 추진되면 주민들이 민자사업에 밀려 도태될 것이라는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는 거다. 에어시티에 따라 마을이 상업지역으로 지정되면 어떻게든 토지를 수용하려고 할 텐데, 우리에겐 그 자체가 불안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또한 공항부지인 수몰지역에 속하는 가구들과 함께 차후에 자녀 교육문제, 취락문제들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제2공항이 2500만 명 정도의 방문객을 수용한다고 하는데 제2공항이 인천공항과 같은 여건이 아니다. 싱가포르의 경우도 얘기하던데 이곳이 무역 거점도 아닌데 무슨 근거로 그런 에어시티 사업의 타당성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온평과 신산, 난산, 수산, 고성리 5개 마을이 연합하는 대책위원회 구성에 대한 말들은 나오고 있지만 아직 연합이 이뤄지진 않았다. 연대할 의향은 있는데, 그건 행정당국에서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 제주 제2공항 토지 지적도. 혼인지 일부가 공항 부지 면적 안에 포함돼 있다. ⓒ뉴스제주

# 혼인지, 제주의 정기가 깃든 곳을 시멘트로 가둬선 안 될 일
마을이 없어지는 것도 아주 큰 문제지만 제주의 자존심, 탐라의 자존심이 없어지는 게 안타깝다.

4300년 전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삼성혈에서 태어난 세 사람이 한라산에서 수렵생활을 하다가 이곳 온평리에서 혼례를 올렸던 곳이 혼인지다.

혼인지는 제주의 자존심이다. 그걸 건드려서는 안 된다. 자연환경을 포함하면서 보존시켜야지, 시멘트 블록과 함께 가둬 놓는 것을 문화재 보호라 할 수 있겠나.

이러한 곳에 제2공항을 짓는다는 것은 온평리와 혼인지, 한라산의 맥을 잘라 버리는 행위다. 넘치는 관광 방문객 때문에 제2공항을 짓는 거 알고 있다. 그런데 그 많은 중국 관광객들이 언제까지 제주를 찾을지는 모른다. 일본 관광객이 갑자기 끊긴 것처럼,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 어떻게 되나. 유령공항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할 거냐.

제주도민 63만 명 중에 과연 관광산업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나. 관광지, 숙박시설 다 외지인들 아니냐. 민자 유치해서 이곳에 도시 만들어봐야 그들을 위한 것일 뿐이다. 그것 때문에 우리 땅을 내줘야 한다는게 말이 안 된다. 도시화와 행복지수는 별개 사안이다.

온평리 주민 거의 100%가 반대다. 수몰지역 주민들이 찬성하는 사람 봤나.

물론 농촌도 언젠가는 도시화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농촌을 도시답게 하루아침에 개발할 수는 없다. 이곳 토지에 시멘트를 발라 개발한다는 것은 지역주민들보고 죽으라는 소리나 다름없다.

여기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농사만 짓던 사람들이다. 농사 이외엔 마땅한 대체 방법이 없다. 다른 곳으로 이주해서 무얼 하며 살란 말이냐.

행정에서 모든 그림을 마음대로 그릴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 정서를 고려하면서 해야지 이렇게 일방적으로 추진해서야 되겠나. 공항면적이나 에어시티 조성계획이나 모두 행정에서 임의대로 하고 있다. 그래선 안 된다. 이게 민주국가냐.

행정에서 지역주민설명회 등 대화의 장이 마련되면 참석해서 의견을 내보이겠지만, 행정에서도 자료를 충분히 검토해서 내밀어야지 대충 어떻게 하겠다는 말만 가지고 와서는 대화가 될 수 없다.

사실 지금도 보면 국토부에서는 제2공항 부지를 150만 평이라고 발표했는데, 도에선 177만 평이라고 하더라. 이게 무슨 경우냐. 궁금한 사항 물어보면 모른다고만 답하면서.

마을 주민들에게 미안할 따름이고, 저희들도 어떤 방식으로든 주민들의 의산을 수렴해서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결정해 나갈 예정이다. [뉴스제주 취재팀(김명현, 우장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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