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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가 등장했지만 민속오일장은 여전히 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오일장에 가 보면 늙은 할머니들이 손수 재배한 채소를 들고 왔는가 하면, 어물전에는 없는 생선이 없고, 과일전에도 각종 과일이 넘쳐나며, 옷가게, 신발가게, 국밥집, 한약재료상 등 골고루 모든 상점이 영업을 하여 서민의 사랑을 받을 만하다.
집사람이 오일장에서 배추, 무 등 김장거리와 생선 등 반찬거리를 사러 갈 때는 나는 운전기사로 함께 동행하지 않을 수 없다. 집사람이 사는 물건을 방아 들고 그 뒤를 졸졸 쫓아 다녀야 하는 내 모습을 보고, 혹시 남들이 비웃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곳에서 마주치게 되는 지인들을 보면 모두가 나처럼 마누라 물건사는 것을 도와주러 온 것임을 알고 나도 위안을 받는다.
집사람이 오일장에만 가면 사야할 물건이 왜 그리 많은지, 내가 그 뒤를 따라다니면서 물건 간수하느라 정신이 없고, 자칫하면 집사람의 행방을 찾지 못해 여기저기 헤매이며 다닐 때가 많다. 집사람이 사는 물건이 너무 많아 들고 따라다니기에 힘이 부쳐, 그 봉지들을 일단 주차장에 세워둔 승용차에다 가져다 두고 다시 돌아가 보년 어느새 집사람의 행방을 찾을 수 없어 두리번거리게 된다. 그러다 가끔씩 아는 분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게 되는데 모두가 따라 왔다고 말하니 비단 나만 이러고 사는게 아닌 것 같다.
추석 앞둔 오일장에 같이 간 집사람이 지나치게 많은 물건을 샀다. 물건 간수하느라 애먹은 나는 짜증이 날 정도였다. 겨우 장보는 것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잔소리를 하게 되었고ㅓ, 부부간에 언성이 높아졌다. 집에와서 물건 정리하면서도 서로의 분이 풀리지 않아 냉전이 계속됐다.
한참 후 물건을 모두 정리한 집사람이 얼굴빛이 사색이 되고, 나에게 말을 못하고 쩔쩔매기 시작하더니 비로소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생선가게에서 산 삼치봉지가 없수다(없습니다.)” 하고 울상을 지었다.
“그러니깐 조금씩 사지....한꺼번에 많이 사니 간수하기가 쉽지 않잖아, 이제 와서 잃어버린 것을 어디 가서 찾을거라?” 하고 큰 소리를 질렀다. 내 큰 소리에 또 다시 오일장으로 되돌아가 보자는 말도 못하고 한숨만 내쉬는 집사람을 보면서, 속으로는 내심 고소하기도 했다.
닷새가 흐른뒤 장날이 되자
“오일장장에 한 번 태워다 줍서(주세요).... 하며 집사람이 쫄아든 못소리를 말했다. 안된다고 하면 너무 실망할 것 같아서 오일장으로 태우고 가면서
“잃어버린 사람은 열 죄고, 도둑놈은 한 죄이니깐 너무 남을 의심하지 말고, 조심해서 말을 걸어 봐.” 하고 주의를 주었다.
이번은 집사람 뒤를 따라기지도 않고, 주차장에서 차를 세워 놓고 기다렸다. 얼마후 시장속에서 걸어 나오는 집사람 얼굴은 환하게 미소를 띄었고 걸음걸이도 활발한 것이, 물건을 되찾은 모양이구나 여겨졌다.
“생선가게 주인장이 내가 놓고 물건을 냉장고에 보관해 두고 내가 찾으려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며 검은 비닐봉지를 내 눈 앞에 반짝반짝 흔들며 뛸 듯이 기뼈했다.
이렇게 수박한 인심이 있기에 이 세상은 살 맛이 난다. 집사람을 너무 면박준 것이 미안했고 누가 훔쳐가 버렸다고 의심했던 내 양심이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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