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노지감귤 생산량 더 줄인다 '1/2 간벌사업' 실시
유통구조 개선과 계획적인 마케팅 없인 시장가격 상승기대 어려워

제주특별자치도는 노지감귤의 생산량을 더 줄일 목적으로 '1/2 간벌사업'을 대대적으로 실시하겠다고 10일 밝혔다.

2015년도 제주산 노지감귤의 생산량은 52만 9000톤으로 측정됐다. 지난 2014년 출하량 56만 9000톤에 비해 4만 톤이나 줄어든 양이다.

대개 출하량이 적어지면 물량 수급조절에 용이해져 좀 더 안정적인 시장가격 형성을 유도할 수 있다. 반대로 적정 출하량을 훨씬 웃돌게 되면 아무리 상품의 질이 좋아도 수요량보다 공급량이 넘치기 때문에 생산자(농민)들은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제주도는 노지감귤의 적정 출하량을 꾀하고자 간벌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이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아직 한 해 제주산 노지감귤의 적정 생산량이 몇 톤인지 가늠하고 있지 못하다. 이에 관한 연구용역조차 수행되고 있지 않다.

2014년산 노지감귤 가격은 지난 2009년 이래로 가장 낮은 가격을 형성했었다.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을 기준으로 10kg 한 상자에 1만 771원을 기록했다. 2005년부터 1만 2000원을 넘지 못한 해는 2014년을 제외하고 단 두 번 뿐이다.

그런데 2015년산 가격은 2014년도보다 더 떨어졌다. 8600원으로 폭락했다가 겨우 1만 원대로 회복되면 다시 또 그 밑으로 떨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1월 9일 거래가격은 9800원을 기록 중이며, 현재까지의 평균 가격은 1만 340원이다.

2014년도 노지감귤 가격의 폭락은 시장질서 교란이다.
원희룡 도정은 노지감귤 수확 1달 여를 앞두고 느닷없이 기존 10단계의 감귤선과 방식을 5단계로 바꾸겠다면서 비상품으로 분류됐던 1번과의 일부 크기를 상품으로 편입시키려 했다. 많은 논란이 일었음은 물론, 그에 맞는 선과기가 마련되지 않아 이는 당해년도에 적용되지 않았다.

이러한 혼란이 시장가격에 영향을 미쳤음은 당연했다. 그렇지 않아도 그해 생산량이 57만 톤에 달하던 상황에서 상품에 비상품의 일부가 대거 섞여 출하되면서 거래가격은 곤두박질쳤다.

반면 2015년도 노지감귤의 가격하락은 잦은 비로 인한 이상기후 때문이다.
겨울 수확철에 너무 잦은 비가 내렸다. 이로 인해 외관 상 상품이어도 당도가 떨어지고 탄력이 줄어들면서 상품가격의 가치가 하락했다.

올해 1월 초까지 2015년산 노지감귤의 출하량이 32만 톤에 그쳤다. 아직 21만 톤의 감귤이 출하도 하지 못하고 남아있다는 뜻이다. 제주도는 어떻게든 2월까지 남은 물량이 전부 출하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시장가격만큼은 어쩌지를 못하고 있다.

▲ 제주산 노지감귤. ⓒ뉴스제주

# 1/2 간벌사업

이에 따라 제주도는 올해부터 적용되는 '감귤혁신 5개년 추진계획'의 일환으로 7억 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460ha에 걸친 감귤원에 1/2 간벌사업을 추진하겠다 밝혔다.

이 사업은 감귤농가로부터 오는 29일까지 지역 농·감협 및 읍면동사무소에서 참여 신청을 받아 추진하게 된다.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작업단이 간벌작업을 실시하고, ha당 150만 원의 작업비를 지원한다.

제주도는 도내 밀식감귤원에 대해서 매년 간벌을 추진해 오고 있으며, 2003년부터 2015년까지 1만 2774ha(2만 8737농가) 감귤원에 대해서 간벌을 추진한 바 있다.

간벌을 실시하면 나무간 식재거리가 넓어져 햇빛을 나무에 골고루 받게 되어 당도 향상을 가져오게 되는 효과를 꾀할 수 있다. 또한 작업로가 확보돼 생산 제반작업이 쉬워진다.

이 때문에 道 관계자는 "고품질 감귤 생산 및 수급조절로 가격안정을 꾀할 수 있다"며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간벌을 실천한 선도적 농가에 향후 FTA기금지원 생산시설현대화사업 신청 시 가점을 부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품질 향상을 위한 자체사업 등에도 우선권을 부여하는 등 인센티브를 시행해 간벌의욕을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에 道 관계자는 "위기를 맞고 있는 감귤산업의 회생을 위한 품질향상 노력에 감귤농가의 자율적인 참여를 적극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 감귤 가격 폭락했다는데 정작 마트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그대로?

2년 연속 연이어 제주산 노지감귤의 시장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이는 제주지역 언론뿐만 아니라 지상파와 중앙언론에서도 다뤄지고 있는 내용이다.

이쯤이면 웬만한 국민들은 감귤가격이 하락했음을 알 수 있다. 허나 정작 서울 지역 마트 등지에서 판매되는 실제 제주산 감귤가격은 '예년 그대로'라는 반응이 대다수다.

소매가격이 도매가와는 당연 다르겠지만, 이는 제주감귤의 시장거래 가격이 소매가격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여기엔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기본적으로 소매가는 유통구조 단계에서 결정되지만, 도매가는 소비자들의 수요량에 의해 결정된다.

배추나 무 등의 채소들은 우리 식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먹거리이다보니 시장가격(도매가)이 실제 마트 가격(소매가)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수요량이 일정한 수준으로 항상 유지되기 때문에 공급량이 부족해지면 도매가와 소매가에 바로 반영된다.

반면 감귤은 채소와 달리 요리재료로는 쓰이지 않는 소비자들의 기호식품에 가깝다. 공급량(출하량)이 떨어지면 도매가는 오를 수 있고, 소매가도 가격이 오르거나 영향을 안 받을 수도 있다. 수요량이 매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유통구조 문제 상의 난맥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유통구조가 복잡할수록 소매가는 도매가의 영향으로부터 멀어진다.

물론 1/2 간벌사업 등의 정책으로 적정 생산량을 통해 공급량을 줄이면 시장가격을 오르게 할 순 있다. 시장가격 안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임에는 틀림없다. 허나 그렇게 하더라도 (시장가격이 소매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현재의 유통구조 속에선 감귤의 소매가격만 오르게 할 뿐, 내려가게 하긴 힘들다. 그런데 소매가격이 너무 오르면 수요량은 자연스레 줄어든다.

실제로 지난 2013년산 제주 노지감귤 시장가격은 사상 최대였던 1만 4434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소매가도 덩달아 올랐다. 앞서 예를 든 채소와 같은 물품을 제외하곤 한 번 오른 소매가는 좀체 다시 내려가는 일이 없다.

이 때 오른 소매가가 2014년 이후부터 수요량을 줄어들게 해 시장가격의 하락을 불렀을 수도 있다.

수요량은 그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 단순히 공급량을 줄인다고 해서 수요량에 맞출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

소매가와 상관없이 시장가격이 올라 생산자들에게 더 많은 이득이 돌아가게 하기 위해선 수요량을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여기엔 현재의 유통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과 수요증대를 위한 계획적인 마케팅이 뒷받침 돼야 한다.

또한 현재 단계에서의 노지감귤 상품이 더 고품질화 돼야 함은 당연한 선결과제다. 농가의 자구노력에 맞물려 추진되는 행정에서의 뒷받침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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