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의 제주미래비전, 계획은 거창... 현실성은 '글쎄'
광역 고속교통망 구축, 신교통수단 도입, 계획허가제, 숙박세, 부서 신설 등

제주특별자치도는 19일 지난 1년 동안 구상해 오던 '제주미래비전'의 연구용역 최종 보고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원희룡 지사는 '제주미래비전'을 두고 '제주의 백년대계'라고 칭송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기존에 수립돼 있던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보다 "이것이 더 낫다"는 식으로 포장했다.

원 지사는 "그동안 종합개발 안에 좋은 내용들이 있었지만 각각의 비전이 서로 충돌해 온 바가 없지 않았다"며 "이 충돌을 줄여 나가기 위해 여러 비전을 종합해내고 지속가능한 통합된 비전을 제시해야 할 사명을 갖고 있었다"는 설명으로 이번 '제주미래비전'의 연구용역에 대한 타당성을 주장했다.

▲ 제주미래비전 연구용역 최종보고회에서 원희룡 지사가 자신의 포부를 전하고 있다. ⓒ뉴스제주

제주미래비전엔 제2공항이 준공되는 시점인 2030년 이후에 진행해야 할 방향성까지 제시돼 있다. 원희룡 지사는 자신의 손으로 임기 내에 제주도가 향후 계속 나가야 될 방향을 제시하고 싶은 듯 했다.

허나 제주미래비전은 법정계획이 아니다. 원 지사의 임기가 끝나고 난 뒤, 다음 도지사가 이를 수행해야 할 의무가 없다. 차기 도지사는 법정계획인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에 따라 제주특별법 제도개선을 통해 제주를 발전시켜 나가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 지사는 자신의 의지(혹은 고집)대로 이번 '제주미래비전'을 도출했다.

원 지사는 제주미래비전에 대해 "비전의 핵심가치는 청정과 공존"이라며 "자연과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공동체가 살아있는 제주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 제주미래비전엔 무엇이 담겼나

이번 제주미래비전 연구용역을 수행한 연구단은 ▲생태·자연 청정 ▲편리·안전 안심 ▲성장관리 ▲상생 창조 ▲휴양·관광 ▲문화·교육·복지 등 6개의 부문으로 나누고 각 부문별 계획들을 열거했다.

'생태·자연 청정 부문'에선 8가지의 추진전략을 제시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생태환경총량 보전제도'와 '해안변 그린벨트' 도입이다.

생태환경총량 보전은 자연이 훼손된 만큼 그에 상응하는 복원을 시행해야 한다는 제도다. 특정한 행위로 인해 자연훼손이 예상된다면, 사업자가 훼손이 예상되는 자연의 가치만큼 보전토록 하는 계획을 수립해야만 사업허가를 내줄 수 있게 한다는 시스템이다.

해안변 그린벨트는 말 그대로 해안변의 주요자원을 보존하고 연안침식 상태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다. 해안선 또는 지적경계선에서부터 일정 범위까지를 통합관리구역으로 설정해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편리·안전 안심' 부문에선 5가지 추진전략이 제시됐다. 이 부문에선 무엇보다 광역 고속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제2공항과 제주영어교육도시를 4대 핵심권역으로 설정하고 이들 권역 간의 이동시간을 30∼40분 내로 구축하는 교통체계로 전면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담았다.

이를 위해 연구단은 2030년 이전에 중앙차로형 BRT(저상형 전기버스나 굴절버스 등의 신교통수단) 도입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과 제2공항이 준공된 이후에 BRT, 노면전차나 자기부상열차 등을 검토할 것을 별도 사항으로 넣었다.

만일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현재의 평화로와 번영로 인근에 열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게 될 전망이다.

'성장관리' 부문에선 향후 제주의 인구수에 따라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등 6대 추진전략 과제가 제시됐다. 기존에 발표한 택지공급 체계와 원도심 재생 등과 함께 '계획허가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계획허가제는 허가제도가 필요한 공간을 대상으로 보전과 중간, 이용 등 3가지 영역으로 구분하고 각 영역에 따라 개발방식에 차이를 둔 시스템이다.

이밖에 부문들에서는 제주형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겠다거나 제주형 관광협치체계와 지역밀착형 문화예술관광 기반 구축, 제주 공감공동체 만들기 등 다소 추상적인 개념들로 나열된 계획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 18억 원의 연구용역비를 투입해 지난 1년간 수행된 '제주미래비전' 연구용역 최종보고회가 19일 제주도청 4층에서 개최됐다. ⓒ뉴스제주

# 계획과 목표는 제시됐지만 재원조달과 실행방안은...

연구단은 제주미래비전 용역에서 제시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재원 마련으로 '관광세'를 징수할 것을 제안했다.

'숙박세'라고도 칭해진 이 세금은 과거 제주도가 입도세 개념으로 시행하려던 성격과 유사한 개념이다. 입도세는 여러 차례 제시되고 중앙정부에 건의도 됐지만 제주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의 개인정보가 수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사실상 폐기된 제도다.

연구단은 해외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다는 사례를 들면서 관광객들의 조세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을 뿐,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하진 않았다. 사실상 이 방법으로 인한 재원마련이 현실성이 있느냐는 논란이 제기될 것은 자명하다.

또한 연구단은 제주미래비전을 수행하기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할 것도 제안했다.

이는 원희룡 지사의 의중이 어느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임기 후에도 원 지사의 손에서 탄생한 '제주미래비전'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앞서도 지적된 바와 같이 제주미래비전은 법정계획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조직을 만든다해도 계속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이와 함께 연구단은 각 부문별 현안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12대 가이드라인과 실행력 강화방안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이지 않고 대부분 관련 조례를 제정하거나 보완해야 할 것을 제안하는데 그쳤다.

18억 원의 도민혈세를 투입해 지난 1년 간의 연구 끝에 만들어 낸 원희룡 지사의 '제주미래비전'이 언제까지 생명력을 가지고 이어질 지 지켜봐야 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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