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국립공원 위기, 조릿대 제거 쉽지 않아
한라산국립공원 위기, 조릿대 제거 쉽지 않아
  • 김명현 기자
  • 승인 2016.02.13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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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어리목 탐방안내소서 조릿대 제거 위한 현장설명회 개최
올해 8월부터 조릿대 제거 착수 계획 밝혔으나 전문가 의견 모두 달라

제주도 한라산이 조릿대로 뒤덮이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이 조릿대공원으로 전락하면, 환경부가 '국립공원' 타이틀을 떼어버리겠다는 경고를 담은 공문을 제주도에 보냈다.

한라산국립공원의 면적은 153.386㎢에 이른다. 이 면적의 90% 이상을 제주조릿대가 차지하고 있다.

제주조릿대의 엄청난 번식력으로 철쭉과 구상나무, 민들레밭 등 기타 식물들이 들어설 공간을 침해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종 다양성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한라산국립공원의 조릿대공원화는 이제 우려가 아니라 눈 앞에 닥친 난제다.

이 때문에 제주도는 13일 오전 8시 한라산국립공원 어리목 탐방안내소에서 '한라산 조릿대 제거 및 구상나무 복원대책' 회의를 개최했다.

권영수 행정부지사와 김방훈 정무부지사, 김양보 환경보전국장, 김찬수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 강만생 제주유네스코유산관리 위원장,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 등 20여 명의 전문가 및 도내 관련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 한라산 어리목 등반로. 한라산 곳곳에 제주조릿대로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러한 광경은 한라산 탐방로 시작점부터 정상 턱 밑까지 이어져 있어 '조릿대공원'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뉴스제주

# 제주조릿대, 제거? 관리?

먼저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소속 김현철 박사가 제주조릿대 식생에 따른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김현철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제주조릿대는 대나무아과(Bambusoideae)에 속하는 식물이다. 전세계적으로 6속 250여 종이 분포하고 있으며, 제주조릿대는 제주에만 있다. 여타 조릿대와는 조금 다르다.

이 제주조릿대는 종자발아하면서 근경번식을 하기 때문에 서식지 점령이 아주 수월하다. 특히, 조릿대보다 키가 큰 다른 식생들이 뿌린 종자의 침투 및 발아를 억제하고 있어 여타 식물들의 생장에 어려움을 초래한다.

이렇게 종 다양성을 해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제주도와 한라산국립공원은 제주조릿대를 '제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제거'보다는 '관리'라는 표현이 옳다고 말했다.

현원학 제주생태교육연구소 소장은 "조릿대 번식이 토양침식을 막아주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모든 조릿대가 애물단지로 여겨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홍영철 대표도 "이 사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종 다양성 확보"라며 "조릿대가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측면도 있으므로 제거가 아니라 관리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라고 동조했다.

제거가 됐든 관리라는 표현을 쓰든, 조릿대 번식을 억제해야 하는 건 모두가 공감했다.

2025년까지 10년 간 약 100억 원(전액 국비)을 투입해 조릿대를 제거하고 멸종위기종인 구상나무와 산철쭉, 시로미 등 취약종 복원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제주도는 3월 중에 환경부와 문화재청,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의 관계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설명회 및 심포지엄 등을 개최한 뒤 이르면 올해 8월부터 조릿대 제거 작업에 착수키로 방향을 잡았다.

▲ 김현철 박사(가운데)가 권영수 행정부지사(오른쪽)에게 제주조릿대 생육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제주

# 벌채 또는 말 방목, 두 방법 모두 부작용 갖고 있어 '고민'

하지만 조릿대 제거 방식에 있어서는 향후 더 심도깊은 논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릿대 제거가 마냥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에서는 조릿대 제거 방법으로 벌채와 말 방목의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그 중에서도 김현철 박사는 벌채보다는 말 방목 방식에 무게를 뒀다.

일단 조릿대는 생육특성이 일반 식물과 다르다. 한 가지에 한 뿌리가 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뿌리가 여러 줄기로 연이어 뻗어있어 토양 전체를 잠식한다.

이 때문에 무리하게 한꺼번에 조릿대를 뽑으려 할 경우, 뽑으려는 조릿대의 주변 조릿대까지 연이어 뽑히면서 토양훼손이 심각해진다.

앞서 전문가들이 설명한대로 조릿대는 토양 전체를 잡아쥐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한번에 다 도려내버리면 많은 강수로 인해 토양침식이 일어나게 된다. 그리되면 한라산 아랫자락에 큰 홍수를 일으키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엄청난 면적에 걸쳐 뿌리내려진 조릿대의 뿌리 줄기를 하나씩 잘라내 뽑아내는 것도 일이다. 그렇다고해서 밑둥 가지를 잘라내는 방식으론 조릿대 생육을 억제할 수 없다.

그래서 도출된 다른 대안이 말 방목이다.
실제로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은 지난 몇 년 간 조릿대가 번식한 한라산 일부 구역에서 말을 방목해 실험을 거쳤다.

지속적으로 방목한 결과 조릿대 번식을 억제할 수 있었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하지만, 이 방법은 효과적이긴 하지만 특정지역이 아닌 곳에선 다른 부작용이 속출할 우려를 안고 있다.

말은 그 특성상 나무껍질을 벗겨내는 성질이 있어 멸종위기인 구상나무 및 여타 나무의 생육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등산객들이 이용하는 탐방로 인근에 형성된 조릿대에 방목하는 것도 위험하다. 게다가 조릿대 이외 식생을 저해할 수 있는 우려도 상존한다.

이 때문에 위 두 가지 방법에 대한 고민과 여타 다른 대안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양보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은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이기 때문에 일정구역 관리든, 말 방목이든 빠른 시일 내에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관계기관들이 모여 공동연구를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제주도는 13일 한라산 어리목 탐방안내소에서 조릿대 제거 및 구상나무 복원 대책에 따른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다. ⓒ뉴스제주

# 위기는 코앞에 닥쳤는데, 제도적 한계는 여전

한편, 제주조릿대는 약효성분으로 뛰어난 효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조릿대를 이용해 화장품이나 건강식품, 차, 생활용품들이 현재 제주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제주대학교 제주조릿대 RIS사업단이 이 분야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으며, 도내에 제주조릿대 가공기업이 41개소나 있다.

이들 기업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은 화장품 18종, 차 14종, 건강식품 9종, 수산식물 5종, 생활용품 5종, 식품 4종, 제과류 3종, 기타 20종이나 된다.

2013년 기준, 제주조릿대 관련 상품 매출이 연 약 36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은 한라산에 있는 조릿대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강만생 위원장은 "이들 업체들은 법에 묶여 한라산국립공원 내에 있는 조릿대를 채취할 수 없다"며 "이 자원들을 업체에서 효율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방식을 고려하는 것도 조릿대 관리를 위한 작은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 위원장은 "문화재청과 산림청 등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서 지역특산품으로 개발되고 있는 조릿대의 원료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1석 2조의 효과를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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