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수산초의 난관(難關), 온 제주섬에 퍼지다
[기획]수산초의 난관(難關), 온 제주섬에 퍼지다
  • 우장호 기자
  • 승인 2016.02.29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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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소학교 통폐합 지침, 대부분의 ‘읍·면지역 학교’ 대상에 포함

▲ 교석(校石) 바르고 굳센 수산 어린이.(좌) 겨우내 백동백이 피고 진 수산초 교정.(우) ⓒ우장호 기자

비상의 날갯짓을 하던 수산초에 올해 1월, 또 다시 큰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정부가 소규모학교 통폐합 기준을 강화하면서 또 한 번 존폐의 갈림길에 서게 된 것이다. 교육부의 통폐합 기준은 읍·면지역의 경우 기존 초·중학교 모두 학생수가 60명 이하였지만 이번 개정안은 120명 이하로 변경돼 강화된 지침에 의하면 제주도 대부분의 읍·면지역 초등학교는 통폐합 대상에 포함된다.

교육부는 통폐합 기준 변경의 이유로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 수 감소에 맞춰 기준을 조정했으며, 적정 규모를 유지해야 복식학급 축소, 교육격차 완화, 교육수준 향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기준은 사전에 교육청 예산의 배분과 교원 정원의 배정 기준을 먼저 손질해 작은 학교의 존립 및 유지 기반을 무너지게 한 후, 발표했다는 점과 교육청별로 통폐합을 독려하기위해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강화했다는 점이 더욱 우려스럽다.

지금까지는 기타 지역의 초등학교 폐지 시 30억 원, 중·고등학교는 100억 원을 지원했지만 올해부터는 초등학교의 경우 60명 이하는 40억 원, 120명 까지는 50억 원, 120명을 초과하는 경우 60억 원 등 지원 규모를 세분화하고 지원금도 상향했다.

이는 교육부가 지방교육청을 대상으로 교육예산을 지급하면서 누리과정 예산 지원에는 난색을 표하는 반면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는 인센티브를 빌미로 교육자치를 길들이기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많다.

- 학교 통폐합.. 효율과 경영의 논리로만 풀려고 들면 안 돼

교육부가 설명하려는 ‘효율’이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으면 작은 학교는 통폐합하는 게 맞다. 그렇지만 그 ‘효율’의 자리에 ‘교육’이란 말이 들어서면 학생 수가 적은 학교를 없애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읍·면지역의 작은 학교는 단지 학교가 아니라 그 이상의 문화적, 생태적 공간이 된다.

학교가 있음으로 인해서 젊은 인구가 늘어나고 마을이 생성·발전된 사례는 제주에서만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수산초가 그랬고, 조금 위로 납읍초가 그랬다. 교육위 시절 이석문 교육감의 “학교를 살려달라는 것은 우리 마을을 살려달라는 얘기와 다름 없었다”는 말은 학교와 마을과의 상생 관계가 주는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알게 해 준다.

 

▲ 장승련 전 수산초 교장.(현 해안초 교장) ⓒ우장호 기자

장승련 교장도 그런 ‘효율’이라는 달콤한 말을 걷어내자 수산리 마을사람들의 진심을 얻을 수 있었노라고 소회했다.

“마을사람들에게 ‘이거 이렇게 하면 20억 줍니다’, ‘저렇게 하면 30억 줍니다’ 분교 시 ‘얼마’ 통폐합 시 ‘얼마’ 이렇게만 하니까 교육청이 우리를 도와주는 기관이 아니고 ‘자기네 뜻대로만 하는 기관’ 이렇게 마을사람에게 이미지가 심어진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어요”
 
“처음부터 그런 것들만 제시해서 학부모들에게 더욱 반발감만 유발했는지도 모르구요. 그래서 첨에 우리 운영위원장이 저한테 말도 안 하고 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했어요. 내가 알면 입장이 곤란하다고 해서 말을 안 했더라구요. 1인 시위가 있은 후에 교육청에 볼 일 있어서 가서 교육감한테 인사드렸더니 대놓고 욕도 듣고..‘수산 뭐야 그게..’ 교육감도 당시에 교육계의 수장으로서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저는 당시에 학교 살리기 운동을 할 때 마을사람들의 불만이 가득한 걸 돌리기 위해 나는 학교에 내가 부임한 이상 ‘학교교육과정만큼은 명품으로 만들어서 학교를 최고로 만들어 보겠다’ 나는 이렇게 할테니 학부모님들은 학교를 살리고 싶으면 바로 행동으로 옮겨야 된다. 총동문회를 다시한번해서 돈도 모으고, 성금을 만들어내서 어떤 가시적인 학교 살리기 운동이 돼야지 않겠는가 그 얘기를 했습니다. 또 하나, 학교와 마을이 밀착된 그런 모양을 만들고 싶었던 거죠”
 
“그러고 나니까 전화를 많이 받았어요. 서울에서 어디에서 전화가 많이 왔어요. 처음엔 잘못 걸린 전화인가 싶었어요. 거기 수산초등학교 맞죠. 네 그렇습니다만은. ‘학교를 살려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교지도 받았습니다. 교지를 보면서 우리 학교가 건재함을 이렇게 알게 됐노라’고 어떤분은 감격에 겨워서 말씀을 하셨어요. 학교가 겉으로는 들어나지 않지만 수산초등학교를 졸업한 동문들에게는 추억이고, 고향이고. 고향을 떠난 분들에게는 어머님 품 같은 곳이 아닌가 싶었어요. 그렇게 되니까 저희도 더욱 힘을 내서 일을 했습니다...”
 
- 그래서 마을어르신들이 교장선생님 말씀을 가장 많이 하셨군요.
 
“그래요?(웃음) 같이 막걸리도 많이 마셨어요. 좋았던 기억입니다. 제가 한 건 없지만 교장의 역할이 뭡니까. 학교 경영도 잘 해야겠지만, 마을과 학교가 떨어지면 안된다. 마을의 민심을 얻어야 학교도 잘된다. 학부모들과 우리가 공동으로 해나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아요. 교육청에서도 많이 힘들었을 거에요. 특히 지역교육청인 서귀포 교육청은 더 힘들었을 겁니다. 제2공항이 생긴다고 하니 걱정이 많이 되긴 해요. 그 아름다운 학교, 수산 진성 안에 있는 수산초등학교가 어떻게 될런지의 걱정이요...”
 
▲ 수산초의 교화(校華) 백동백. ⓒ우장호 기자
 
- 작은 학교 하나가 사라지는 것은 지역 공동체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아...
 
학교가 없어지면 병설유치원도 문을 닫게 된다. 이는 출산 차단정책이라는 본의 아닌 결과가 나오게 될 지도 모른다.
 
저출산 풍조가 깃든 나라에서 소규모 학교를 키워도 모자를 판이다. 읍·면지역의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은 이제 지역사회의 문제가 아니다.
 
아프리카에서는 노인 한 명이 숨을 거두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이는, 작은 학교 하나가 사라지는 것은 지역 공동체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도 같은 말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된다.
 
일례로 저 멀리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의 인구는 2011년 3590명에서 올해 3593명으로 꾸준한 반면, 학교가 사라진 공근면 A마을 주민 수는 같은 기간 367명에서 335명으로 감소세가 뚜렷하다고 한다. 읍·면지역의 학교가 없어지게 되면 마을의 황폐화라는 순서로 가게 돼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정부의 귀농 정책과 상반될 수 있는 점이다. 물론 귀농이 아이들의 증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학교가 없는 마을에 젊은 귀농가족이 이주하지 않음은 자명하다.
 
▲ 성인이 돼 찾아왔을 때 수산초가 현재의 모습 그대로였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지금은 졸업생이 된 박윤선(왼쪽), 장세연(가운데), 문서영(오른쪽) 학생. ⓒ우장호 기자
 
- 백동백 꽃망울 아래서 아이들의 웃음꽃도 함께 피어나길...
 
2개월 만에 다시 찾은 수산진성 안의 수산초등학교는 학교 재단장에 한창이었다.
 
임진혜 현 수산초 교장은 “지난 시간 통폐합의 위기 때부터 이 학교는 한 번도 마룻바닥을 교체한 적 없이 긴 시간을 보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면서, “겨울 방학이 시작되면서부터 시작된 공사가 다음달 끝을 보게 된다.
 
낡은 도서관을 확장하고, 아이들이 석면가루를 마시지 않는 교실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시금 통폐합이라는 위기가 찾 온 수산초에 또 다른 비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추운 눈보라 속에서도 꽃을 피운다는 백동백의 고운 꽃망울 아래서 아이들의 웃음꽃도 함께 피어나길 빌며 교정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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