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태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과연 지금 대한민국은 당당하게 ‘선진국’ 대열에 끼어있다 할 수 있을까.

나라 안팎에선 대한민국의 경제적 성장이 눈부시게 발전했다며 자화자찬이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7000달러 정도를 달성했고, 3만 달러(한화 약 3699만 원) 달성을 향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채찍질을 가하고 있다.

허나 세계 선진국들은 경제적인 풍요를 갖췄다고 해서 “잘 산다”고 할 수 없는 시대에 도달했음을 알고 있다. ‘선진국’에 대한 패러다임은 이미 한참 전부터 경제적 부의 기준 외에 ‘복지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춰야 한다는 데에 동의해 왔다.

스위스의 1인당 국민소득은 무려 8만 달러를 상회한다. GDP로만 보면 세계 2-3위의 선진국이다. 하지만 스위스가 진정한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숫자놀음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일례로 스위스에서 신호등이 없는 차도를 건너려고 건널목 앞에 서 있으면, 아무리 멀리서 달려오던 자동차도 그냥 지나가지 않고 반드시 멈춰 선다. 100대의 자동차 중 90대 이상이 멈춰 서는 경험을 해보면 왜 이 나라가 선진국인지 알 수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시민은 차량에 비하면 약자다. 그러한 사회적 약자를 철저히 보장해 주는 곳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선진국’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고태순 제주도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사회적 약자가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는 사회가 진정한 사회”라고 말한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태순 의원은 지난 25년간 정당 생활을 꾸준히 이어오면서 장애인과 노인 복지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그의 부지런한 활동 때문이었을까, 지난해 제주장애인인권포럼으로부턴 ‘우수의원’에 선정되기도 했다.

<뉴스제주>는 고태순 의원을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고태순 제주도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뉴스제주

# 제10대 제주도의회에 입성해 정치활동을 시작한지 이제 1년 반 정도 흘렀는데, 선거 당선 이전 초심과 견줘보면 어떤가
당선 이전과 지금이 크게 달라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의정활동을 하면서 책임감으로 인해서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의원활동이 상당히 어렵다. 신중해야 하기도 하고, 밀어 붙이기도 해야 하는 등 강약 조절이 필요한 것 같다.

# 정치인의 길을 걷기로 한 것은 처음 언제였나
정당 활동을 해 온 것은 25년이 넘었다. 25년 전 평화민주당에 이은 새정치국민회 시기에 입당을 해서 당원으로서 열심히 활동해왔다. 그러면서 10년 전 쯤 직접 정치를 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뒤에서 지지해주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생각하는 부분을 이루기 위해선 직접 나서는 것이 빠르다고 생각했다.

# 지난해 제주장애인인권포럼으로부터 우수의원으로 선정된 바 있다. 어떻게 수상하게 된 것인가
우선 우수의원으로 선정해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장애인 관련 발언을 한 내용에 대한 속기록을 가지고 하나씩 분석을 해서 우수상을 받은 것이다. 솔직히 상을 받을 만큼 기여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라는 말씀으로 알고 더욱 더 의정활동에 매진하겠다.

# 이도2동에서 장애인지원협의회 부회장을 맡은 적 있다. 보건복지 쪽에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인가
특별한 인연 보다는 어르신과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가져왔다. 사회적 약자가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는 사회가 진정한 사회라고 생각하고 관련 기관에서 자원봉사도 해왔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장애인지원협의회 부회장은 맡게 된 것 같다.

# 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소속 의원으로서 원희룡 도정을 평가해 본다면
원희룡 도정에서 복지는 후퇴했다. 무엇보다 복지예산에 대한 비중이 줄어들었다. 인구는 늘어났는데, 예산 비중이 줄어든 것은 도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로 인해서 보건복지부에서 지자체에서 자체예산으로 시행하는 모든 사업에 대한 협의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런 부분도 복지의 후퇴와 함께 지방자치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다.

# 제주도의 복지수준은 전국 평균에 비하면 몇 점을 주고 싶나. 가장 시급히 추진해야 할 정책이 있다면
전국 평균에 도달하려면 더 노력해야한다. 전국 평균을 100으로 본다면, 70점 정도 줄 수 있다. 30점을 더 노력해야 한다.

이번 업무보고에서도 질의를 했는데, 제주에 트라우마센터가 필요하다. 4.3의 아픔과 강정마을, 그리고 세월호 피해자까지... 트라우마를 겪고 계신 분들이 많다. 특히 세월호 피해자분들에 대한 조례 제정 등 지원근거 마련도 시급히 추진돼야 할 부분이다.

▲ 고태순 제주도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뉴스제주

# 지난해 11월, 유원지 특례도입을 위한 제주도특별법 개정결의안이 상정될 때 기권표를 던졌다. 이유는
대법원 판결이 이미 나와 있기 때문에 기권표를 던지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난 것을 의회 차원에서 결의안을 보내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결의안이라는 것이 의회에서 가결되면 관련 중앙기관에 전달되는데, 대법원 판결이 나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의원 임기 내 반드시 해결하고자 하는 과제는
장애인센터(가칭)를 건립하는 것을 꼭 이루고 싶다. 지금의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이 사실은 전국 최초의 장애인센터지만 한계가 많다. 지금 서울에 이룸센터가 있고, 서울, 전북, 충북에 장애인센터가 있는데, 장애인분들이 센터 이용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다.

# 지금은 비례대표 의원이지만 다음 선거에서 지역구 의원로 나온다면 어느 지역이 되나. 현재 그곳 주민숙원 사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의원으로서 해야할 일이 있다면
다음 선거에서 지역구로 나올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어느 지역으로 출마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고심 중이다.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디를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부분도 더 정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정을 못했다. 결심이 서면 자연스럽게 도민들께 알리겠다.

# 이번 10대 의정에는 여성의원들이 예년보다 제법 늘어났다. 여성의원 선배로서 정치인의 길을 걷고자 하는 후배 여성들에게 건네고 싶은 조언은
“뚝심을 가지고 외길을 걸으라”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말로는 참 쉬운 것 같지만 정말 어려운 부분이다. 유불리에 따라서 행동하고, 당을 옮기고 이런 행태들은 결국 개인에 대한 신뢰도로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조금 불리하더라도, 혹은 지금 조금 유리하더라도 당장 눈앞의 이익을 쫓기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대로 밀고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 도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최근 집값이 말도 안 되게 오르고 있어서 도민들의 어려움이 클 것이라 생각한다. 의회가 도민들의 의견을 받들어서 도민들이 더 행복할 수 있도록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질책해주시고, 잘하는 부분은 칭찬해주시면 좋겠다. 그래야 도의회가 도민과 더 소통하고, 도민을 더 받들 수 있을 것이다. [뉴스제주 - 김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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