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뉴시스】고범준 기자 = 20일 오후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와 부산 KT 소닉붐의 경기에서 고양 추일승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2015.09.20. bjko@newsis.com 15-09-20
유재학-추일승 감독, 2006~2007 챔프전 이후 9시즌 만에 PO 격돌…8일부터 1차전
모비스 양동근, 오른쪽 갈비뼈 금 가…정상 컨디션 불투명

【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이 9시즌 만에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정규리그 2위로 4강에 직행한 울산 모비스와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다툰다.

두 팀 사령탑의 만남이 흥미롭다.

추일승(53) 오리온 감독과 유재학(53) 모비스 감독은 1963년생, 82학번 동기에 실업 기아자동차 창단 멤버다.

그러나 둘의 농구인생은 닮지 않았다.

경복고~연세대를 거친 유 감독은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천재가드로 명성을 떨쳤다. 부상으로 조기에 은퇴했지만 이후 최연소(35세) 프로 감독이 됐고, 우승 트로피만 5차례나 들었다. 3연패 중이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선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12년 만에 금메달을 이끌었다.

이에 반해 추 감독은 농구 구력이 짧아 선수 때,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당시 신생팀이었던 홍익대를 거쳐 기아자동차에 입단했다. 하지만 유 감독이 창단 첫 농구대잔치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을 때, 벤치를 지켰다.

은퇴 이후 상무 감독을 지냈고, 2003년 프로에 뛰어들었다. 농구 전술과 이론에 박식해 '코트의 학자'로 불리지만 아직 우승은 없다. 우승 문턱에서 공교롭게 유 감독에게 졌다.

이들이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것은 이번이 2번째, 9시즌 만이다.

지난 2006~2007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유 감독의 모비스와 추 감독의 부산 KTF(현 kt)가 맞붙었다. 7차전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모비스가 4승3패로 정상에 올랐다.

추 감독은 1일 4강 진출을 확정한 후에 "이제 유재학 감독이 양보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며 설욕과 함께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9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 와 울산 모비스 의 경기, 모비스 유재학 감독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2015.12.09. (사진=KBL 제공) photo@newsis.com 15-12-09

이어 "유 감독과 나는 서로 스타일을 매우 잘 안다. 어떤 스타일로 나올지 예상이 된다. 재미있는 승부가 될 것이다"면서 "우리는 경기 감각을 유지했고, 체력도 모비스와 거의 비슷한 상태로 보인다"고 자신했다.

추 감독의 양보 제안(?)에 유 감독은 "정말 많이 이기고 싶은 모양이다. 얼마나 이기고 싶겠나. 이제 그럴 때도 됐다"며 농으로 받아쳤다.

그러면서도 "6강 플레이오프 3경기를 통해 본 오리온의 전력은 정규리그 초반에 잘 나갈 때보다 더 강하다는 느낌이다"며 "가용 인원이 많고, 휴식도 충분해 우리와의 대결에서 체력 부담은 거의 없을 것이다"고 진지하게 분석했다.

이어 "우리는 기본적으로 (양)동근이와 (함)지훈이가 제 몫을 해야 하고, 외곽에서 전준범, 박구영, 송창용, 천대현 등이 지원해야 한다. 국내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모비스는 정규리그 이후에 연습경기를 갖지 않았다. 4일 울산으로 내려가 자체 평가전을 할 계획이다.

변수가 생겼다. 주전 포인트가드 양동근이 지난달 16일 정규리그 6라운드 원주 동부전에서 오른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다.

유 감독은 "지난주 훈련은 모두 쉬었다. 이번 주부터 살살 시작했다"며 "동근이가 못 뛴다면 3패로 끝날지도 모른다. 아파도 결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했다.

모비스는 양동근을 중심으로 한 조직농구에 특화된 팀이다. 선수마다 주어진 임무에 집중한다.

추 감독은 "모비스 농구는 특정 선수보다 모두가 뛰는 농구를 한다"며 "골밑이 탄탄하고, 외곽에 전준범과 양동근이 있다. 특정 선수를 잡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경기를 할 것이다"고 했다.

정규리그 맞대결에서는 모비스가 4승2패로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오리온이 조 잭슨-애런 헤인즈 콤비와 외곽포 지원으로 절정의 화력을 뽐내고 있어 부담스럽다. 양동근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경우, 잭슨이 버틴 오리온의 앞선도 버겁다.

양 팀의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은 오는 8일 오후 7시 모비스의 홈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다. 5전3선승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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