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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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만 종사하던 친족 조카뻘 되는 청년이 찾아와 자동차 공업사를 차리겠으니 도와달라고 했다. 제주도청에서 실시하는 자동차 공업사 T/O 배정에 응했더니 재수좋게 추첨에 당첨되었다고 좋아라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귤농사에서 돈 푼이나 만지게 된 모양이구나.’ 느끼면서 “뭘 어떻게 도와달라는 거냐?” 하고 물어보았다.
우리 친족회가 소유하고 있는 땅을 공장시설 부지로 장기 임대해 달라는 것과 부족한 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부탁했다. 정규교육을 받은 일도 없고, 농사밖에 모르던 친구가 갑자기 자동차 공업사를 차리겠다고 하니 너무나 뜻밖이어서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네가 자동차 부속품 이름이나 아는 게 있나? 회계처리를 어떻게 하는지는 아냐? 자동차 공업사가 보통 기술로는 운영하기 어려운 사업인데, 그건 생각해 봤냐?” 하고 다소 면박주는 쓴소리를 했다.
조카는 “삼촌이 너무 심하게 제 능력을 과소평가하십니다. 젊은 저를 믿고 도와주십시오. 기술자들을 데려다 쓰는 게 사장 능력 아닙니까?” 하고 자신있다고 큰 소리를 탕탕 쳤다.
“아무리 유능한 사장이라도 자동차 부속 이름 하나 제대로 모르고, 회계처리에 백지라는 것을 기술자들이 알게 되면, 사장을 속이려 들게 마련이고, 뭐가 뭔지 너 스스로 밝혀내기도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사업이라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잘 생각해서 결정하거라.“ 하고 만류하였다.
그러나 그는 기술자를 믿고, 유능한 경리직원을 데리고 회사를 잘 운영할 자신이 있다고 계속 덤볐다. 결국은 젊은 친구를 너무 면박하는 것 같아 내가 양보하기로 했다.
문중회 소유 토지에 공장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임대차계약을 맺어주고 시설자금도 지원해 주었다. 제주시 서부지역에 자동차 공업사가 하나도 없었으니, 지리적 위치도 좋았고 교통도 편리한 위치였다. 차량대수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였기에 그에 힘입어 날로 잘 되어가는 눈치였다.
몇 년 동안 운영하더니 꽤 자리가 잡혔는지, 젊은 사람의 목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나도 구경해 본 적이 없는 룸싸롱이니 캬바레니 하는 곳에 자주 드나든다는 소식이 들리는가 싶더니, 바로 얼마없이 마누라와 별거한다는 소식도 들렸다.
사장이 회사일을 꼼꼼히 챙겨도 시원치 않을 텐테, 기술도 회계도 백지인 사장이 자리를 비우는 일이 자아지는 직원들이 마음대로 해 먹을 수 있는 터전이 생긴 셈이다.
결국은 내가 예측한 대로 자동차 공업사는 기술자들 농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엄청난 부채 때문에 남에게 거저다시피 넘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자동차 부속품 이름 하나도 모르고 장부도 볼 줄 모르는 주제에 사장 감투 쓰더니만, 눈에 보이는 게 없어져 버려 기업도 망하고 가정도 파탄나고 노숙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이 세상에는 자기 전공이 필요한 것이고, 더블어 항상 무슨 일에건 인격수양이 뒤따라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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