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잔디보다 무섭다던 우레탄 트랙, 방임의 3년
인조잔디보다 무섭다던 우레탄 트랙, 방임의 3년
  • 우장호 기자
  • 승인 2016.03.26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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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육감, 교육의원시절 우레탄 트랙 위험성 강조
교육감 취임후, 인조잔디 교체 사업에만 매달려

▲ 제주시내 00고등학교의 체육시간, 학생들이 인조잔디 운동장 위에 손을 올려놓고 있다. ⓒ우장호 기자

 “(그동안)인조잔디 운동장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많이 부각됐다. 하지만 우레탄 트랙이 갖고 있는 유해성은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석문 교육감은 3년 전, 우레탄 트랙 위에서 기준치의 26배에 달하는 납 성분이 검출됐다며 금방이라도 우레탄이 시공된 교육시설 전반에 대해 전수조사라도 펼칠 듯이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

실제로 이 교육감은 교육의원시절 제주교육발전연구회 대표로 있으면서 ‘학교인조잔디운동장 관리방안’이라는 주제로 여러 차례 토론회를 갖고, 인조잔디와 우레탄 트랙의 위해성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교육감으로 부임 후에는 도의회를 적극 설득해 '인조잔디'를 '학교운동장 교체정책'에서 제외시키고 천연잔디와 마사토 운동장을 기본 교체 방침으로 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취임 후 그는 인조잔디 시설을 천연시설로 교체하는데에 국한한 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레탄 트랙에 대한 전수조사는커녕 관련 안전대책도 세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당국 차원에서 우레탄 트랙의 위해성 조사를 실시했느냐는 질문에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관련 조례에 5년에 1번 실시하도록 돼 있고, 관련 조례가 지난해에 만들어졌으니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인조잔디 및 우레탄 트랙 위해성에 대한 안전교육 매뉴얼도 취재결과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 손씻기, 개인위생차원에서 권하고 있을 뿐...위해성 안내는 거의 없다

매뉴얼이 없으니 안전교육도 이뤄질 리 없었다. 제주시내권 7개 초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우레탄 트랙에 대한 안전 교육을 받았냐는 물음에 아이들은 받은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몇 몇 학생들은 안전 교육을 받은적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지만 “우레탄 트랙 위에서 자전거를 타면 트랙이 손상되니 타지 말라”고 했다는 등의 황당한 말이 돌아왔다. 학생 안전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 우레탄 트랙을 보호하기 위한 교육이었던 셈이다.

물론, 손씻기 교육은 하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운동장 시설의 위해성 때문이 아니라 외부활동 후 개인위생 차원에서 통상적으로 권장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3년 전, 납 성분이 기준치를 26배 초과한 우레탄 트랙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제주시내 D초등학교 관계자로부터 아직까지 우레탄 트랙 위해성에 대해서 교육한 바 없다는 답변도 들을 수 있었다.

▲ 학생들은 이구동성 우레탄 트랙의 위해성에 대해 교육받은 적이 없다고 말한다. ⓒ우장호 기자

◆ 22일 환경부 우레탄 트랙 위해성 발표 ..도교육청 차원의 대책마련은 없어

더 큰 문제는 지난 22일 환경부가 일부 초등학교의 우레탄 트랙에서 기준치를 넘는 납 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환경부가 발표한 조사결과 내용은 이렇다.

지난해 서울과 수도권 초등학교 30곳의 운동장 인조잔디와 우레탄 트랙의 중금속 실태를 조사했고, 트랙 25곳 가운데 13곳에서 한국산업표준 기준치를 넘는 납이 검출됐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이 우레탄 트랙에서 활동한 어린이들은 10만 명당 1명이 암에 걸릴 확률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될 정도로 조사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환경부 발표 이후 언론과 뉴스에서 연일 학교 시설에 유해성 물질이 있다고 떠들어도 제주교육당국과 일선학교의 무관심은 계속 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불안감에 휩싸인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교육부가 환경부 발표 이틀만에 초·중·고등학교에 설치된 우레탄 트랙 전체를 대상으로 유해성 검사를 하기로 결정하기에 이른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반면, 울산시교육청의 경우 24일 교육부의 전국 우레탄 트랙 설치 학교 유해성 여부를 파악하라는 공문에 따라 곧바로 울산지역 학교 운동장 트랙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24일 다시 학교로 나가봤다. 우레탄 트랙의 위해성 교육을 받았냐는 질문을 아이들에게 다시 던져봤다. 아이들은 역시 처음 듣는다는 반응을 보였고, 어떻게 저 트랙이 위험할 수가 있냐는 식의 궁금증을 나타냈다. 30여 명의 아이들 가운데 겨우 1명의 아이만이 집에서 엄마에게 우레탄 트랙이 위험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대답했다.

제주에서 우레탄 트랙의 위해성 지적은 지난해 4월에도 있었다.

제주보건환경연구원은 도내 48개 학교 및 공공체육시설에 설치된 인조잔디 운동장을 대상으로 ‘어린이 활동 공간 인조잔디 유해성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대상 48개 학교가운데 3곳에서는 기준치(90㎎/㎏)를 21∼50배 초과하는 납 성분이 검출돼 모두가 경악했다.

트랙이 설치된 운동장 33곳 가운데 32곳이 트랙을 포장한 탄성포장재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납 성분이 검출돼 부적합률이 97%에 이르렀다.

▲ 위해물질은 접촉하지 않아도 인조잔디와 탄성포장재(우레탄 트랙)이 부식돼 날리는 미세먼지의 흡입을 통해 체내에 축적된다.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은 세포와 조직이 성숙되지 않아 위해성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성인에 비해 더 크다. ⓒ우장호 기자

◆ 초등학생 아이들 몸 속에 이미 납이 쌓여가고 있다는 결과 나와

당시 도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인조잔디와 탄성포장재(우레탄 트랙)이 부식돼 날리는 미세먼지를 어린이들이 흡입하게 될 경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의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환경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해성이 입증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어린이 93명을 대상으로 납·크롬 등 유해물질 12종의 위해성을 평가한 결과 납의 위해도는 최대 허용량보다 1.2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교육청은 취재에 나서자 6월 30일에 있을 교육부의 전수조사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입장이다. 이는 이미 제주보건환경연구원의 몇 차례 실태조사로 유해성 입증 결과를 알고 있지만 정부의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선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최근 이석문 교육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새학기를 맞아 ‘학교 안전 실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의 발표를 기다리느냐, 아니면 3년 전 앞장서서 우레탄 트랙의 위해성을 고발하던 시절로 돌아가느냐의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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