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문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장

▲ 강문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장. ⓒ뉴스제주
최근 민선6기 보좌진의 돌연 사직서 제출이 연일 공직사회 입방아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작년 12월에 서귀포시장 교체카드를 만지작거리다 말았다.’는 등, ‘비서실 라인 중 누구는 어느 자리를 넘나들기 위한 방편일 뿐’이라는 등, ‘차기 제주시장 자리는 전직 고위공직자 출신 누구’라는 등 한라산을 등지고 하루 종일 업무에 매달리고 있는 필자에게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가 들려온다.

민선 6기 출범을 하루 앞둔 날, 元지사와 도내 공무원단체간의 대화자리가 갑자기 떠올랐다.

‘광역 자치단체장의 지위 정도라면 도정의 외부수혈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정무와 보좌기능에 한정되어야 하고, 공직사회 근간을 뒤흔드는 지나친 외부수혈은 자제해 달라’고 요청 드렸더니 元지사께서는 ‘앞으로 지켜보면 알 테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면 도민들이 가만히 있겠나?’라며 응수했다.

그로부터 두 해가 흘렀다. 지금 그 선이 어디까지인지 정답은 없다. 그러나 ‘정도는 넘지 않았나?’라는 게 비단 필자만의 생각일까?
물론, 元지사의 그간의 행적, 향후 정치적 행보까지를 감안해 준다면 오히려 적은 수일지도 모른다.

필자는 전국에서 ‘내노라’하는 240여 지부장들과 자주 만나는데, 그들과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다보면 어떤 이는 내가 알고 것보다 元지사의 면면을 더 잘 꿰뚫고 있어 확실히 ‘제주가 낳은 인재’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을 두고 속된 말로 ‘보좌진 몇 외부수혈을 쪼잔하게 보는 것이 문제’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런데 진짜 고마운 것도 있다.

전자에서 언급한 자리에서 필자는 행정시장의 ‘임기보장’도 요청 드렸다. 요지는 그러했다.

지난 민선 5기 4명의 행정시장이 바뀌면서 시정의 영속성이 담보되지 못했다. 주민들이나 사회단체에서 건의한 사항마저 시장이 바뀌면서 자동 폐기되고 또 다시 업무파악에 나서는 일이 반복되면서 서로 피곤한 건 공직자들뿐만이 아니다. 현재 특별법상 행정시장의 러닝메이트제도도 있으나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가 정치적 계산에서 이 제도를 이용할 리는 적다. 누가 시장이건 그건 도지사의 몫이다. 다만, 임기보장으로 시정의 영속성만큼은 지속가능하게 해 달라.
듣고 있던 元지사께서 “그러면 어느 정도의 임기가 적당한가?”를 묻는 바람에 “사견으로는 2년 정도가 합당하지 않은가”라고 답했다.

그러자 元지사께서는 “잘하면 2년이 아니라 3년, 아니 4년도 왜 못 주겠나?”라며 행정가가 아닌, 정치가다운 화술로 답했다.

어쨌든, 그 약속은 지켜졌다. 그러면 취임초기부터 임명된 현을생 시장은 도지사가 말한 대로 ‘정말 일을 잘해서 2년을 채웠을까?’라는 의문점에 귀착된다.

혹자는 제주특별자치도 하에서 도지사가 있는데, 행정시장쯤이야 뭐가 대수이겠냐 되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도청 직원들로부터 행정시장의 비중론을 두고 격하 발언을 자주 듣는데, 그런 이들일수록 이런저런 이유로 행정시에 근무하게 되면서 도에 있을 때보다 더 긴장하는 것을 보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결국, 정책 결정 못지않게 그것을 추진하는 행정시 또한, 만만찮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부분이다.

어쨌든 취임 초부터 현을생 서귀포시장은 좋게 말하면 밀어붙이는 추진력 하나만큼은 정말 끝내주었으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대면보고 도중 허공에 떠다닌 종잇장을 들고 나오면서 두 번 다시 안 들어갔다는 부서장, 툭툭 내뱉은 직설적 화법에 상처받은 공직자들도 최근 ‘급 칭찬 모드’로 바꿔지면서 새 날(?)을 실감한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도청에서 근무하다 고위직으로 발령 받은 분과 대폿잔을 기울면서 들은 일화도 명품이다.

도의회와 도정간 예산갈등이 한창이던 때, 의회 답변을 마치고 元지사는 집무실로 돌아왔다. 결재순번에 대기하고 있던 도청 간부는 도정 방송 화면으로 元지사의 불편한 심기를 익히 읽었던 터라 결재 받는 길이 지옥 길과 같았다.

그러나 집무실에 도착한 순간, 元지사는 평소보다 오히려 더 크게 환대하며 결재를 해주고는 오히려 다독여 주었다. 대폿잔을 한꺼번에 기울인 고위공직자 왈 “그래서 행정가와 정치가가 다른 거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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