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지 특례도입을 위한 제주특별법 개정안 법사위 통과 두고
제주도 집행부, 원희룡 지사 발언과는 다른 해석 내놓은 것일까 일대 '혼란'

17일 국회 법사위 출석했던 원 지사 "예래단지 이외 유원지 개발사업 안 하겠다"
18일 권영수 부지사와 김남선 과장 "개정된 특별법, 도내 모든 유원지에 적용될 것"
 
유원지 특례도입을 위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이상민)를 통과했다.

바로 그 다음날 18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이에 대한 브리핑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전날 원희룡 지사가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했던 말과는 다소 상충된 발언이 던져지면서 일대 혼란이 일었다.

원희룡 지사는 17일 "유원지 특별법을 예래단지 이외 모든 사업에 적용시키지 않겠다"는 의미의 발언을 했다. 정확하게는 "유원지 개발로 관광사업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했다.

허나 18일 권영수 행정부지사와 김남선 관광산업과장은 이와는 전혀 상반된 말을 했다.

이번에 개정된 법으로 도내 유원지에 적용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남선 과장은 "어느 한 유원지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며 '그렇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제 오는 19일 국회 본회의에 이 개정법안이 상정돼 통과가 유력시 된다. 허나 개정될 특별벌 하나를 두고, 이처럼 도지사와 전혀 다른 발언을 한 집행부의 설명 때문에 기자들은 일대 혼란을 겪었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유원지 특례도입을 위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설명하고 있는 장면과 예래휴양형주거단지 평면도. ⓒ뉴스제주

# 예래단지, 유원지와 관광단지에 얽혀있는 모호함

원희룡 지사의 발언만 놓고 보면, 향후 제주도내 모든 관광단지사업들은 관광단지(또는 관광지)에 관한 법을 적용받는다.

이는 당연한 말이다. 관광단지로 지정된 지구에서는 당연히 해당 법률에 의거해 시설물을 지을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 그런데 문제는 제주도내 유원지 26개소 중 11곳이 관광단지 또는 관광지로 중복 지정돼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유원지와 관광지, 관광단지 중 어느 법을 적용받아야 할까. 결론은 두 법을 모두 적용받아 유원지와 관광지 또는 관광단지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시설물들이 모두 들어설 수 있다.

애초 유원지도 그렇고 관광지나 관광단지에도 (관광)숙박시설은 들어설 수 있다. 관광지엔 1만㎡ 미만, 관광단지에선 50만㎡ 이상의 시설물 설치 면적제한이 규정돼 있다. 또한 관광단지에선 호텔만 들어설 수 없고 복합시설로 계획돼 있어야 하는 점이 관광지와는 조금 다른 차이다.

다만, 유독 유원지와 관련한 법률에서는 시설물의 비율이나 규모, 범위, 종류 등이 정해져 있지 않다. 특히, 제주도 유원지에선 제주특별법 상에서 정한 바대로 숙박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정돼 있으나 이 역시 규모와 시설물 종류 등이 명시돼 있지 않다.

예래휴양형주거단지는 유원지와 관광단지로 동시에 지정돼 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논란이 발생한 것으로 제주도정은 보고 있다.

허나 논란의 초점은, 대법원이 판결한대로 유원지에 들어설 시설물들이 공공적 성격을 띠어야 하나 예래단지는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다. 예래단지의 전체 사업부지 중 50.8%가 숙박시설로 계획돼 있어 공공성을 해친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래서 원희룡 지사는 이 범위를 30% 이내로 조정해 공공성을 확보하면서 중단된 예래단지 사업을 재추진해보겠다는 구상이 '유원지 특례 도입을 위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의 핵심인 셈이다.

현재 예래단지 조성사업 공사 중 숙박시설은 아직 전체 부지 중 30%를 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제주도정에선 30%까지만 숙박시설을 짓도록 하고 나머지 70%를 다른 복합시설로 새롭게 구상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예래단지의 총 사업부지는 74만 4000㎡며, 이 중 30%면 22만 3200㎡다. 현재 147개 동 건물이 예래단지 전체 사업부지 중 '곶자왈빌리지'에 들어서 있는데, 거의 완공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의 건축면적은 2만 233㎡이며, 연면적은 3만 9961㎡, 대지면적이 9만 1922㎡다.

▲ 빨간색 사각형으로 둘러쳐진 부분이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사업 중 한 부분인 '곶자왈빌리지'다. 사진 위는 바닷가 남쪽에서 북쪽을 바라본 조감도이며, 사진 아래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본 조감도다. ⓒ뉴스제주

# 원희룡 지사의 발언과 집행부의 해석, 어떻게 봐야 하나

원희룡 지사는 어떻게든 이 법을 통과시켜야 버자야제주리조트에서 제기한 3500억 원대의 소송을 막아내고 공사를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원 지사는 국회 법사위에서 "지적한 모든 내용을 부대조건으로 담아 법안만 통과시켜 준다면 최대한 맞춰나가겠다"고 말한 것이다.

아래는 원희룡 지사가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발언한 내용 그대로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해서 주로 제기되는 염려는 혹시 이 규정을 바꾸면 앞으로 다른 사업에 적용해서 난개발로 이뤄지거나 관광개발 사업자들의 사적인 개발이익으로 법을 사용하게 될 것이 아니냐는 점입니다.
그래서 안행위 심사단계에서 그런 우려를 두고 모두 부대조건으로 달고 통과시킨 거구요.
만약에 그런 우려에 대한 불식을 위해서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이 부분을 부대조건으로 갖고 통과시킨다면, 앞으로 예래단지 이외에 진행되는 모든 사업에 대해서 저희는 관광단지에 관한 법을 적용시키지, 유원지 특례, 즉 유원지 개발로는 앞으로 원칙적으로 관광투자사업을 진행시키지 않겠다라는 것을 국회에 엄격하게 선언하고 국제사회에도 공표할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발언은 대한민국 국회 홈페이지 '인터넷 의사중계'에서 '영상회의록'을 살펴보면 확인할 수 있다. 분량이 상당하기 때문에, 17일 오전 10시 35분부터 시작된 방송을 선택해 다시보기 하면 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원희룡 지사의 발언은 방송재생 이후 1시간 23분 10초 때부터 들을 수 있다.

반면 제주도청이 17일 밤 늦게 배포한 보도자료엔 이 발언과는 정확히 일치되지 않는 내용으로 원 지사의 발언이 실려 있다.

원 지사는 "그래서 안행위에서 이러한 우려 불식을 위한 부대조건을 달아 통과시켰다"면서 "향후엔 예래단지를 제외한 모든 유원지 개발에 이 법을 원칙적으로 적용하지 않겠다는 걸 국회에 선언하고 국제사회에도 공표할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둘을 비교해보면 미묘한 차이가 있다.
원 지사는 "모든 사업에 대해서"라고 했지만, 보도자료엔 "모든 유원지 개발에"라고 표현돼 있다. 또한 원 지사는 "유원지 개발로는 관광투자사업을 진행시키지 않겠다"라고 했으나, 보도자료에선 "이 법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명시돼 있다.

글의 문맥 상 이 둘은 같은 의미로 여겨지지만, 서로 중첩해서 해석해보면 이상해진다.

만일, 원 지사가 말한 '모든 사업'이 '모든 유원지 개발'을 가리키는 말이라면 이는 사실 말이 되지 않는다.

원 지사의 실제 발언과 보도자료 문구를 합치면 '예래단지 이외 모든 유원지 개발을 관광단지에 관한 법으로 적용시키고, 유원지 특별법을 적용한 관광사업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말이 되는데, 앞서도 설명했지만 유원지 개발사업에 관광단지법을 적용시킬 순 없다. 유원지와 관광단지가 함께 지정된 곳에는 관광단지법을 적용할 순 있다.

그렇게 보도자료가 맞는 말이 되려면 '모든 유원지 개발'은 예래단지처럼 유원지와 관광단지가 복수 지정된 관광개발사업장만을 얘기해야 한다. 이렇게 유원지와 함께 복수지정된 관광단지에서 추진되는 사업에 관광단지법만을 적용하게 되면 예래단지와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고로 원 지사가 말한 '모든 사업'은 '모든 유원지 개발'을 말한다고 봐선 안 된다.

유원지 개발사업은 개정될 유원지 법에 따라 30% 이내서만 관광숙박시설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유원지 개발'에 개정된 유원지 특별법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 된다.

유원지에 들어설 사업에 유원지 법령을 적용하지 않고 어떤 다른 법을 적용할 수가 없다.

따라서 원 지사가 말한 '모든 사업'은 '모든 유원지 개발'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관광사업'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게 해석해야 원 지사가 말한 "예래단지 이외에 진행되는 모든 사업에 대해서 관광단지에 관한 법을 적용시키겠다"는 말이 성립된다.

그리고, 그 다음 "유원지 개발로는 앞으로 원칙적으로 관광투자사업을 진행시키지 않겠다"는 발언 부분에 대해서도 모호한 구석이 있는 듯 하지만, 원 지사의 발언을 문맥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제는 유원지를 관광사업으로 개발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이 부분은 국회 법사위에서 부대의견으로 제시한 첫 번째 의견과 일목상통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부대의견(안)
 
◎제주특별자치도는 제406조 제2항과 관련해 기 지정된 유원지 시설 이외엔 신규 지정을 억제하고, 새로운 사업에 대해선 개별 법령에 따른 관광지 또는 관광단지 등으로 지정·개발할 것.
 
◎관련 기관은 이 법 시행 당시 소송 진행 중인 유원지 사업에 대해선 토지주 관련 소송결과와 토지주들과의 최대한 협의를 거쳐 그에 따른 행정절차를 이행할 것.
 
◎이와 관련한 조례 재·개정 시에는 이해관계자 및 도민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추진할 것.

즉, 보도자료에서 명기한 "모든 유원지 개발에 이 법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은 앞 문장에서의 '모든 사업'을 '모든 유원지 개발'로 잘못 해석하면서 이어진 문장이 되고 만 것이다.

▲ 사진 위는 곶자왈빌리지 조감도. 아래는 공사가 중단 되기 전의 공사현장 모습. ⓒ뉴스제주

# 뒤늦게 해명에 나선 제주도정, 그마저도 애매모호

이날 오전 브리핑으로 "말 바꾸기가 아니냐"는 기사들이 연이어 쏟아지자, 제주특별자치도정은 오후 늦게 해명에 나섰다.

제주도정은 앞서 지난 17일에 배포된 보도자료 내용에 실린 원희룡 지사의 발언 부분을 두고 "신규로 지정되는 경우 적용될 수 있는 사업은 예래휴양형주거단지 뿐이며, 그 외엔 신규지정이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분명히 해야 할 건 원 지사는 직접적으로 이 법, 유원지 특례법을 기존 유원지 사업에 적용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집행부에선 보도자료에 명기된 문장만을 보고 이를 올바르게 해석하려고 무리하게 수를 쓰다보니 애매모호한 설명에 그치고 말았다.

제주도정이 뒤늦게 해석해 밝힌 내용은 법사위 부대의견에선 제시된 내용으로, 이는 원 지사가 "유원지 개발을 관광사업으로 진행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어떻게 "유원지 개발에 이 법을 원칙적으로 적용하지 않겠다"는 말의 의미가 "신규지정이 없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날 권영수 행정부지사와 김남선 관광산업과장은 "법률이 개정됐으니 앞으로의 유원지 개발사업은 모두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분은 일면 타당하다. 이번에 개정된 유원지 특별법이 오로지 예래단지만을 위한 법률이라면 굳이 이런 논란을 겪어야 할 필요가 없다. 그냥 시작부터 '예래 특별법'으로 못을 박아버렸으면 다른 유원지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돼 문제가 없을 터였다.

그런데도 이 난리통을 겪는 이유는 제주도정이 이번 사례를 빌미로 현재 제주도내에 지정돼 있는 유원지 사업들을 예래단지의 경우처럼 논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모든 유원지에 적용하고자 했던 점이라는 거다.

그래서 제주도정은 뒤늦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미 지정돼 (개발사업이)완료된 곳은 당연히 이 법(유원지 특별법)이 적용되며, 지정된 유원지 중 개발허가가 나지 않은 곳은 진행을 하지 않고,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곳은 관광숙박시설을 30% 이내에서 도 조례로 정해서 진행하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예래 이외에 신규 관광사업이 필요하면 유원지가 아니라 관광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김남선 과장은 "어느 한 유원지에만 적용되는 개정안이 아니"라고 분명히 강조했다.

권영수 부지사도 "기본적으로 소급입법은 적용되지 않는다. 앞으로 새롭게 변경되거나 추진되는 유원지 사업에는 개정된 새로운 법에 의해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권 부지사는 "앞으론 신규 유원지를 조성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며, 도민들이 원하면 30%가 아니라 20% 이내로도 면적제한을 정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일단은 30%를 넘지 말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모든 상황을 종합해보면 이번 '말 바꾸기' 논란은 원희룡 지사가 실제 법사위에서 했던 말과 집행부의 다른 해석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라 17일 밤 늦게 뿌려진 잘못된 보도자료에 기인한다고 봐야 한다.

▲ 곶자왈빌리지엔 총 147세대가 들어설 예정으로 거의 완공 단계에 이르렀었다. ⓒ뉴스제주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