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시영 제주도교육청 정책기획실장

강시영 제주도교육청 정책기획실장(59)은 무릉동초 등 10개교 교사, 동남초·삼양초·동광초 교감, 추자초·인화초 교장, 도교육청 장학관과 기획과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그는 제주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88년 교육감 표창, 1991년 교육부장관 표창, 1994년 과학기술처장관 표창, 2002년 모범공무원 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이석문 교육감은 취임 이후 정책기획, 예산, 의회 협력, 사학 회계 감독 등의 권한을 정책기획실장에게 주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조직개편을 단행, 명실상부한 제주도교육청의 중심 부서로서의 지위를 만들어 줬다.
 
중심 부서로써 어께도 무겁다. 올해 제주교육의 목표인 ‘제주교육은 질문입니다’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의 여부도 정책기획과가 챙겨야 할 주요 사업이다.
 
뿐만 아니라 이석문 교육체제 성패를 좌우할 고교체제 개편과 제주형 자율학교 ‘다혼디배움학교’의 성공적 추진이라는 과제도 맡고 있다.
 
<뉴스제주>는 제주 첫 진보교육감 체제의 후반기 안방살림을 책임지게 된 강시영 제주도교육청 정책기획실장을 찾아 제주 교육의 현안을 짚어봤다.
 
▲ 강시영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정책기획실장. ⓒ우장호 기자
  
■ 정책기획실장으로 부임한지 3개월이 됐다.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이석문 교육감 취임 당시 본청에서 교육기획과장을 맡았다. 교육감 인수위원회 관련 업무와 취임 이후 공약 추진 계획 등을 수립했다. 과장직을 끝내고 인화초등학교 교장으로 갔다가 1년 만에 정책기획실장으로 다시 왔다.
 
이석문 교육감의 공약에 대해 이해가 있는 상황에서 실장직을 맡게 돼 다행이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는 큰 차질 없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기획과장을 했을 때와 지금의 교육청이 또 다르다.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체감한다. 그래서 긴장을 놓을 수 없다. 한 단계 도약한 제주교육을 위해 교육감이 추진하는 정책과 철학, 비전을 잘 뒷받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교육기획과장으로 계시던 교육청과 지금의 교육청이 어떻게 달라졌는가
 
교육감이 공언한 ‘배려와 협력이 있는 제주교육’, ‘덜어내고 지원하는 행정’에 맞게 본청 조직 문화가 변화되었음을 느낀다. 학교 현장에 공문을 내려 보낼 때 ‘지원’의 관점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있다. 교육청 직원들이 힘과 마음을 모아 학교 현장에 지원을 충실히 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느끼고 있다.
 
올해 제주교육의 목표가 ‘제주교육은 질문이다’인 것처럼, 서로 질문하고 답변을 창출하는 문화가 서서히 자리 잡아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명하복식의 조직 문화에서 벗어나 소통을 통한 수평적 조직문화로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음에 매우 희망적이다.
 
■ 정책기획실장의 직책에선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있나
 
제주교육 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책기획실에는 정책기획과, 교육예산과, 국제교육협력과가 있다. 기획과 예산, 대외협력 등 정책 수립 및 추진에 빠질 수 없는 요소를 모두 담당하고 있다.
 
정책기획과는 교육감의 공약 사항 업무를 총괄하는 것과 함께 주요 업무계획을 수립하고 추진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교육예산과는 제주교육 예산의 전반적인 사항을 총괄한다. 국제교육협력과는 교육행정협의회 등 제주도청과 교류‧협력뿐만 아니라 제주 영어교육 도시 지도‧감독 등에 대한 업무를 맡고 있다.
 
정책기획실에서 정책 수립 초기에서부터 명확한 판단과 비전 등을 마련하지 못하면 정책 전체 추진 과정이 문제될 수 있다. 그렇기에 가장 합리적이고 적정한 정책 수립 및 기획을 하기 위하여 어느 부서보다 많은 연구와 소통, 토론을 하고 있다.
 
■ 2016년 제1차 추경예산안에서 누리과정 예산 274억원을 편성했다. 어떤 배경인가
 
이번 추경예산으로 총 9개월분의 누리과정 예산이 반영됐다. 가정에서 어린이집 보육료에 대한 걱정이 많았을 텐데 걱정을 덜 수 있게 돼 다행이다.
 
제주도청에서 교육청으로 넘어오는 지자체 법정전입금과 학교용지부담금이 예년에 비해 약 100억 원 증가했다.
 
그리고 교육부에서 교부금 차액 보전 지방채 이자와 원금 일부를 지원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각 시·도교육청으로 보내왔다. 이에 전입금 일부와 지방채 발행분 그리고 자체 재원을 더해 274억 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 그렇지만 아직 108억원이 부족하다. 어떻게 마련할 계획인가
 
이번 추경예산 편성을 교육재정 여력이 좋아진 것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조건이 좋아진 것뿐이다. 여전히 교육재정이 어렵다.
 
어쩌면 더 어려워졌을지 모른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위해 지방채를 추가 발행했다. 물론 교육부의 지원계획이 있지만 지방채는 교육청이 갚아야 할 빚이다. 빚이 더 늘어났기에 과거보다 교육재정 상황이 좋아진 것이 아님을 알아주길 바란다.
 
그렇기에 나머지 108억 원은 교육재정으로 지원할 여건이 안 된다. 국고로 지원돼야 한다. 새로운 국회에서 이에 대해 충분히 논의되어 국비로 지원될 수 있기를 바란다. 교육부 및 전국 시도교육청과 소통하면서 슬기롭게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지난 3월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에 대해 제주도청이 ‘선 집행 후 정산’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교육청은 ‘후 정산’ 여력이 어렵다고 밝혀 도민사회에서 걱정이 많았다. 이후 제주도청과 관계는 어떻게 가져가고 있나
 
이석문 교육감이 명확히 밝힌 만큼 제주도청은 갈등이 아닌 상생하고 협력해야 하는 관계다. 그러한 공감대 속에서 원만하게 소통하고 있다. 앞으로도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누리과정 문제가 잘 풀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려면 모든 공동체의 힘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누리과정과 초중등 교육 모두 ‘한 명의 아이를 잘 키운다’는 지향점이 있다. 교육과 보육 걱정 없는 제주를 만들기 위해 도청과 교육청이 힘과 마음을 모아야 할 시기이다.
 
누리과정 문제를 거치면서 제주도청이 교육 재정의 어려움을 충분히 인식했기 때문에 앞으로 교육과 보육의 안정화를 위해 더욱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겠다.
 
▲ 강시영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정책기획실장. ⓒ우장호 기자
 
■ 올해 중국과 상해 등 국제교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진학범위 ‘인 아시아(in Asia)' 확대 정책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경제 중심의 축이 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있다. 앞으로 세계의 중심이 아시아로 움직였을 때를 대비해 제주교육이 지금부터 면밀히 준비해야 한다.
 
‘인(in) 서울’에 갇혀 있는 대학진학의 흐름을 아시아로 넓게 가져가야 한다. 미국, 유럽의 유학 흐름을 중국과 일본, 나아가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권까지 충분히 확대할 수 있다고 본다.
 
하나씩 성과가 나오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 국립인문사회과학대학교, 호치민 국립인문사회과학대학교와 교육교류 협정을 체결했다.
 
또한 중국 북경시교육위원회 및 상해교육위원회와 협정을 체결해 제주의 학생들이 중국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활로를 만들었다.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 아이들의 다양한 해외 유학을 유도할 수 있도록 중학교, 고등학교 때부터 안내를 하겠다.
 
이렇게 된다면 아이들이 ‘인 서울’에 갇혀 있었던 사고를 넓히고,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면서 미래를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제주도가 20년 이내에 아시아의 소통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본다. 이는 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보고 있다.
 
■ 지난해부터 제주형 혁신학교 ‘다혼디배움학교’가 운영됐다. 성과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그리고 여전히 이 학교를 잘 모르는 도민들이 많다
 
지난해 시작한 다혼디 배움학교는 올해까지 모두 10개교가 지정·운영되고 있다. 앞으로 학교 수를 서서히 늘릴 계획이다.
 
제주특별법에 ‘제주형 자율학교’를 지정, 운영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 기존 제주형 자율학교( i-좋은 학교)의 한계를 넘어 학교가 자발성과 민주성을 갖고, 학교 구성원들과 함께 학교를 살려나갈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바꿨다. 그 학교가 제주형 혁신학교 ‘다혼디 배움학교’다.
 
‘다혼디배움학교’에서는 교사와 학부모, 학생 등 학교 구성원들이 자발적이고 민주적으로 의사 결정을 한다. 이를 통해 교육 과정을 함께 만들고 운영하며 학교를 활성화하고 있다.
 
그 결과 교사가 교육의 본질을 고민하고, 아이 한 명, 한 명에 집중하는 학교가 만들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꿈을 키워나가고, 학교생활에 충실한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앞으로 ‘다혼디배움학교’가 고유한 전통과 정체성이 있고, 다양한 교육 과정이 운영되는 학교가 될 수 있도록 학교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
 
■ 전국 최초로 ‘수업전념학년제’를 시행했다. 이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수업전념학년제’란 해당 학년 담임교사에게 학교업무를 맡지 않도록 하여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케 하고, 학교의 교무 업무는 수업지원교사와 교감, 교무행정지원인력 등이 담당하는 제도이다. 교육청에서 공모를 통해 수업전념학년제 학교를 지정, 운영하는 것은 전국 최초다.
 
올 새 학기부터 제주도내 17개 초등학교에서 '수업전념학년제'를 운영하고 있다. 교육중심학교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을 가능성이 높은 학교들이다.
 
수업전념학년제가 적용되는 학년은 2학년이다. 2학년의 경우 1학년을 거쳐 학교에 적응하는 시기인 데다 3학년부터 실시되는 기초학력진단평가에 앞서 보다 집중할 수 있는 시기다.
 
수업전념학년제 시행으로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학교교육 만족도를 더욱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학교가 교육 본연의 활동에 더욱 전념할 수 있는 모델을 확산해 나가겠다.
 
■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경쟁과 서열, 성적 중심의 교육 문화를 배려와 협력, 행복 중심의 교육 문화로 전환해야 한다.
 
제주는 이런 흐름으로 모든 교육가족, 도민들과 합심해 정책·행정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하나씩 성과가 나오고 있다. 제주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 교육의 중심이 될 가능성과 잠재력이 충분하다.
 
중요한 건 교실 문화다. 교사들이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충실할 수 있는 교실 문화를 만든다면 잠재한 가능성은 제주 교육의 경쟁력으로 활짝 꽃필 것이다.
 
이러한 비전속에서 교실을 충실히 지원해 나가겠다. 제주 교육의 변화를 지켜봐 주기 바란다. 제주교육에 성원과 사랑을 아낌없이 보내주는 도민과 교육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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