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의무 아닌 박물과 및 미술관, 등록 안 된 곳 통제할 근거 없어
제주도, 등록된 박물관 중 66개소에 대해서만 평가인증제 시행 계획

2년 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주도가 박물관 천국이 되어가고 있다며 비판 기사를 쏟아낸 바 있다.

이 조그마한 땅 덩어리에 박물관이 무려 100개 이상이나 난립해 있다는 지적과 함께, 같은 종류의 박물관도 너무 많이 들어서 있다는 일침을 가했다.

제주도정에서조차 정확하게 도내에 박물관이 몇 개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 이유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건립할 시,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주도정에 정식으로 등록된 박물관 및 미술관은 총 82개소다. 이 중에 공공시설은 16개소며, 나머지 66개소가 사립 박물관(또는 미술관, 이하 통칭)이다.

등록된 박물관 이외 모두 합하면 100개가 훌쩍 넘을 것이라는 것이 대략적인 추론이다.

▲ 제주도내 대표적인 사립박물관 중 한 곳인 넥슨컴퓨터박물관. ⓒ뉴스제주

# 박물관, 제주도에 왜 이렇게 많나?

그렇다면, 등록 박물관과 미등록 박물관의 차이는 어떻게 될까.

제주도정에 등록된 박물관 사업자에겐 취득세와 부동산 재산세, 지역자원 시설세 면제, 대체산림자원조성비가 감면된다.

가장 중요한 건 박물관을 새로 짓거나 기존 시설의 개보수 시에 관광진흥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저렴한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이러한 지원을 받고 박물관을 등록하려면 사업자는 관련 법에서 규정한 시설물의 면적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학예사를 고용해야 하며, 소방안전 기준 등의 법적인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박물관의 등급에 따라 전시물품의 수도 달라지게 된다.

보통 박물관의 규모는 종합 박물관과 전문 박물관으로 기준이 나뉜다. 전문 박물관의 기준으로 봤을 때엔 100㎡(약 30평) 이상의 면적을 확보해야 한다. 동물원은 300㎡, 식물원이나 수족관은 200㎡ 이상의 면적으로 건물을 지으면 된다.

생각보다 건물 규모의 기준크기가 크지 않다.
이러다 보니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업자들이 세금을 덜 내기 위해 '박물관'이라는 이름을 사용해 관광시설을 짓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설들로 인해 도내 관광객을 증가시키는데 기여한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유사 박물관들이 계속 난립하고 있는 추세여서 박물관이 제 본연의 기능과 목적을 상실하고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상업성에 너무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지적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제주도내에 '트릭아트'류의 박물관이 무려 7개나 있다는 점이다. 테디베어와 성(性) 관련 박물관도 3개소, 초콜릿 박물관 2개소 등 지금도 유사 박물관들은 계속 늘고만 있다.

▲ 제주도내 대표적 공공 미술관인 제주도립미술관. ⓒ뉴스제주

# 박물관 난립, 대책은?

이 때문에 제주특별자치도는 유사 박물관을 사전에 차단하고 평가인증제를 도입해 제주도내 박물관들의 질적 수준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23일 발표했다.

평가인증제는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인데, 제주도에 등록된 박물관 82개소 중 사설박물관인 66개소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먼저 제주도정은 평가인증제도 세부지침을 만들기 위해 6월 중에 전문가 그룹을 형성할 계획이다. 현재는 기본계획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총 17개 항목에 50여 개 지표로 만들 방침이다.

기본적으로 평가는 격년제로 실시되며, 각 지표별 일정 기준이 충족되면 인증마크 부착과 함께 각종 공모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이렇게 인증된 박물관에 대해선 평가지표 유지 여부를 매년 점검해 나가고, 법적 등록기준을 어기거나 명확한 사유없이 장기 휴관하는 등으로 운영이 부실해질 경우엔 과감한 정비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는 것이 제주도청의 설명이다.

또한 유사박물관의 난립을 막기 위해서도 설립계획 승인 단계에서부터 이를 검토하게 되며, 지역공헌도를 추가해 심의할 계획이다.

제주도정은 이를 통해 사전에 부실한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진입 자체를 방지하고, 기존에 있는 사설박물관에 대한 질적 수준을 재고해 나가게 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전시공간 중에 상업공간이 지나치게 많다고 판단되면 억제할 방침이나, 상업공간의 적정 비율 부분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서로 의견이 달라 논의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다.

이렇게 만들어진 평가인증제는 7월부터 시행해 인증마크를 부여해 나갈 예정이다.

▲ 제주항공우주박물관. ⓒ뉴스제주

# 박물관 100개가 넘는다는데, 왜 66개소에만 평가인증제 적용?

박물관 종류 중 2종 박물관은 시설 면적 기준이 82㎡(약 24.8평) 이상으로 더 낮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이라고 부르기엔 규모가 매우 작다.

이렇게 시설규모가 매우 작아도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지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등록을 하지 않고 관광진흥지금 지원 없이도 짓고 있는 것이다. 지원을 받으면 그만큼 행정의 간섭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로부터 자유롭게 운영하고 싶은 사업자들이 이런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특히, 이러한 소규모 박물관들이 등록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학예사를 고용하기엔 시설규모가 너무 작고 영세하기 때문이다.

이러면서 제주도엔 박물관이 100개소를 넘어설 수밖에 없는 상태다.

박물관 등록이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행정에서 강제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미등록 박물관은 행정으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않기 때문에 평가인증제를 적용할 수도 없다.

미등록 박물관은 세재감면 혜택을 전혀 받지 않는다. 관광진흥지금 지원조차 없다.

이 때문에 道 관계자도 "등록 의무사항이 아닐 뿐더러 행정의 지원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들어서는 박물관에 대해선 평가인증제를 적용할 수가 없다"며 "게다가 제주처럼 학예사 고용이 힘든 지역에서 미등록 박물관에도 학예사 고용을 강제하게 될 경우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그래서 현재 제주도정에 등록돼 있는 사설박물관 66개소에 대해서만 인증제를 도입해 질적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정은 설립계획 승인과 등록심의 기준도 강화하겠다고는 했으나, 이 부분은 제주특별법이나 관광진흥법을 개선해야 하는 문제라 쉽지 않다.

제주도내 박물관 수는 도민 8000명 당 1개소 꼴인데, 이를 OECD 기준으로 보면 제주도가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다. OECD 국가 평균으로 계산하면 5만 명 당 1개소이며, 제주 이외 국내 기준으로 봤을 땐 5만 3000명 당 1개소다. 특히 사립박물관과 미술관이 전체 비율 중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를 보면 현재 제주도가 겪고 있는 박물관 난립 문제 해결은 사실상 요원해 보이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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