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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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은행 채용시험에 합격하여 평소 부모님처럼 도와주시는 은사님께 인사차 방문했다. 은사님은 나의 은행 취직을 축하해 주면서 “돈을 알기를 돌로 생각하며 은행생활을 해야 한다.”고 당부하시고 다음과 같은 일화를 들려 주셨다.
평생을 목수로 생활하던 어떤 사람이 일확천금을 꿈꾸면서 정기적으로 복권을 사며 지냈다. 한강 건너 노량진에서 어느 집 수리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날이 마침 복권 당첨자 발표가 있던 날이었다. 점심을 먹으며 라디오를 들으니 자기가 산 복권이 당첨되었다고 발표하는 게 아닌가. 그는 일하던 것을 팽기치고 목수연장을 챙겨들고 부리나케 한강 다리를 건너 집으로 향했다. 한강 다리 위에서 생각해 보니, 복권에도 당첨된 마당에 이제 이따위 목수 연장이 모슨 한강을 향대 던저 버리고 크게 소릴 질렀다.
“나도 이제 부자다! 팔자 고쳤다.!”
그런데 아뿔싸~ 목수 연장 상자 속엣 넣어ㄷ 두었던 복권마저 한강 속으로 함께 던져버린 사ㄹ실을 뒤는게 깨닫고 그만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고 한다.
 
이 말씀을 새기면서 은행생활에 충실했고, 열심히 일하는 동안 어느덧 세월이 흘러 지점장이 된 매체다.
교직을 천적으로 알고 살아온 어느 고교 선생님이 나를 찾아와 “부도를 내면 어떤 처벌을 받습니까?”하고 물었다. 안타깝게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 여쭤 물었다.
“선생님이 어째서 부두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시는 것입니까? 무슨 일이 있으신겁니까? ”제 가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살다가 다른 곳에 눈길을 주었는데 그만 탈이 나고 말았습니다.
하며 이미 그는 교육계를 떠났음을 알려주며 얘기를 털어 놓았다.
그가 한숨을 내쉬며 쏟아내는 이야기는 교육계의 온실 속에서 세파의 냉혹함을 모르는 채 너무도 안이한 사고 방식을 가지고 살아온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하였다.
학교 수업 여가를 틈타 동료와 함께 증권회사 사무실을 드나들다 보니, 그는 생각 외로 톡톡히 재미를 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천직으로 알고 있던 교육에 환멸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왜 쥐꼬리만한 월급에 얽매여 그동안 교단을 지켰나’ 하는 생각이 들자, 학교에 사표를 던지고 퇴직금을 받아 증권에 전념했다. 심지어 집까지 팔아 전셋집으로 옮기면서까지 거금을 투자하여 증권에서 한 몫 잡겠다는 욕심을 품었다. 그러나 그가 생각한 것처럼 주식은 굴러가지 않았고, 결국은 운영하던 자금을 몽땅 잃어, 직장도 날리고 집도 날리고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다.
실의에 빠져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그가 가르친 제자가 나타나 제안하였다.
“선생님! 저희 회사 사장으로 모시겠습니다. 저는 식품가공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선생님께서 사장직을 맡아 자리만 지켜 주시면 제가 실무를 맡아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이게 웬 떡인가. ‘역시 선생이란 이래서 보람이 있는 거지. 가르친 제자가 선생을 알아봐 주다니!’ 혼자 기뻐하며 사장직을 수락했다.
사무실에 나가 보니 10여 평의 사장실에 새로운 비품으로 잘 꾸며져 있었고 사장품위를 유지하라고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두툼한 봉투도 주고 고급 승용차도 사장 전용으로 내주어 옩갖 우대를 받았다. 사장실에 앉아 신문이나 책을 읽고 여가에는 친구를 만나 술 한 잔 마시는 등 달리 하는 일도 없이 보냈다.
한 달이 지나자 두툼한 월급봉투가 사장 책상 위에 놓여 있고 그 금액이 자그마치 평교사 월급의 세 배가 넘었다.
제자가 하라는 대로 결재서류에 도장을 찍고, 은행 대출서류에도 도장 찍고....
앞으로 닥쳐올 문제는 꿈에도 모른 채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일년쯤 지나자 육지로 출장 나간 제자는 돌아오지 않았고, 모르는 사람들이 사무실로 찾아와 빚 독촉을 하기 시작했다. 제자가 이렇게 일처리를 했는지. 빚 규모는 얼마가 되는지 전혀 모르는데 빚쟁이들은 사장이 책임자가 아니냐며 아우성쳤다. 알고 보니 사장 이름으로 은행에 개설된 당좌수표가 날발되어 꼼짝없이 사장인 그가 형사 처벌까지 받아야만 할 처지에 몰렸다. 아무리 세상인심이 험악할지라도 본인이 가르친 제자가 이렇게 스승을 이용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한탄했다.
천직인 교직에 가만히 있었으면 이런 풍파를 겪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증권에 맛들여 일확천금을 노리다가 인생이 송두리째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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