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 "당 출신 다르지만 '제주당'으로 뒷받침하겠다" 자세 낮춘 반면
국회의원들, 당선 소감 당시 지적했던 말 다시 꺼내들며 협력은 '겉치레'로 전락?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와 제주 출신 국회의원 3명과의 첫 대면이 6일 이뤄졌다.

첫 회동부터 모양새가 이상하다.
원희룡 지사는 초당적 협력을 얘기하면서 다소 몸을 낮춘 듯 했지만, 국회의원들은 아직도 앙금(?)이 남아있다는 듯 불편한 속내를 과감없이 드러냈다.

원희룡 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창일, 오영훈, 위성곤 국회의원은 이날 오후 2시 제주특별자치도청 2층 삼다홀에서 첫 도정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정책간담회는 원희룡 지사와 3명 국회의원의 인사말이 있고 난 뒤 김정학 기획조정실장이 나서 지역현안 보고까지만 공개된 후, 비공개로 진행됐다. 

▲ 원희룡 지사가 6일 국회의원과의 첫 도정 정책간담회서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 ⓒ뉴스제주

먼저 모두발언에 나선 원희룡 지사는 국회의원 3명을 앞에 두고 "당이 다르지만 모두가 '제주당'이라는 더 큰 정신을 가지고 같이 협력하자"고 말했다.

이에 반면, 국회의원 3명은 20대 총선 당시 자신들이 강조해 왔던 말을 그대로 다시 꺼내는 인사말로 대신했다.

원 지사는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하게 돼 기쁘다"며 "제주도민이 배출한 정치인이 위상이 더욱 높아져 제주도민들에게 보람과 기쁨을 주게 되길 기대한다"는 덕담을 건넸다.

이어 원 지사는 "서로 당이 다른 것으로 인한 한계보다는 3명밖에 없다는 규모의 한계가 더 극복해야 할 우선 과제"라며 "도민이 선택한 마당에 정당이라는 경계는 없다. 모두가 제주당이라는 더 큰 정신을 가지고 의원들을 뒷받침하고 조언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제주에 산적한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단합이 필요하다"며 "오늘 정책간담회를 계기로 제주도의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만남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서로 출신 당이 다른 점 때문에 도민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협력을 통해 서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며 "더욱 활발한 소통을 기대하겠다"고 강조했다.

▲ 원희룡 도정에게 정책간담회 인사말을 건네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 왼쪽부터 오영훈, 강창일, 위성곤 의원. ⓒ뉴스제주

# 강창일 의원, 여전히 불편한 속내 과감없이 드러내

강창일 국회의원(제주시 갑)은 관권선거와 공직자들의 정치참여 문제를 다시 꺼내들었다.

강창일 의원은 "아직도 선거 후유증이 남아있다. 가슴이 안 풀려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일 잘하는 공무원들이 대접받는 공직사회가 돼야 하는데 관건선거로 그러질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한 강 의원은 "원 지사께서는 정치 공무원 줄세우기 없애겠다고 했는데..."라며 지적하는 발언을 이어가려는 듯 하다가 "잘 점검해주기 바란다"는 말로 급히 표현을 바꾸며 수위를 낮추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어 강 의원은 "공무원이 제대로 서지 않으면 제주도가, 대한민국이 망한다"며 다시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제주도청 간부공무원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던졌다.

강 의원은 "실국장들이 도지사를 잘 보필해야 하는데 지난해까지도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며 "지금부터라도 간부 공무원들은 저희를 잘 써먹어달라는 부탁의 말을 드린다"며 "저희들은 제주도 발전을 위해 머슴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강창일, 오영훈, 위성곤 국회의원과의 제주도정 정책간담회가 6일 실시됐다. 협력하자며 서로 말을 건냈지만 첫 회동 분위기 치고는 상당히 냉랭했다. ⓒ뉴스제주

# 각자 선거 당시 내걸었던 공약 꺼내들며 '협력해달라' 제안 

오영훈과 위성곤 국회의원도 원희룡 지사의 '초당적 협력' 제스처엔 크게 화답하지 않고 선거과정에서 밝혔던 과제들을 다시 꺼내 들었다.

오영훈 국회의원(제주시 을)은 제주특별법 전면 개정 T/F팀 신설에 따른 논의를 하자고 밝혔고, 위성곤 국회의원(서귀포시)은 행정체제 개편 작업에 따른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달했다.

오영훈 의원은 "선거가 끝난 후 상당한 시일이 지난 점을 생각해보면 담당 국장들의 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줬어야 했다"며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 의원은 "특별법 제도개선 과정이 오히려 제주도를 더 어렵게 해 온 측면이 있다"며 "지난 10년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비전을 수립해 나가는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 의원은 특별법 전면 개정 T/F팀을 신설해 논의하자고 말했다.

위성곤 의원은 "국제자유도시가 우리에게 적정한지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며 "행정체제 개편이 다시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위 의원은 "지난 유원지 특례와 관련해서도 지사와 의견이 달라 국회에서 좋은 모양이 아니었다. 사전에 협의가 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 의원은 "신항만과 신공항 문제도 마찬가지로 국회와 도 당국 간의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는 조율이 이뤄지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러한 제안에 원희룡 지사는 "제주특별자치도 제도개선추진단이 도정의 정식 행정기구로 있다. 여기서 이에 대한 모든 논의를 공론화해 다루게 될 것"이라며 "어떤 건 되고 안 되고의 선입견을 갖고 있지 않다.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공론화 과정이 충실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도정의 역할"이라고 답했다.

한편, 위 의원도 강창일 의원이 지적했던 부분에 동조하며 "선거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선거 개입 행위들에 대해 앞으로는 그러지 않도록 제도적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공개 회의는 불과 30여 분만에 끝났다.

회의 결과 도지사와 국회의원 3인이 만나는 정책협의회는 분기별 1회로 정례화 하기로 했으며, 실무 T/F팀을 구성해 입법 문제와 국비 확보 등을 위해 월 1회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실무 T/F팀에는 도청 기획조정실장과 행정시 자치행정국장, 국회의원 보좌관들로 구성된다.

이와 함께 이들은 정책협의회를 통해 강정마을 내 민군복합항관광미항 문제와 제2공항 등의 갈등해결에도 공동 대응키로 했다. 특히, 구상권 철회 촉구 결의안을 국회 차원에서 채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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