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주보건환경연구원 실태조사 결과, 도교육청에는 없어
협조공문 한 장이면 구할 수 있는 자료, 교육감과 행정 엇박자

▲ 제주도교육청이 지난해 4월 제주보건환경연구원이 도내 48개 학교 및 공공체육시설에 설치된 인조잔디 운동장을 대상으로 ‘어린이 활동 공간 인조잔디 유해성 실태조사’ 결과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뉴스제주

교육부가 실시한 전국 학교에 설치된 우레탄트랙 유해성 검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 제주도교육청이 이미 유해성 여부를 알고 있으면서도 검사 발표일을 기다리느라 학생안전을 포기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해 4월 제주보건환경연구원이 도내 48개 학교 및 공공체육시설에 설치된 인조잔디 운동장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 활동 공간 인조잔디 유해성 실태조사’ 결과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취재 결과 드러났다.

제주도교육청 체육복지과 관계자는 “제주보건환경연구원에서 자체적으로 조사를 해서 우리 교육청에는 정식으로 자료를 넘겨주거나 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자료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자료를 요구한 적은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조사를)한 것도 아니기도 하고,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말끝을 흐려 제주도교육청은 뻔히 조사된 자료도 확보하지 않은 채 학교 안전에 손 놓고 있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당시 제주보건환경연구원 조사결과 48개 학교가운데 3곳에서는 기준치(90㎎/㎏)를 21∼50배 초과하는 납 성분이 검출돼 모두가 경악했다.

특히, 트랙이 설치된 운동장 33곳 가운데 32곳이 트랙을 포장한 탄성포장재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납 성분이 검출돼 부적합률이 97%에 이를 정도로 문제는 심각했다.

▲ 환경부가 우레탄트랙의 유해성을 밝히기 위해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뉴스제주

다른 시·도교육청은 제주도교육청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울, 경기, 부산, 충남, 인천 시·도교육청은 최근 실시한 학교 운동장 우레탄트랙에서 유해성 검사 결과 중금속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자 수백개의 학교가 학생들이 운동장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팬스와 통제선을 설치하는 등 재빠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환경부의 우레탄트랙 유해성 경고 이후 교육부에서 각 시·도교육청에 지침을 내려 이 달 안으로 전국 학교의 실태조사를 마무리하기로 한데에 따른 것이며, 최종결과 수렴 이전에 유해성이 드러난 학교에 대한 선조치라는 점에서 제주도교육청과는 차이가 있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지난 8일 제340회 도의회 임시회 본회의 폐회에 따른 의견을 통해 "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이 아이들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 방침에 따라 도내 모든 학교 운동장을 대상으로 우레탄 트랙의 유해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교육감은 "예산의 관점이 아니라 안전의 관점에서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겠다"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인조잔디 운동장에 대한 안정성 문제도 근본적으로 재점검 하겠다"고 말하며 안전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교육감의 안전에 대한 이런 의지를 행정에서 뒷받침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강하게 들게 한다.

실제로 지난 3월 취재에 나선 기자에게 도교육청 체육복지과 관계자는 “학기중에 우레탄트랙 유해성이 알려지면 학생 체육활동에 지장이 있다”고 말하는 등 이 교육감이 교육의원시절부터 강조했던 인조잔디와 우레탄트랙 위해성 인식과는 거리가 멀다.

한편, 제주도교육청은 우레탄트랙 전수조사 결과 수렴일을 오는 17일로 정해두고 있다. 도교육청은 행정이 정한 날짜에 얽매이지 말고 실태조사가 끝난 학교부터 조사결과를 즉각 발표하고 안전조치에 나설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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