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기존 결정 번복하고 부대조건 없이 원안 가결

제341회 정례회 본회의서 부결됐던 '제주특별자치도 지방공무원정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28일 다시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 제출되면서 통과됐다.

이에 따라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은 오는 7월 조직개편을 정상적으로 단행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 조례안을 심사했던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고정식)는 기존에 결정했던 것을 번복하고 제주도정이 제출한 원안을 그대로 반영해주면서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제주도의회는 이날 오후 2시 제342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열어 이 조례안에 대한 표결을 거친 결과 재석의원 32명이 모두 찬성해 통과시켰다.

이에 앞서 도의회 행자위는 이날 오전에 제342회 임시회 제1차 회의를 소집하고 이 조례안을 '원안' 가결시킨 뒤 본회의장에 상정했다.

▲ 고정식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위원장. ⓒ뉴스제주

# 논란의 시발점은 공무직 정원 감축계획 보고하라는 부대조건

지난 회기에서 도의회 행자위가 결정했던 바와 사뭇 다르다.

해당 조례안은 민선 6기 원희룡 제주도정 입장에선 오는 7월 하반기 조직개편을 착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개정조례안이다. 제주도정의 공무원 정원을 98명 더 늘리는 계획을 담고 있다.

현재 제주도정의 공무원 수는 5284명이다. 98명이 늘어나면 5382명이 되는데, 이로 인해 공무원 인건비 지출비용이 세출예산 대비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당시 행자위는 이를 지적하면서 해당 조례안에 "제주도정이 비대해지는 조직에 대한 감축 계획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행자위는 해당 개정조례안에 부대조건을 달고, 증원 계획된 인원 중 자치경찰단 3명 증원분을 없애는 것으로 수정가결 시킨 바 있다. 부대조건엔 "공무직 감축 및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결과 등을 의회에 보고하며, 공무직 정원관리는 조직관리부서에서 일원화하여 관리할 것"이라고 첨부됐다.

이랬던 개정조례안이 본회의에서 의원 20명이 반대 및 기권표를 던져 부결됐다. 제주도정은 자칫 조직개편 시일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급히 다시 조례안 심사를 요청했고, 제주도의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지방공무원정원 일부개정조례안'을 다시 심사하게 된 행자위만 모양새가 이상하게 됐다. 기존처럼 증원 계획을 일부 감축하고 부대조건을 달자니 의원들 간 갈등이 빚어질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지방공무원 정원조례를 재심사하게 된 결정적 사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자치경찰단 증원 계획을 철회시키려 했던 것과 공무직을 줄이라는 행자위의 요청으로 인해 공무직노조에서 반발한 점 때문이다.

결국, 행자위는 이번 재심사를 통해 문제가 됐던 이 2가지 사항을 원래대로 다 돌려놨다. 자치경찰단에 3명을 더 늘리고 부대조건을 달지 않았다. 그냥 도청에서 원하는 그대로 들어 준 셈이다.

정원을 줄여야 한다고 했던 고정식 위원장은 오히려 자치경찰단에 "자치경찰 정원 증가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 위원장은 "관광지 단속 등에 대한 관광경찰 역할을 더 수행하기 위해 여성경찰 비율을 50%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할 것"을 당부했다. 현재 자치경찰 127명 중 26명만이 여경이다.

이어 고 위원장은 "의회에서 자치경찰에 대해 이해를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자치경찰단 측에 "소통이 부족했다. 간부공무원들의 엄청난 노력이 더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는 말로 책임을 돌렸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뉴스제주

# 행자위는 감축, 복지위는 증원... 내부 소통도 안 되는 도의회

당초 지난 21일 본회의가 있고 난 후, 제주도의회 제주특별법 제도개선 및 토지정책 특별위원회(위원장 좌남수)는 임시회 폐회 중 회의를 열어 제주도정이 계획 중인 '제주특별법 6단계 제도개선'에 대한 심사를 벌인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자치경찰단 인원 조정에 대한 얘기가 던져졌었다.

현정화 보건복지안전위원장(새누리당)은 "자치경찰단의 업무가 처음엔 5개 기능에서 지금은 12개로 늘어났고 32개 사무에서 61개 사무로 배 이상 증가했다"며 "이런데도 매년 똑같은 정원으로 사무를 관장하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 이번 조직개편 통해서 정원 확보가 우선 시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정이 늘리려고 했으나 행자위가 오히려 3명을 줄여 버리려 했던 터였다. 복지위 입장에선 자치경찰단의 증원을 바랐으나, 정작 행자위에선 반대를 한 모양새가 되고 만 것이다. 자치경찰단의 소관 사무는 복지위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를 보면 제주도의회 내 서로 다른 상임위원회 간에도 제대로 된 소통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고정식 위원장이 오히려 자치경찰단 측에 "소통이 부족했다"고 지적한 것은 행자위 스스로가 소통이 부재했음을 시인한 꼴이 되고 만 셈이다.

실제 고정식 위원장은 28일 해당 조례안을 다시 심사하면서 "의회에서 모자란 것이 있었던 것 같다"며 잘못을 시인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결국, 행자위는 이번 지방공무원정원 일부개정조례안을 심사하면서 뜻대로 요구하지도 못한 채 도정이 원하는대로 순순히 들어주게 돼 체면을 구긴 모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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