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1일, 인터넷 예약 서버 폭주... 예약성공은 '복불복(?)'
서버 분리 및 증설과 예약대기 시스템 접목해야, 문제는 결국 '예산'

매월 1일 오전 9시만 되면 제주도내 자연휴양림 홈페이지는 마비된다. 7월 1일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7, 8월은 극성수기여서 오전 내내 접속 자체가 힘들다.

관광객들은 예약 가능시간에 맞춰 컴퓨터 앞에 앉아 아무리 클릭을 해보지만 분통만 터질 뿐이다. 모니터 화면에선 '알 수 없는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관리자에게 문의하십시요!'라고 뜨는 메시지만 바라봐야 한다.

이 문제는 수 년전부터 지속돼 온 골칫거리다. 문제가 지적될 때마다 행정에선 매번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지금껏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매월 1일 제주도내 자연휴양림 내 시설을 예약하려면 이 오류 페이지를 수십번 봐야 한다.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홈페이지 예약 접수 불가 안내 메시지 창 캡쳐. @뉴스제주

# 자연휴양림 숙박시설의 예약시스템

제주도내 자연휴양림은 교래, 붉은오름, 서귀포, 절물, 비자림, 한라생태숲 등 6곳이 있다. 이 중 비자림에선 캠핑만 가능하고, 한라생태숲엔 숙박시설이 없다. 다른 4곳엔 휴양림 내에 숙박시설이 건립돼 있다.

이들 4곳 휴양림 숙박시설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사전에 예약해야 한다. 문제는 예약을 아무때나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일반 숙박시설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예약 가능일자가 매월 1일 오전 9시로 정해져 있다.

전화로는 예약이 안 되며 오로지 각 자연휴양림의 홈페이지에서만 가능하다. 8월 중에 숙박하려는 사람은 7월 1일 오전 9시에 예약해야 한다. 이 때문에 예약하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접속하면서 서버 과부하로 웹페이지가 다운되는 문제가 고질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서버 과부하로 접속 장애가 발생하면 누군들 예약이 불가능해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오전 9시 이전부터 접속해서 30여 분 가량을 씨름하다 겨우 접속에 성공해 들어가보면 이미 예약이 거의 마무리 된 상태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러면 예약에 실패한 이용객들은 "이미 예약된 경우는 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어떤 다른 방법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며 게시판에 불만 가득한 글들을 올리며 해명과 개선을 요구하기도 한다.

서버가 과부하 상태였는데 어떻게 예약이 가능했느냐는 의문이 달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예약자의 컴퓨터 성능이나 인터넷 연결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답했다.

허나 사실 이 문제는 컴퓨터 성능이나 인터넷 연결 상태와는 관계가 없다.

최초 접속을 시도한 뒤엔 '새로고침'을 누르거나 창을 닫았다가 새로 접속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시 접속하기를 누르는 순간 서버로 가던 신호가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와버린다. 결국 '가다말고'를 반복하게 돼 예약이 늦어지게 된다.

▲ 힘든 씨름 끝에 겨우 접속해서 들어가보면 이미 예약은 다 차 있는 허탈한 상황을 목도하게 된다. ⓒ뉴스제주

# 불만 폭주 야기하는 불편한 예약 시스템, 개선점이 없을까

매월 1일 오전 9시에 예약할 수 있는 것도 과거보단 그나마 나아진 시스템이다.

몇 년전까지는 예약 가능일시가 매월 1일 오전 0시였다. 휴양림을 이용하고 싶은 관광객들은 늦은 밤에 컴퓨터 앞에 앉아 눈씨름을 벌어야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손쉽고도 확실한 방법은 각 휴양림 예약시스템을 관장하는 홈페이지 서버를 별도로 분리한 후 증설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별도의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데, 행정당국에선 별다른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 게다가 4곳의 자연휴양림 관리주체가 다르다 보니 더더욱 더 해결접근이 용이하지 않다.

교래와 붉은오름 자연휴양림의 홈페이지 서버는 제주시 정보화지원과에서 관리하는 서버에 한데 묶여 있다.

서귀포자연휴양림은 서귀포시 공원녹지과에서 담당하고 있고 서버는 정보화지원과에서 관리하고 있는데, 서귀포 관내 다른 공영관광지 홈페이지들과 같은 서버를 사용한다. 이 때문에 서귀포자연휴양림 홈페이지가 트래픽 폭주로 접속지연이 발생하면 다른 관광지 홈페이지도 같이 다운된다.

▲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홈페이지. 매월 1일 접속자 폭주로 인한 서버 과부하 접속지연 사태는 이곳만이 아니라 제주도내 모든 자연휴양림 홈페이지에서 발생하고 있다. ⓒ뉴스제주

서귀포자연휴양림은 서버 과부하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예약시스템을 변경했다. 예약 가능일시를 매월 1일과 10일에 할 수 있도록 나눴다. 1일에는 다음달 1일부터 15일까지의 일정만 예약할 수 있으며, 10일엔 그 다음 16일부터 30, 31일까지만 예약을 받는 형식이다.

서귀포자연휴양림 관계자는 "이 시스템이 효과는 있다"며 "7월이 극성수기이지만 오늘 1일에도 10시 이후엔 접속이 가능했다. 예전엔 하루종일 접속이 안 될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한들 오전 9시에서 20분 가량만 지나도 이미 예약은 끝난 상태다.

절물자연휴양림은 다른 3곳에 비해 그나마 나은 편이라곤 하지만 매월 1일 오전 9시엔 별반 차이가 없다. 절물은 산림청에서 관리하고 있어서 경기도에 위치한 다른 휴양림들의 서버와 같이 관리가 되고 있다.

제주도 이외 다른 지자체에선 이용객들의 불편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예약대기' 시스템을 갖춰놓기도 했다. 예약대기는 예약자가 일정을 취소했을 시, 예약대기 1번으로 등록한 이에게 자동으로 예약 권한을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예약대기 1번이 예약하지 않으면 2번으로 등록했던 이에게 넘어간다.

매번 수시로 홈페이지를 방문하면서 예약이 취소된 방을 확인하는 수고로움을 덜어 줄 수 있다.

경남 남해군에서는 예약방법을 두고 시민투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선착순 예약을 폐지하고 추첨제로 바꾸는 방법이 제안됐었다. 투표결과 그대로 현행 예약 시스템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추첨에 의한 방식 또한 수많은 의문을 낳게 될 것이 뻔해 보였기 때문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번에 조직개편이 이뤄지면 홈페이지를 개선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지만, 서버 확충에 따른 예산 확보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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