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우레탄 트랙'종합추진 대책' 발표하고, 뒤로는 조사방법 불만 표출
우레탄 시공업자 광고까지 소개하며 억울함 말하고 싶었나

▲ 트랙에서 납성분이 24.5배 초과 검출된 제주시내의 한 학교는 검사 결과가 조사기관으로부터 통보된 지난달 중순경부터 학생들의 운동장 출입을 금하고 있다. ⓒ뉴스제주

어제는 제주도내 학교 우레탄 트랙의 유해성 결과 발표가 있었다. 조사 마무리 시점인 지난달 20일로부터 정확히 보름만의 발표다.
 
조사 결과 우레탄 트랙이 조성된 도내 172개 학교 가운데 96개 학교에서 한국표준규격(기준치 90㎎/㎏)을 적게는 1.7배, 많게는 28배를 초과하는 납성분이 검출됐다.
 
우레탄 트랙 유해성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고 그 유예기간이 끝난 뒤인 2013년 이후 우레탄이 포설된 학교서도 납성분이 나왔다.
 
중학교 3개교(서중, 대신중, 오름중), 초등학교 6개교(덕수초, 삼화초, 도련초, 구좌중앙초, 송당초, 장천초) 등 총 9개 학교다.
 
지난해 2월 학교가 준공돼 3월에 문을 연 도련초등학교에서도 납성분이 기준치의 24.5배를 웃돌아 모두를 놀라게 했다.
 
◆ 타·시도교육청과 다를 바 없는 후속 대책
 
제주도교육청은 결과 발표를 늦추는 이유를 완벽한 대책을 마련키 위해서라고 답변해 왔다. 그래서 기다렸다.
 
그러나 막상 4일에 발표된 도교육청의 '종합추진 대책' 내용을 들여다 보면 타·시도교육청이 발표한 대책의 복사본에 불과하다.
 
도교육청 자체 예산 10억5300만 원을 긴급 투입해 유해물질 초과량이 많은 초등학교부터 교체 방침을 밝혔지만, 이마저도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오히려 제주도교육청은 타·시도와 다르게 유해물질이 검출된 96개 학교 운동장의 전면 통제를 앞두고 지역주민과 학부모들을 설득해야하는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운동장 전면통제와 트랙 시공과정의 감독 철저라는 간단한 대책 발표를 위해 보름이라는 시간을 소비한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
 
◆ 도교육청과 우레탄 시공업자들은 같은 처지?
 
타·시도교육청과 같은 내용의 대책 발표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제주도교육청은 우레탄 시공업자들과 같은 논리로 변명하려 들면 안 된다.
 
후속대처에 철저를 기하겠다는 '종합추진 대책'과는 다르게 제주도교육청은 보도자료에 첨부된 '학교운동장 우레탄트랙 유해물질 발생 현황 및 종합대책'을 통해 변명을 시도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의 변명은 이렇다.
 
2011년 4월 KS 기준 제정 이전 포설된 우레탄 트랙은 용출시험법을 적용해 유해성을 측정했다.
 
2014년 8월 이후에는 KS 기준이 개정돼 총 함량시험법을 적용해 유해성 여부를 검사한다.
 
이번 전수조사에서는 총 함량시험법을 일괄 적용해 유해물질 검출 학교가 증가했다.
 
'용출시험법'과 '총 함량시험법'이 검사 방법에 있어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총 함량시험법'이 좀 더 까다로운 기준을 가진 측정방법이라는 것은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이번 전수조사에서 설치년도에 관계없이 '총 함량시험법'을 일괄 적용해 손해를 봤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 제주도교육청이 강조해 놓은 게시물은, 우레탄 시공업자들의 단체인 '한국체육시설공업협회'의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제주

이것이 얼마나 억울했던지 제주도교육청은 첨부자료 9페이지 하단에 보도자료에서 제목을 제외한 가장 큰 글씨크기로, 이것도 모자랐는지 빨간색 진한글씨체로 지난 6월 23일자 중앙일간지에 반박 자료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내용인지 찾아봤다.
 
자료라고 명기해놓아서 기사인 줄 알았더니 자료(?)는 1면 하단 광고란에 있었다. 우레탄 시공업자들의 단체인 '한국체육시설공업협회'의 광고였다.
 
'한국체육시설공업협회'는 광고란에서 말하고 있었다. 범세계적으로 '용출시험법'이 표준 측정 방법이라고. 그래서 이번 '총 함량시험법'으로 인한 조사방법은 억울하다고.
 
제주도교육청의 말과 정확히 일치하는 대목이다.
 
광고에는 KS 기준 유예기간이 지나 우레탄이 포설된 학교는 협회가 책임지고 조치하겠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 '한국체육시설공업협회'가 지난달 23일 조선일보 1면 하단에 게재한 내용. '용출시험법' 적용이 아닌 '총 함량시험법' 측정방법으로 우레탄 트랙의 유해성 문제가 불거졌음을 강조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도 첨부자료를 통해 같은 설명을 하고 있다. ⓒ뉴스제주

그만큼 '용출시험법'의 측정 결과가 자신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2014년 8월 KS 기준은 '총 함량시험법'으로 바꼈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2014년 8월 이후 우레탄 트랙이 시공돼 납성분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학교는  3곳이다.
 
그 3곳의 학교는 도련초, 구좌중앙초, 오름중이다.  이 가운데 도련초는 ‘한국체육시설공업협회’에 가입한 업체에서 우레탄 트랙을 시공했다.
 
새로운 KS 기준에서 24.5배의 납성분이 초과 검출된 도련초가 ‘용출시험법’으로 측정하면 기준치 이내의 납성분이 나올런지도 의문이지만, 학생안전을 앞에 두고 이러한 가정도 해서는 안된다.
 
한국산업표준(KS기준)이 개정돼 ‘총 함량시험법’이 검사 방법의 표준이 된 이유는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학생을 유해 환경으로부터 지키고자 한 것이기 때문이다.
 
제주도교육청이 ‘용출시험법’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 한 것은 학생안전 보다는 유해물질 검출 학교수를 줄이고자 노력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 이석문 교육감 4일 기획조정회의서 우레탄 언급 없었나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4일 오전 기획조정회의에서 학교급식 안전을 당부했다고 한다.
 
이날은 제주도교육청이 전국을 떠들석하게 했던 우레탄 트랙 유해물질 논란에서 전수조사 결과 발표를 하는 날이었다.
 
제주도교육청이 행정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교육감의 기획조정회의 발언을 학교급식 부분만 일부 떼어서 발표한 것이 아니라면, 이것이 이석문 교육감이 가지고 있는 우레탄 트랙 유해성 인식의 정도가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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