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순관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

 “제주교육은 거대한 변화 앞에 놓여있다. 이를 현명하게 헤쳐나가기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 착실히 해야 한다”는 김순관 교육국장의 어조가 단호하다.

그럴것이 인구절벽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지만, 제주도는 이러한 변화와 당분간은 역주행을 하는 모양새다.
 
제주에는 작년에만 700여 명 이상의 학생들이 순증했으며, 지금 추산이라면 향후 2019년까지 약 3000여 명의 초등학생이 순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과정도 개정되면서 고등학교에서는 2018년부터 문‧이과 구분없이 배우는 ‘공통과목’ 도입이 예고돼 있다. 이에 따라 수능제도 역시 문이과 통합 교육에 맞춰 개편될 예정이다.
 
바야흐로 제주 교육은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고입체제개편 등 이미 굵직한 가지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
 
<뉴스제주>는 도교육청 내 교육정책의 수장인 김순관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60)을 찾아가 미래 제주교육 발전을 위한 계획을 들어봤다.
 
▲ 김순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교육국장. ⓒ우장호 기자
 
■ 교육국장으로서 이석문 교육감 취임 2주년을 맞았다. 소회를 말한다면
 
올해 3월 교육국장으로 부임했다. 많은 현안이 추진되고 있어서 빨리 적응하기 위해 정책을 공부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수시로 직원들과 토론하며 업무의 공감대를 넓혔다.
 
그러다 취임 2주년을 맞았다. 국장으로 일한 시간이 길지 않지만 소회가 남다르다. 지난 2년을 마무리하고 3년차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제 본연의 역할을 잘 했는지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긍정적인 목소리가 들리면 나름 역할을 잘 했다는 뿌듯한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전히 과제가 많다.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지난 성과를 기반으로 앞으로 제주교육의 기반을 더 튼실히 다져야 한다. 앞으로 2년, 도민들께서는 제주교육의 정책의 결실이 지금보다 더 활짝 꽃피기를 기대할 것이다. 책무와 사명감을 무겁게 느낀다. 정책 추진 기조인 ‘협력’과 ‘소통’을 유지하면서, 교실과 아이들의 삶, 도민사회에 교육의 희망이 더욱 커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교육자로서 그동안 어떤 길을 걸어 오셨나
 
미술 교사이자 화가로서 삶을 살고 있다. 서귀포여고·제주일고·중앙여고·함덕고·대정고 교사를 지냈다. 이후 탐라교육원 연구사, 제주도교육청 장학사 및 장학관, 애월고 교장 등을 역임했다.
 
화가로서는 6회의 개인전과 20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했고, 지금도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장과 제주도립미술관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 고입선발고사가 폐지됐다. 2019학년도부터 내신 100%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새로운 고입 전형이 실시된다.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우선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내신 경쟁에 돌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석문 교육감께서 중학교와 초등학교를 하나씩 방문하며 학부모들과 만나고 있다. 고입 선발고사 폐지에 우려하는 부모님들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궁금한 사항들도 충실히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소통의 노력이 쌓이다보면 선발고사 폐지의 진심과 당위성을 이해하실거라고 본다.
 
현재 고등학교를 학생들이 선택하여 갈 수 있도록 고교체제가 개편되고 있다. 농어촌 특별전형 등 대입 진로교육 및 홍보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과거 20년 전과는 환경이 많이 바뀌고 있다. 교실 내 경쟁은 교실수업 개선을 통해 협력하고 배려하는 교실 문화를 만들 계획이다. 내신 성적을 위한 학생 평가도 점차 개선해 나갈 것이다.
 
현재까지 중학교에서는 입시에 맞춘 평가문항을 제작하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선발고사가 폐지되면 학교의 평가도 학교 수업과 연계된 과정중심 평가가 확대되고 서술형 평가 등 다양한 평가가 이루어 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1학년 때부터 내신 경쟁이 이루어지는 우려를 불식시켜 나가겠다.
 
■사교육비가 증가한다는 우려도 있다
 
선발고사가 폐지되면 학교 평가가 학교 수업과 연계된 과정중심 평가로 확대될 것이다. 서술형 평가 등 다양한 평가 체제로도 전환될 것이다. 사교육으로 학교 내신을 잘 받는 기회주의적인 성향이 사라질 것이라 여겨진다.
 
과정중심 평가 및 서술형 평가에 대한 자료 개발 및 지원, 교사 전문성 신장 연수 등 다각도로 학교 현장을 지원하며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향을 줄여 나가겠다.
 
■고입 선발고사가 폐지되면 제주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우리가 아는 ‘학력’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특히 알파고 현상에 따른 인공지능 시대가 예고되면서 10년 이후도 예측하기 힘들다.
 
현재 학력을 중심으로 한 경쟁과 서열, 성적 중심의 교육으로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 아이들이 스스로 진로와 진학을 찾을 수 있도록 ‘질문의 힘’을 키워야 한다.
 
‘질문이 있는 교실’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경쟁적 교육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 여기에 교육부의 ‘2015 교육과정 개정’으로 융복합 지식을 지닌 창의적 인재 양성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대입에서 수시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70%가 넘어 이젠 입시 위주의 평가와 수업 방식으로는 아이들의 꿈과 끼, 가능성을 키울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자유학기제와 대입제도의 변화, 학생중심 수업방법 변화, 평가방법의 개선 등으로 아이들의 다양한 꿈과 끼, 내일의 가능성을 키워가는 중학교 의무교육 본연의 의미를 실현하겠다.
 
■도내 96개 학교 우래탄 운동장에서 유해물질이 초과 검출됐다. 대책을 발표했지만 도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도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 ‘예산’의 관점이 아니라 ‘안전’의 관점에서 해결하겠다.
 
교체 뒤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거‧교체에 최대한 심혈을 기울이겠다. 유해물질이 검출된 96개교 운동장 트랙은 사용을 전면 통제했다.
 
학교 운동장을 지역 주민들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각 학교에서 학교운영위원회 등을 통해 전면 통제의 이유와 당위성 등을 충실히 알려 지역주민의 협조를 구할 방침이다.
 
앞으로 2년에 걸쳐 트랙을 교체할 계획인데, 예산 확보가 관건이다. 1개교 당 트랙 전면 교체 비용을 9300만 원으로 산정했다. 교체 예산 규모가 크고, 빨리 확보돼야 해서 교육부에 지역현안사업 특별교부금 확보를 요청했다.
 
교육부 예산 확보 전까지 도 교육청 자체 예산 10억5300만 원을 긴급 투입해 유해물질 초과량이 많은 초등학교부터 교체할 방침이다. 제주도청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다.
 
학교 운동장을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는 점을 강조해 제주도청에도 지자체 대응 투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구조‧제도적 문제가 있다면 함께 풀어 나가겠다. 한국표준규격(KS) 기준 제정 이후 우래탄 트랙을 설치한 학교에서 기준치 이상 유해물질이 발생함에 따라 조달청 관급자재 구매‧설치 과정의 문제점을 분석할 수 있는 TF팀을 구성해 제도개선을 요청할 계획이다. 트랙 시공과정 감독 및 검수와 관련한 개선 방안도 마련하겠다.
 
■ 아침밥 있는 등굣길이 시작 된 지도 1년이 넘었다. 어떤 효과들이 있다고 보나.
 
최근 ‘아침밥을 먹어야 수능 점수가 높다’는 연구자료가 발표됐다. ‘아침밥이 있는 등굣길’의 정책 효과를 입증한 사례라고 본다. 아침식사를 정착하는 데 제주가 앞장서고 있음을 반영한다.
 
가장 큰 성과는 아침식사를 먹는 문화를 도민사회에 뿌리내린 것이다. 그 실천을 위한 움직임들이 서서히 결실로 나타나고 있다.
 
등교시간이 조정되면서 아이들과 아침식사를 하는 가정이 늘고 있음을 체감한다. 앞으로 지속적인 노력으로 ‘아침식사는 꼭 하고, 적어도 1km는 등하교하는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겠다.
 
■전국 최초로 운영한 ‘학생건강증진센터’는 성과가 있나.
 
학생건강증진센터와 학교 현장의 노력으로 각종 지표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다.
 
우선 마음 건강 지표 중 학업 중단자 수는 2014년에 비해 2015년 12.0% 떨어졌다. 특히 성산 고등학교는 2015학년도 학업중단자 수가 0명으로 나타나 확연한 변화상을 보였다.
 
성산고의 성과는 학교의 노력과 학생건강증진센터의 체계적인 지원이 더해져 학교를 실질적으로 변화시킨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함께 표선고등학교도 2014년 24명에서 2015년 3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학생 관심군 비율도 2014년에 비해 2015년 약 16.0% 감소했고, 학교폭력 발생건 수 역시 같은 기간 9.5% 감소했다. 몸 건강은 2015 하반기 학생 비만율이 같은 해 상반기에 비해 13.4% 감소했다. 2015년 저체력(4‧5등급) 학생도 2014년에 비해 30.6% 감소했다.
 
학생 행복 지수는 2014년 65.2%에서 2015년 71.1%로 나타나 약 9% 늘었다. 우리 교육청의 노력으로 몸과 마음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교육부의 ‘스쿨닥터 배치’ 정책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 교육청이 선도적 역할을 하는 만큼 학생 한 명, 한 명의 건강을 더욱 세심하게 지키고 관리하며,‘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충실히 펼치겠다.
 
■ 마지막으로 도민들과 교육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제주교육은 거대한 변화 앞에 놓여있다. 이를 현명하게 헤쳐나가기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 착실히 해야 한다.
 
인구 절벽 문제가 심각합니다. 아이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이 때에 ‘단 한 명의 아이를 잘 키우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교사가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충실한 ‘교육 중심 학교 시스템’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
 
인공지능 시대가 예고되면서, 교육 근본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으며 자발성과 주체성을 찾을 수 있도록 ‘질문이 있는 교실’을 잘 만들어가겠다. 인간 고유의 본성인 예술적 감수성을 토대로 질문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문예체 동아리와 주제 탐구 동아리도 활성화해 나가겠다.
 
이러한 비전 속에 앞으로도 교실을 충실히 지원하며 교사와 아이들이 사랑으로 만나는 교실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다양한 꿈과, 끼, 예술적 감수성 등이 100세 시대의 진로, 건강, 행복으로 이어지는 교육을 실현하겠다.
 
지난 2년, 제주교육에 사랑과 성원을 보내주신 도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앞으로 2년, 더 커진 희망과 행복으로 소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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