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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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국주의 시절 『군대는 요령을 본분으로 한다.』라는 유행어가 있었다. 아마도 요령피워 훈련도 피하고, 사역나가는 것도 피하고, 단체기합으로 매 맞을 때도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것을 최고라고 생각해서 나온 말인 것 같다. 내가 군에 입대해 보니 우리 군에도 일본 군대의 유행어가 판을 치고 있었고, 군기가 빠진 채 밴들밴들 돌아 다니는 녀석들이 있었다.
그러나 군대까지 가지 않더라도 단체생활을 시작하는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면 요령피우는 사람은 학생 때부터도 그러했다. 청소시간, 특히 변소청소 당번을 피해 다니는 학생들이 없지 않았다. 요령을 피우는 학생은 한 두 번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계속 요령을 피운다. 다른 학생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수군거림을 당하지만, 막상 본인은 심드렁하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해 친구들이 가까이하기를 꺼려했다.
사회에 나와 직장을 갖고 보니 정말 요령꾼들이 한 두 사람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거래처로부터 식사대접을 받을까 하는 궁리만 하는 직원도 있었다. 한술 더 떠서 식사대접을 받고 나올 때문 의례 “오늘, 잘 얻어먹었습니다. 2차는 제가 모시겠습니다. 하고 끌어당긴다.
이것은 진심으로 자기가 2차를 내겠다는 뜻이 아니라, 식사 대접만으로 성에차지 않으니 2차까지 사라는 의미이므로 거래처로써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2차까지 가서 또 계산을 해야만 했다.
주말이 가까워지면 거래처 사장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이번 주말에 제가 골프 모시겠습니다.” 하고 유인하여 정작 자신이 공짜 골프대접을 받는다.
직장 내에서도 어른 역할을 하자 않은 채 부하직원들이 사는 저녁만 얻어먹었지, 상사로서 자기가 사겠다는 말 한 마디가 없는 경우가 많다.
정말 속보이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친구끼리 저녁 먹으러 가서도 끝날 무렵에 화장실에 가서 오래 머무르거나, 앉아서 구두끈을 매느라고 뭉케는(시간을 끄는) 친구들이 성질 급한 친구가 우선 계산한 다음에야 “내가 내려고 했는데.....” 하고 멋쩍은 말 한 마디로 떼우고 만다.
5.16혁명 직후 농어촌 고리채 정리를 실시했고, 그 결과와 전망에 대해 내가 논문을 쓴 일이 있는데 그 때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농사일은 제쳐두고 요령을 피워 노름하러 다니며 가산을 탕진한 빚이 많은 사람에게 오히려 농어촌 고리채 정리 혜택이 돌아가고 있었다.
태풍피해 농가를 조사하여 날라간 초가지붕을 보상하다 보면 게을러서 지붕 손질을 하지 않고 빈둥대던 사람이 되려 혜택을 받고 있어 동네 사람들의 불만이 켰다.
짧게 들여다 보면 열심히 노력한 사람보다 요령부리는 사람이 잠시 득을 보는 것 같지만, 인생을 길게 내다 보면 그런 사람들은 결국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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