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과 국, 국과 밥상, 밥상과 사람 이야기

쿰자살롱 인문학 강의 세 번째 시간. 13년간 장 만드는 가업을 승계하고 있는 박영희 대표가 강의했다. 박영희 대표는 서귀포 하원동 일대에서 푸른콩으로 된장을 만들고 있다. 최근 화장품 원료로도 사용되는 푸른콩은 제주에만 있는 콩이다. 발효가 잘되고, 달고 부드러운 맛을 지니고 있다. 발효가 됐을 때는 감칠맛이 돈다. 

 

# 음식은 ○○로 먹는다 # 

 

▲ 음식은 추억이다. 박영희 대표는 자장면, 김밥처럼 사람들이 함께 먹는 밥상 안에 추억과 시절이 깃들어 있다고 말한다. ⓒ뉴스제주

대표는 여러 장의 사진을 보여줬다. 지들커(땔감)도 보여준다. 지게 가득 지들커를 메고 가는데, 안쓰럽게도 변변한 나무는 없고 잡풀 뿐이다. 이러한 지들커로는 난방이 어렵고, 작은 솥을 얹어 겨우 밥만 해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 김정희 추사 박물관에 가도 이렇게 작은 솥이 얹힌 재래식 부엌을 볼 수 있다. 

제주도 할머니가 등장하는 흑백 사진도 보여준다. 사진에는 옆구리에 바구니를 끼고 어딘가로 바삐 향하는 할머니들이 보인다. 옷을 갖춰 입은 것으로 봐서는 아마도 바구니 안에 든 것이 ’떡’일 것이라 추측한다. 대표는 밥상에 깃든 '추억'과 '사람'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사진들을 보여주더니, 문제를 낸다. “밥 다음이며, 반찬의 으뜸이다. 온갖 잔치나 제사에 없으면 안된다. 이것이 없으면 밥을 말아 먹을 수 없다.” 이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국’이다. 

당시 사람들이 먹든 밥상은 국이 중요했다. 이유는, 옛 제주 사람들은 쌀이 귀해 보리나 잡곡에 온갖 것을 다 넣은 밥을 지어 먹었기 때문이다. 톳을 넣기도 했다. 이렇게 밥을 지으면 윤기나는 쌀밥과 달리 밥이 거칠다. 거친 밥을 넘기려니 국이 필요한 것은 당연지사, 제주 국의 종류는 78가지가 된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가짓수다. 

그 국의 종류를 다 열거하자면 지금 제주도민들도 모르는 이름들이 나온다. 크게는 냉국, 채소가 들어간 국, 생선국 등이 있을 거다. 제주 옛 밥상은 젓가락 없이 ‘숟가락’만 가지고도 먹을 수 있는 밥상이다. 

“제주도는 음식 종류가 상당히 많다. 왜 많을까? 생태계가 다양하되, 먹을 게 많지 않아서 무엇이라도 먹으려고 시도했기 때문이다.” 박영희 대표의 설명이다. 이러한 이유로 반찬 가짓수도 많았다고 한다. 

이러한 많은 국은 간장, 된장, 소금간으로 맛을 내는 것으로 종류가 나뉜다. 예를들어, 제주도 미역국은 된장을 넣었고, 냉국은 간장, 곰국이나 콩국은 소금간을 넣었다. 하지만 78개 국 대부분의 간을 담당하는 것은 ‘된장’이다. 제주도가 된장 간을 가장 많이 한다고 한다. 

“제주 국에 된장 간이 많은 이유는, 뭘까. 예전엔 소금이 귀했기 때문이다. 또, 푸성귀들을 다스리기에는 된장이 필요했다.” 박영희 대표는 거친 재료들을 다루고 맛을 내기에는 된장이 적격이라고 했다. 게다가 제주도는 된장 발효에 안정적인 온도와 습도를 갖추고 있어서 단시간 내에 숙성된 된장 맛을 낼 수 있다. 

▲ 제주 낭푼밥상과 뷔페 사진이다. 각기 장단점이 있지만 오래된 밥상, 식구가 차려 준 밥상 안에는 많은 해답이 깃들어 있다. ⓒ뉴스제주

마지막으로 낭푼밥상과 뷔페 사진을 보여 준다. 사진에서 추측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다양하다. 가족이 함께 둘러 앉는 밥상과 혼자 먹고 싶은 것을 먹는 밥상, 지역 계절밥상이자 전세계 재료가 모이는 밥상, 재활용이 가능한 밥상과 남으면 버려지는 밥상... 그리고 대표가 지적하는 중요한 지점, 숟가락만으로도 먹을 수 있는 낭푼밥상과 포크, 칼 등이 필요한 밥상. 

“성석제 작가의 글에 나온다. 음식은 추억이고, 예술이다. 김밥이나 자장면은 시절이 있고, 사람이 있다." 낭푼밥상에는 추억이 있다. 낭푼밥상과 뷔페 사진처럼, 밥상이 달라지면 삶이 달라진다. 대표는 이날 한가지를 강조했다. ‘삶을 돌아보려면, 밥상을 생각할 것’. 하나를 먹어도 생각하며 마주해야 하는 것이 밥상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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