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3]현금 수송 사고
[403]현금 수송 사고
  • 현임종
  • 승인 2016.08.31 11: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 ⓒ뉴스제주
 

한국은행 제주지점 생기기 전, 제주도 금융기관에 대한 현금 공급은 각 은행 제주지점이 자체적으로 목포에 가서 한국은행 목포지점에서 현금을 인수해 배 편으로 수송해 왔다. 현금수송을 위한 별도의 특별한 포장용기도 없었고, 호송을 경비하는 경찰도 대동하지 않은 채, 마대자루에 현금을 넣어 달랑 은행원 둘이서만 운반을 했으니, 이제와 생각해 보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이었는지 끔찍한다.
1961년 농업은행 제주지점에 근무할 때, 행원 1명과 용원 1명 이렇게 두 명을 목포로 현금인수차 출장 보냈는데, 현금이 실려 있는 여객선을 북한으로 납치하려고 시도했던 납치미수사건이 발생했다. 하루가 지나고 범인을 일망타진하기 까지 24시간 동안 은행 측에서는 현금을 노린 강도범인으로 착각하여 애간장을 태웠다. 잡고 보니 범인들은 여수출신으로 북한으로 훨북하러 했지. 현금이 수송되고 있었던 사실은 몰랐던 것이다. 만약 그들이 현금수송의 낌새를 알았다면, 돈자루 까지 빼앗아 월북하려 했을 것이다.
이 사건에 앞서 모슬포 육군 제1훈련소에서 발생한 사건이 있다. 당시 육군 이등병 월급이라고 해 봐야 몇 푼에 불과했지만, 훈련병 전원에게 한달치 봉급을 지급하려면 한 트럭분량의 현금을 수송해야만 했다.
어느 날 현금을 수송하게 되어 한경면 신창리 출신 K 씨가 트럭에 현금을 가득 싣고, 헌병 두 명의 호의를 받으며 제주시를 출발했는데, 마침 비가 와서 트럭 짐칸위에는 천막천을 덮은 상태였다. 제주시 서문파출소 검문소 앞을 지날 때였다. 전시상황이었으므로 검문소의 통과 승인을 받아야 했기에 잠시 정치했을 때, 검문소 옆에서 비 맞으며 서 있는 군인을 발견하였다. 같은 고향 마을에서 옆집에 살고 있는 동네 동생이었다.
“너, 어떵허연 거기 서서?(네가 어째서 거기에 서 있는 것이냐?)”
“휴가 나온 병사는 여객차편이 끊겨 트럭이라도 얻어 타 볼 요량으로 검문소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것이다. 그런 참에 트럭이라도 얻어 타 볼 요량으로 검문소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참에 동네 형님이 타고 가는 트럭을 만났으니 그 덕에 재수 좋게 트럭에 올라타게 되었다. 알고 보니 그는 내일 장가가게 되어 휴가 나오는 길이었다.
모슬포로 가는 도중에 신창리 에서 휴가병을 내려주고 제1훈련소에 도착하여 현금을 인수인계하다 보니, 돈자루 하나가 찢겨져 있고, 현금 묶음 한 덩어리(지금 시가로 1천만원 상당)가 없어진 것을 확인하였다. 이것은 휴가병의 소행임의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2명의 헌병이 호위하였으나 마침 비가 오고 있어서 천막 속에 들어가 잠들어 있었고, 도중에서 차를 세운 곳은 오직 신창리 뿐이었다.
K 씨는 변상과 징계를 염두에 두고 곰곰이 생각한 끝에, 헌병대장을 찾아가 헌병 1개 분대를 지원해 달라고 사정하여 허락을 받았다. 한편 경비전화로 신창지서를 통하여 신창 고향집의 아버지에게 급히 닭 10마리를 잡고, 술 한 춘이(열 되들이 통)만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밤중에 신창리에 도착한 K씨 와 헌병들은 K씨 아버지 댁에서 준비해 둔 닭고기와 술로 푸짐한 회식을 즐겼고, K 씨는 현금 분실한 내용을 일체 입 밖에 발설하지 않았다.
새벽 동이 틀 무렵, 헌병 1개 분대를 이웃집 휴가병의 잔칫집 주변에 매복시킨 후 동태를 살폈다. 휴가병 신랑이 일찌감치 일어나 집 옆 밭으로 건너가더니 소변을 보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밭담 옆 흙을 파보고 있는 순간, 헌병들이 들이닥쳐 묻어둔 현금뭉치만 빼앗고, 조용히 떠나가 그 날 결혼식은 아무 지장 없이 치르게 하고, 사건은 없었던 일로 덮어졌다.
K 씨는 고향 이웃집 젊은이의 앞날을 생각해 번병들에게 없던 일로 처리해 주도록 간곡히 부탁했던 것이다.
「견물생심」이라고 트럭 속에 실려 있는 현금을 보자 아직 철이 덜 든 청년이 그만 딴마음이 생기고 만 것을, K는 이해하고 사태를 제대로 수습한 것이다.
사소하게 인정을 베풀다가 오히려 범행의 빌미를 제공했던 K씨도 변상과 징계를 간신히 모면했지만, 비용은 톡톡히 지불한 셈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