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이 자리가 나에게 필요하다”
“지금은 이 자리가 나에게 필요하다”
  • 우장호 기자
  • 승인 2016.09.0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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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차영민 작가

“한 줄을 쓰더라도 직접 발로 뛰고 본 것을 쓰고 싶다. 그래야 읽는 이에게 울림도 줄 수 있을 것이다.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때 그때 참여할 수 있는 최대한을 꿈꾼다. 그런 활동들이 결국 글쓰기로 귀결되는 긍정적인 힘이 되는게 아닐까···.”

“편의점에서 이렇게 오래 일하게 될 줄 몰랐다(웃음). 물론 평생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은 이 자리가 나에게 필요하다.”
 
넘칠 때 낭비하는 것은 미덕이 되기도 한다. 차영민(28) 작가와 4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장 많이 듣게 된 단어는 ‘긍정’이다. 아무리 넘쳐나도 과하지 않은 그 에너지를 그는 원없이 낭비하며 살아가는 중이었다. 차 작가는 때때로 삶이 주는 신산스러움도 버텨내지 않고, 온전하게 살아낼 수 있는 그만의 비결을 확실히 가지고 있어 보였다.
 
<뉴스제주>는 8월 하순의 밤, 차영민 작가를 찾아가 연재 1년이 지난 오늘은 삶과 글을 어떻게 비우고 풀어내고 있는지 들어봤다.
 
▲차영민 작가.  ⓒ뉴스제주
 
■ 업(業)으로써 글쓰기란 많은 의미함축이 가능할 것 같다. 근간의 글쓰기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편하게 말을 한다면, 오로지 글쓰기로만 돈을 벌어서 완전 전업을 시도한다면 가능은 할 것이다. 하지만 글쓰기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에 경제적인 목적은 빼는 게 맞다. 같은 노동력을 쏟는다면 다른 일들로 더욱 효율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하지만, 굳이 글쓰기를 택한 이유는 내가 정말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어서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분명히 있다고 본다. 감히 ‘노인과 바다’ 만큼은 아니더라도 헤밍웨이가 자기 걸작을 하나 만든 것처럼 저 차영민이 할 수 있는 작품 하나를 쓰고 싶은게 작가로서의 큰 욕심이다.
 
■ 작가로서의 이력에서 신인시절을 보내고 있다. 아직 쏟아내지 못 한 이야기가 많을텐데 지금까지 세상에 나온 본인의 이야기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맞다. 아직 쏟아낼게 많은 상황이다. 작년에 소개됐던 ‘효리 누나, 혼저옵서예’가 제 나름의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쏟아낸 작품이다. 하지만 책 제목이 제 의도를 많이 희석시킨 것 같아서 아직까지도 안타깝다. 회사는 마케팅도 소홀히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제목으로는 절대 출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은 내가 밀렸다.
 
■ 출판사의 의도대로 상업적인 성과는 좀 보았나
 
그게 차라리 상업적으로 괜찮았다면 덜 속상했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었기에...독자들이 그 정도로 우매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웃음). 단순히 특정 유명 연예인 이름 하나 때문에 책을 산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책을 보실 분들이라면 작가의 마음을 먼저 읽는다고 본다. 출판사측에 그런 의사를 계속 타진했지만 결국 설득이 안됐다(웃음). 글은 어찌어찌 써졌지만, (설득의)말들은 힘들었다.
 
■ 본래 생각했던 제목은 무엇이었나
 
(웃음)제가 생각했던 제목도 딱히 멋졌다고 볼 순 없을 것 같다. 그냥 깔끔하게 ‘차 작가의 심야 편의점’이라고만 표현해도 충분히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제목이 아쉬운 면이 크다. 노골적인 제목이 좋지만은 않았다.
 
지금도 일하는 편의점에 그 책이 진열돼 있다. 본사에서 팔라고. 일하는 공간에서 내 삶이 담긴 글을 쓴건데 소설가로서 재밌는 케릭터들이 나오면 소설화 시키고 싶지 에세이로 남기는 것은 사실 무리수다. 그래도 내가 가장 솔직하게 쓸 수 있는 건 이 순간뿐이라고 생각해서 에세이로 쓰는 모험을 감행했다. 저로써는 애착이 많이 가는 작품이다. 다른 원고만큼이나 말이다.
 
■ 활동영역을 넓혀간 지금의 시점에서 다음 에세이 또한 더욱 기대가 되는데
 
아무래도 제주도 여기저기서 활동하는 부분이 많기에 거기서 만난 사람과 또 거기서 나오는 에피소드들이 시선들이 있어서 소설 못지 않은 쫄깃함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올해는 새로운 가족도 생겨났다.
 
새로운 식구가 올해 들어서는 와이프, 내년이 되면 아이도 생기게 된다. 그 자체는 저에게 글쓰기에 전혀 생각지 못했던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누가 나를 믿어주고 기다려주며, 나의 이야기를 좋아해주니까 그 자체로 내가 꼭 써야하는 이유가 된다.
 
사실 글쓰기라는게 계약이 돼 있는 것도 아니고 마냥 완성해서 원고를 넘긴다고 해도 책이 나온다는 보장도 없는 것이다. 오히려 아내가 믿어주니까 내가 지금 준비하고 이야기하는 자체에 자신감이 생기는 거다. 많은 책을 내지는 않았지만 그런 글들이 대체로 생각하는 데로 나와 줬다.
 
내가 이 글을 쓰다보면 이거는 된다, 확신이 드는 글들이 있다. 그 것 중에 하나가 지금 따로 준비하고 소설이 그것에 해당된다. 다만 외적인 일들로 인해 원고들이 늦춰지는 것은 속상한 일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한가하다고 해서 글이 잘 나오는 것도 아니다. 마감이라는 벽이 기다리고 있으면 좀 더 잘 써지기도 한다(웃음). 그것 또한 긍정적 요소로 생각하고 있다.
 
■ 활동을 넓힘으로써 글쓰기가 제약되는 부분은 어떻게 조절하고 있나
 
하루에 물량적으로 많이 쓴다고 해서 다 쓸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는 글들이 아님을 알게 됐다. 예를 들면, 어떤 분량을 정해놓으면 그것만 하루에 써놓아도 된다. 차라리 질을 선택하자. 약간의 활동적인 면이 있어서 그 에너지를 충분히 소비하고 들어가야 글쓰는데 오히려 도움이 됐다.
 
라디오나 시민 서포터즈 같은 다양한 활동들은 어찌보면 그것들이 나중에 큰 재료가 되기 한다. 제가 쓰는 글들은 사실 상상력에 의존하기 보다는 저랑 소통했던 사람들의 케릭터와 상황들이 묘하게 나온다. 그런 활동들도 제 글쓰기에서 하나의 일부가 된다. 바로 쓰는 행위를 안 할 뿐이지 재료를 모으는 행위도 하나다. 넓게 보면 그것도 쓰기에 하나라고 볼 수 있다고 여겨도 되지 않나 싶다.
 
■ <뉴스제주>에 연재하고 있는 역사장편소설의 결말이 궁금하다
 
(연재중인 역사장편소설은) 제가 썼던 소설 중에 가장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이다. 모든 글을 미루면서 정확히 일 년을 취재에만 시간을 쏟았다. 제주도에 살면서 내가 제주에 대해 너무 관심이 없었나 싶었을 때쯤 그냥 시간이 날 때마다 제주의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역사적으로 제가 너무 무지했던 부분들이 많음을 알게 됐다. 특히 삼별초 부분은 이 고장 애월에 항몽유적지를 다녀와서 며칠동안 마음이 먹먹해졌다. 우리가 배우기로는 삼별초의 역사는 항몽의 역사로 받아들여진다. 역사적인 자료들만 봐도 외부세력들이 온 것이다. 어찌보면 탐라사람들 입장에서는 양쪽에서 들어온 그들에게 양쪽으로부터의 수난을 당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해서 끝이 났는데 몽고에게 지배를 당하고 이 탐라 사람들은 이 삼별초나 고려군에 모두에게 협조를 했으나 종국에는 탐라사람들끼리 싸우게 된 거다. 이런 시점으로는 누구도 다루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았기에 그래서 사학적인 시선으로 다루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게 과연 무엇일까. 소설은 모든게 많이 허용이 되는 공간이다.
 
탐라역사는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너무 많기에 나의 상상력과 내가 봤던 탐라 사람들의 마음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과감하게(도전했다). 이렇게 호흡이 긴 작품은 쓰기 쉽지 않다. 2주에 한 번인 연재지만 그래도 최대한 역사적인 뼈대를 놓치지 않고 그 안에 탐라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넣고 싶어서 그것을 중심으로 글을 엮다보니 생각보다 길어졌다.
 
그게 어찌보면 제주사람들에게는 4.3 그 이전부의 아픔이라고 생각한다. 4.3도 역시 외부사람들에 의한 아픔이다. 그래서 삼별초 또한 4.3 이상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엮고 싶었다. 역사책에서 보고 배운 좁은 시각이 아닌 제주사람들의 진정한 아픔 말이다. 제가 소설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이것이라면 과감히 도전해야했다.
 
작품을 처음 시작했던 본질, 초심을 잊지 않고 올해 안으로는 마무리 지을 생각이다. 마침 <뉴스제주>에서도 지면을 열어줬기에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작업할 수 있었다.
 
■ 다음 연재작품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가
 
역사소설을 썼으니 이제는 현재로 돌아와야 되지 않을까. 요즘 제주에 관한 책을 보면 너무 이주민과 여행자로서의 제주, 다른 한편에서는 너무 제주 토박이의 시선이 주인 책들이 서로 접점없이 나오고 있어 보인다.
 
이른바 겉만 훑고 지나간다고 할까. 그래서 현대의 제주도를 배경으로 해서 이주민을 주인공 삼아 그 생활상을 가볍고 재밌게 그리고 싶다. 제 문체의 특성이 본래 가볍고, 재치를 담아 풀어나가는 거다. 써보고 싶다. 내년에도 지면이 다시 열린다면 말이다(웃음).
 
▲ 차영민 작가. ⓒ뉴스제주
 
■ 결혼 이야기를 듣고 조금 놀랐다. 두 분은 어떻게 만나게 됐나
 
친구의 친구로 만난 것이다. 친구가 갈비먹으러 나오래서 아무 생각없이 저녁먹으러 그 자리에 나갔다가 그 친구(아내분)를 만나서 첫 눈에 반한 것이다. 나는 원래 티를 내지 않는 타입이다. 그 날은 열심히 갈비를 굽고, 자르다가 한 점을 먼저 밥 위에 올려줬다. 그 뒤로 연락도 자주하고 대화를 하다보니 이 사람이 나랑 통하는 부분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저절로 가까워졌다. 마음을 서로 드러내고 만나게 되는 거다.
 
■ 독자로서 바라보는 <뉴스제주>의 느낌을 말해 달라
 
기사가 대체로 좋다. 최근엔 책방 소개 기사를 인상 깊게 봤다. <뉴스제주> 주간지의 특징이 인터뷰 기사가 많은 것이다. 인터뷰도 물론 흥미롭다. 하지만 관심 인물이 아닐 경우엔 지나치게 되는 면이 없지 않다. 책방 소개 같은 경우 정독을 했다. 느낌이 좋았다.
 
■ 인터뷰 또는 소개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최근 ‘인디 in 제주’ 라는 인디음악가을 페이스북이나 블로그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인디 in 제주’ 친구들의 활동을 알리고 싶다. 제주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인디음악 인구가 존재한다. 장르도 매우 다양하고, 공간도 제법 된다. 그런 음악하는 분들을 다뤄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아직까지는 공개된 장소에서 음악을 알리기엔 많은 제약들이 따른다.
 
행정의 도움을 통해 ‘버스킹’(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돈을 얻기 위해 길거리에서 연주와 노래를 하는 행위) 존(zone)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종국엔 인디 음악가들을 보는 것도 제주 여행의 한 장면으로 자리 잡기를 소망한다. 제주는 관광지도 좋지만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관광으로 즐기는 것도 제주의 특성을 살린 관광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관심이 종종 돈 되는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와이프에게 혼(?)이 나는 소재가 되기도 한다(웃음).
 
■ 이달 초에는 제주시 SNS 시민서포터즈 활동으로 제주도로부터 표창도 받았다. 서포터즈 단원으로 활동하며 느꼈던 점이 있다면
 
(단원들에게) 활동을 실질적으로 지원해주는 게 나을 것 같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는 했지만 점점 흐지부지 하게 되는 상황을 참여자의 탓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초대자인 행정에서 세심하게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은가 생각한다. 행정의 과정 과정들을 알고 싶어서 참여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기에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공개도 투명하게 하고, 지원 방안도 구체적이고 과감하게 할 필요가 있다.
 
특히, 행정이 준비한 행사에서 머릿수를 채우기 위한 것 보다 시민으로서 우리 주변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들을 이를테면 쓰레기 문제라든가, 애월 지역의 경우 클린 하우스가 점점 사라지는 문제 등 생활에서 밀착된 주제들에 관한 참여 말이다.
  
■ 애월에서 클린하우스가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행정에 문의하자 관리가 잘 안돼 그 숫자를 줄이게 됐다는 답변을 들었다. 쓰레기 무단투기 사례도 많고, 더러워져서 더 이상 감당이 안된다는 읍사무소 관계자의 답변이다. 이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의의 피해자가 된다. 무단투기한 사람들을 찾아내서 마땅한 조치를 행정에서 내려주면 될 듯 하지만 그 역시 쉽지 않다고 한다.
 
표지판 하나가 넘어진 것도 읍사무소에 전화하면 잘 처리되지 않는 일들이 서포터즈의 자격으로 공보실에게 제보하면 그 다음날 조치되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서포터즈가 마을별로 활동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물론 서포터스 구성원이 특정인이나 늘 활동해오던 사람들에게 치우쳐 있는 것도 개선이 필요하다. 하루 이틀에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다. 많은 고민을 공유하며 개선해나가야 된다.
 
■ 이제 ‘편의점 알바’는 작가의 트레이트 마크가 된 듯하다. 언제까지 계속할 계획인가
 
저도 편의점에서 이렇게 오래 일하게 될 줄 몰랐다(웃음). 편의점 오픈 시점부터 함께 해오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편의점에서 일하기에 다른 일들도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직장생활을 한다면 그 일에 집중할 수밖에 없지 않나. 다른 곳 보다 월급이 조금 적더라도 이 일 덕분에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어서 그 것만으로도 만족이다. 같이 일하는 점장님이 제 활동에 관한 많은 부분들을 이해해 주시기에 가능하다.
 
아침시간에 출연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경우 일찍 퇴근해야 한다. 그런 편의를 점장님께서 지원해주신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해서는 지금이 편하다. 그래서 와이프를 설득시키면서 편의점 일을 지속하고 있다(웃음). 물론 평생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은 이 자리가 나에게 필요하다.*
 
“작가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를 한다.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 지금은 그런 맷집을 기르고 있다. 끝까지 버텨서 내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활동하는 모든 일들이 나의 글쓰기에 지대한 도움을 주고 있다. 전부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잘 풀릴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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