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복지타운 공공주택 찬성 입장]
정수연 교수, 제주만의 공공임대주택을 실현해야 할 것

시민복지타운 공공임대주택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대학교 경제학과 정수연 교수를 만났다. 교수는 한 매체 기고문을 통해 “찬성과 반대만을 묻는 여론재판이 진행되면서 지향해야 하는 목표들은 뒤로 밀리고, 대안을 묻는 목소리는 실종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논쟁의 방향성을 올바로 설정하기 위해서는 도정이 임대주택에 대한 편견으로 반대하는 이들에게 어떤 해법을 줄지 고민해야 한다”고도 언급한 바 있다.

공공임대주택에 대안을 형성하는 데 있어, 제기되는 교통영향평가 등의 문제는 엄밀히 찬성과 반대를 가르는 논제가 아니다. 교통 문제를 해결하면서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진시켜야 하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서되, 대안을 모색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 정수연 교수의 요점은 이거다.

▲ 시민복지타운 공공임대주택은 교통, 부동산 정책 등과 병행해 새로운 해법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설명하는 제주대학교 정수연 경제학과 교수. ⓒ뉴스제주

# 공원 조성보다는 공공임대주택이 우선

정수연 교수는 먼저 시민복지타운을 공원, 숲으로 조성하자는 의견에 대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뉴욕 정도의 세계적 글로벌 도시가 된 후에나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수가 지적하는 바에 따르면, 제주도 빈부격차가 지금보다 심각해진다면 대규모 공원이란 차후의 우범지역을 조성하는 꼴이다. 게다가 제주도는 뉴욕만큼 거대 도시도 아니며, 이미 크고 작은 숲과 오름이 산재해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공공임대주택이다. 하지만 이를 고려하기 전에 먼저, 실패 사례를 답습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를 든 것은,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프루이트-이고 단지다. 이곳은 오로지 ‘비용’만을 고려해 값싼 주택을 공급한 결과 철거의 수순을 밟게 됐다.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공급, 정주환경과 직주 접근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이유다. 단지는 주택수요자로부터 외면당했고 20년 만에 철거됐다.

▲ 공공주택 입지 요건을 '토지 비용'에만 주력해, 20년 만에 철거한 세인트루이스 프루이트-이고 단지. ⓒ뉴스제주

이러한 실패사례가 주는 교훈은 공공임대주택 ‘입지’ 문제다. 교수는 저소득층에게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입지’임을 강조했다. 게다가 제주도 교통여건은 타 지자체에 비해 열악해, 임대주택이 직주근접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거나 토지 비용 문제로 도시 외곽에만 건설될 경우, 문제를 답습할 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다자녀 요건을 만족하는 중산층, 고소득층의 세컨드하우스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접근성이 좋은 곳에 공공임대주택이 세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작정 기존의 공공임대주택의 형식은 반대한다. 교수는 ▲교통문제해결 ▲부지 내 교육시설 건설 ▲우수한 건축 디자인 ▲부동산시장안정화 정책과 동시 추진 ▲5년마다 리모델링과 ▲책임주체를 둘 것(주택청 필요성) ▲토지는 제주도소유임을 유지하고, 입주권만 거래할 것 등을 병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 공공주택, 완전히 새로워야 한다

싱가포르 중심부에 탄종파가가 위치해 있다. 이곳은 금융권과 비즈니스 건물이 많아 직장인으로 붐비는 시내 한복판이다. 이곳에 자리한 건물 중 하나로 피나클 덕스턴(Pinnacle Duxton)이 있다. 해당 건물은 정부에서 공용 주택으로 설립한 아파트다. 주변 건물들보다 월등히 높아 싱가포르 전역 어디에서든 볼 수 있을 정도로 눈에 띈다. 도심 랜드마크인 셈이다. 공공주택으로는 처음으로 국제 디자인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디자인이다. 건물은 7개 타워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를 스카이 브릿지가 연결하고 있다. 이 스카이 브릿지에는 세계에서 가장 긴 스카이 가든이 있다.

▲ 싱가포르 중심가에 위치한 랜드마크, 공공주택 피나클 덕스턴(Pinnacle Duxton). ⓒ뉴스제주

해당 피나클 덕스턴은 2004년에 공사를 시작해 2009년에 완공, 50층에 1849세대가 입주해 있다. 이는 싱가포르에서도 유례 없는, 공공주택이다.

정수연 교수는 이 피나클 덕스턴의 예를 훌륭한 공공주택 모델로 제시했다. 제시한 장점 가운데 가장 중요한 점은 “번화가 한복판”이라는 거다. 또, “훌륭한 디자인”을 갖췄다는 거다.

이곳은 입주자가 아닌 경우, 주택에 들어가려면 입장료 5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그만큼 보러 오는 관광객도 많은 곳이다. 이유는, ‘주택 디자인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정수연 교수는 공공주택이라면 “누구든 살고 싶은”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싱가포르 다른 공용 주택 가운데는 5년마다 리모델링하는 곳도 있다. 이곳처럼 관리를 해서라도 좋은 상태를 유지해 낙후되고 고립되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임대주택 문제, 교통, 부동산 정책 등이 함께 가야

공공주택을 만든다고 해서 주택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수연 교수는 이상적인 공공주택 형태를 “대피소와 같은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청년층이, ‘내 집 마련하기에 시간이 필요한 이들이 저축을 할 수 있도록 대피하는 곳’이란 뜻이다. 하지만 5년, 10년을 지내도 부동산 가격이 높아 내 집 마련이 요원하다면 문제다.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다른 부동산 안정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싱가포르 경우는 공용 주택을 많이 짓고, 대출을 까다롭게 하는 ‘쿨링 메저(Cooling Measure)’를 통해 부동산 안정 정책을 펼쳤다. 이처럼 다른 부동산 정책을 병행해야 공용 주택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교통 문제 또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무조건 주차장을 많이 짓는 것으론 교통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인 종합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정수연 교수는 지적한다.

교수는 이러한 문제가 병행, 해결돼야 비로소 공공주택의 기능을 다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존 고립된 공공임대주택의 폐단을 답습하지 말고, 장점을 받아들여 과감히 새로운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단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선다면, 대로변에 인접한 곳은 모두 상가로 하고, 기부문화를 양성해 사회적기업과 저소득층에게 낮은 임대료로 임대하는 것이 단계라고도 지적했다. 무엇보다 가격 안정과 투기심리를 차단하기 위해 ‘주택청’에서 매입해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이러한 대안과 절차를 절반만 시행해 성공했다고 해서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없다는 것도 강조했다. 이는 '차선의 이론(Thoery of second best)'이다. 효율성 조건 중 두 개가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세 개가 충족되고 있지 못한 상황에 비해 반드시 더 낫다고 말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것은 답습이다. 정수연 교수는 이러한 성과주의 정책은 아예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다. [채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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