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사단법인 제주4·3연구소 이기동 원장 규탄성명서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 원장이 지난달 30일 국회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주4·3과 관련해 망언을 쏟아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소속 권희영, 정양순, 정경희 교수 등이 최근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과제로 제출한 연구보고서 ‘대한민국 정체 확립과 근대화 전략’에서는 “국내 좌익 및 북한 공산세력은 대한민국의 건국을 저지하기 위한 반대투쟁을 집요하게 전개했다. 공산폭도들은 제주 4·3사건 등을 일으켜 5·10 선거를 저지하려 했으나 이러한 공산주의의 도전을 극복하고 1948년 8월 15일 마침내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고 표현했다. 제주4·3사건을 공산폭도들에 의한 사건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이에 오영훈(더불어민주당・제주시 을) 의원이 이기동 원장의 견해를 물었다. 이 원장은 “공산폭도 세력들에 의해 4·3사건이 일어났느냐”는 오 의원의 질의에 “그렇게 본다”며 4·3사건을 공산폭도들에 의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오 의원이 “정부가 공식 인정한 희생자 1만4천여명인데 다 공산폭도들이었게넸요”라는 질문에 “공산폭도들에게 위협당한 거죠”라고 답변했다. 당시 군・경, 서청에 의한 죽음들이 쌓이고 쌓였는데, 교육부 산하 기관장이며 역사학자라는 이 원장은 이와 같은 망언을 한 것이다.

“공산당에 위협 당했고, 그 사람들이 주도권을 들고 일어난 게 사실이다”는 그의 발언은 4·3에 대한 오류의 극치를 보여줬다. 게다가 그는 또 오 의원이 “4·3특별법을 아느냐? 4·3사건의 정의를 아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모른다”고 했다.

한국현대사 최대의 비극 가운데 하나인 제주4·3은 오랜 진실규명 끝에 이미 대한민국정부에 의해 2014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역사적 진실을 봐야 할 원로사학자가 아직까지 4·3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우리는 놀라움을 넘어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원장은 자신이 원장으로 있는 한중연의 한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찾아보라. 한중연이 만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도 제주4‧3을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남로당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다수의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역사적 배경으로 서청의 테러와 횡포, 경찰의 고문과 고문치사 등을 들고 있다.

이 원장은 역사학자가 맞는가? 우리는 이런 왜곡된 역사인식을 가진 자가 ‘한국학 진흥과 민족문화 창달’이라는 임무를 지닌 한중연 원장이라는 사실에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원장은 더 이상 한중연 원장 자격이 없다.

지난 22일에는 도종환(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한중연이 지난해 말 자체 발간한 <광복 70년사>시리즈에 제주4‧3사건에 대한 부정적 평가 등 역사왜곡을 한 서술이 드러났고, 이를 한국사 교과서의 서술 근거로 삼으려 하는 것도 확인됐다. 한중연은 여기서 “광복 직후, 여수.순천사건이나 제주4‧3사건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대한민국의 수립 자체가 국내의 공산주의 세력에 의해 도전을 받고 있었으며, 대한민국이 수립된 이후에도 스탈린의 세계 공산화 전략의 중요한 대상이 되어 있었다”며 수많은 민간인이 군・경과 서청 등에 학살당한 제주 4·3사건을 색깔론과 연계해 부정적으로 기술했다. 우리는 한중연의 이런 서술이 국정 역사교과서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주시할 것이며, 이에 포함된다면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통해 투쟁할 것이다.

우리는 이기동 원장의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사퇴를 요구한다.

우리는 이기동 원장이 제주도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016년 10월 3일
제주4‧3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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