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관 국장 "다양한 방안 제시한 게 잘못이냐" '황당' 반박에 '아연실색'

이달 초 네티즌을 뜨겁게 달궜던 이은재 국회의원(새누리당, 서울 강남구 병)의 발언과 비슷한 사례가 20일 제주도에서 재현됐다.

당시 이은재 의원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 질의에서 조희현 서울시교육감에게 "MS워드를 왜 한 곳과 독점적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했느냐"고 지적한 영상이 인터넷 상에 퍼지면서 네티즌들로부터 엄청난 폭격을 당한 바 있다.

MS워드는 MS(마이크로소프트) 社에서 제공하고 있는 독점적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MS 이외의 다른 곳으로부터 구입할 수 없다. 이에 당연히 MS와 계약을 체결한 것인데 이를 두고 공정거래를 위반했다며 교육감직에서 사퇴하라고 종용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일자 이튿날 이은재 의원이 사태진화에 나섰지만 엄청난 논란에 가려져 효과가 없었다.

▲ 김명만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과 김순관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 ⓒ뉴스제주

20일 제주에서 재현된 이와 비슷한 사례는 김순관 제주특별자치도 교육국장의 답변으로부터 나왔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김경학)는 이날 제346회 임시회 제2차 회의를 열어 제주도교육청이 도의회에 제출한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했다.

이 자리에서 김명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우레탄 트랙 유해성분이 제주도내 각급 학교에서 상당수 검출된 것과 관련해 도교육청이 실시한 설문조사 항목을 문제 삼았다.

김명만 의원은 "도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보낸 설문지를 보니까 이게 좀 웃기다. 마사토와 천연잔디, 우레탄 중에 선택하도록 했는데 국장이라면 어느 걸 선택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순관 도교육청 교육국장은 '천연잔디'라고 지칭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트랙에 천연잔디를 사용하는 곳이 대체 어디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순관 국장은 "(트랙엔)개인적인 의견에선 마사토를 권장한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 설문조사 항목에 왜 천연잔디를 넣은 거냐. 트랙을 조성하는 목적이 뭐냐. 그냥 놀려고 만드는게 아니지 않나. 기록 달성을 위해 우레탄 트랙을 깔고 있던 건데 거기에 천연잔디를 심겠다는 발상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김 국장은 "다양한 것을 제공해주는 것이 잘못이냐"며 "각 방안에 대한 장단점을 따져보고자 그렇게 물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김 의원은 "지금 저랑 말장난하느냐"고 호통치면서 "운동장을 다른 목적으로 다른 재료로 씌워도 된다는 것이냐. 지금 운동장이 아니고 트랙을 얘기하는 거다. 다양한 방법을 얘기하면 그게 실현 가능한가를 얘기해야 맞는 것이 아니냐"고 쏘아 붙였다.

그럼에도 김 국장은 "교육청에선 3가지 대안에 대해 각급 학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본 것"이라고 항변했다.

거듭된 김 국장의 엉뚱한 답변에, 김 의원은 "트랙에 천연잔디를 심어서 운용하는 곳이 세계 어디에 있다는 거냐. 그게 가능하다고 보느냐"며 "다양성을 얘기하면 학부모들 입장에선 당연히 천연잔디를 선호하지 않겠나. 그런데 트랙에 천연잔디를 쓸 수 있다고 보느냐"고 질타했다.

김 국장의 항변은 다양성을 위해 설문조사 한 것일 뿐이라는 건데 왜 문제를 삼느냐고 반박하고 있는 모양새를 띠었다. 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기록을 재는 트랙에 아스콘이나 진흙 등 다른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구상이어서 상식을 벗어난 답변으로 읽혀진다.

즉, 이은재 국회의원의 경우처럼 김순관 교육국장이 운동장 트랙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말이 더는 안 통한다고 생각했는지 질의시간 7분이 지나자 질문을 종료했다. 그러자 김경학 위원장이 대신 나서 김 국장의 태도에 일침을 가했다.

김경학 위원장은 "설문조사를 다양하게 하는 건 좋은데 그런 식이면 트랙 재료에 아스콘 포장을 써도 된다는 얘기냐. 그렇게 넣을 순 없는 것이 아니냐"며 "질문 취지가 이해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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